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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하민영 Aug 03. 2024

서울 한복판에서 도라지꽃을 만날 때

몸에 좋고 꽃도 예뻐 도라지꽃

한여름 뙤약볕 아래 곡식들이 무럭무럭 자란다.

땅 뙤기 한 점 보기 어려운 서울 도심 한복판에서 농촌에서 자주 보았던 꽃을 만나면 어찌나 반가운지 모른다.


휴일 이른 아침 여유롭게 산책을 한다. 몇 번은 지나다녔던 길에 보았던 상가. 창 옆으로 작은 화단이 있다. 많이 보았던 익숙한 보라색 꽃이 피었다.

"어머! 누가 화단에 이 꽃을 심을 생각을 했을까?"


보라색 도라지꽃이 조롱조롱 많이도 피었다. 화단에 심어놓으니 화초 같다. 서너 평 남짓한 화단에 다른 꽃은 보이지 않고 보라색 도라지꽃만 보인다. 무성한 강아지풀과 강태 속에서도 도라지꽃만 보인다.


예전에 시골에서 부모님 농사지을 때 도라지를 심어놓은 밭에는 다른 풀도 이렇게 자라곤 했었다. 밭농사는 무심하게 키우셨던 부모님은 풀반 채소반으로 키우셨다. 논농사에 주력하신 부모님은 밭농사에는 별 관심이 없었다. 농약도 안치고 풀도 뽑을 시간이 없었다. 반은 먹고 반은 버리는 일이 많았다. 요새말로 유기농 혹은 자연농법으로 밭농사를 지었다.


도라지는 쌍떡잎식물로 초롱꽃과 여러 해 살풀이다. 우리나라 산과 들에서 잘 자라서 시골에 가면 어디에서나 볼 수 있다.

도라지꽃은 모르는 사람이 많겠지만 도라지나물을 모르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도라지는 사포닌 성분을 많이 함유하고 있어 진해 거담제로 배와 함께 달여먹거나 우리 식탁에 건강식품으로 자주 올라온다. 도라지 껍질을 벗기고 독성을 제거하기 위해서 물에 담갔다가 초고추장에 무쳐 먹거나 기름을 두르고 볶아서 나물로 먹는다. 도라지 오징어 초무침은 생각만 해도 군침이 꼴깍 넘어간다. 시댁에서는 제사상에는 도로지 나물이 빼놓지 않고 올라간다.  


 도라지는 7~8월 흰색 또는 보라색 꽃이 핀다. 흰색 도라지꽃도 예쁜데 이곳 화단에는 보라색만 있어서 사진으로 담지 못했다.

꽃은 위로 향하거나 옆으로 향하여 피고 종모양을 하고 있으며 지름은 4~5cm다.  5개로 꽃잎 끝이 갈라져서 마치 별 같은 모양이다. 꽃받침도 5개로 갈라지고 바소모양이다. 주황색 수술 5개와 굵기가 0.5cm로 약간 두꺼운 흰 털을 가 암술 1개가 있다. 도라지꽃은 수술이 지고 난 후에 암술이 핀다. 수술과 암술이 같이 있어서 수술이 지고 난 후에 피는 줄은 몰랐다.

 꽃이 피기 전에 꽃잎 모양은 바람 빠진 풍선처럼 꽃봉오리를 공기로 채우고 있다.


줄기는 가늘고 키는 60~70cm 자란다. 잎은 가늘고 긴 타원형으로 가장자리가 톱니가 있다. 잎끝은 날카롭고 밑부분이 넓다. 잎자루는 거의 없다. 잎의 길이는 4~7cm, 너비는 1.5~4cm로 어긋나기로 자란다.


열매는 꽃받침이 달린 채로 달걀 모양을 하며 노랗게 있는다. 종번식은 씨앗으로 잘된다. 까맣고 작은 씨앗을 밭에 흩뿌린 다음 속아내기하고 거름을 주어서 기다. 거름은 많이 주어야 한다. 

도라지는 씨를 뿌리고 2년은 키워 먹을 수 있다. 우리가 흔히 먹는 도라지나물이나 무침은 2년은 묵은 도라지 뿌리인 것이다. 봄과 가을에 채취하여 날것으로 먹거나 나물로 볶아 먹는다. 봄에 캔 야들야들 싱싱한 도라지는 하얀 속살이 봄나물과 함께 거친 입맛을 사로잡는다.

화단에 핀 도라지꽃이 진 자리에 진하고 단단해 보이는 초록색 열매가 눈에 띈다. 2년을 묵어서 맛있는 도라지가 될 씨앗들이다.


도라지는 오래전부터 한방에서  치열, 폐열, 편도염, 설사 등에 사용해 왔다.


도라지 밭에 김매기를 해 본 사람이 있을지 모르겠다. 도라지는 7~8월에 한창 무럭무럭 자란다. 도라지와 같이 자란 풀들도 쑥쑥 거침이 없다. 도라지 밭에 김매기를 하려면 무더운 뙤약볕에서 해야 한다. 그러니 옛말에 '도라지밭 매다가 돌았다.'라는 말이 있을 정도다.


어머니 따라 여름날 밭에 가서 얼마나 일을 했겠느냐마는 김매기가 무척 싫어서 꾀를 팠던 어린 날이 생각난다.


옛날 일을 생각하 도라지 꽃을 보노라니 뜨거운 한여름에 김을 매지 않아도 되는 것에 감사해야 해야 할 것 같다.

도심 화단에 도라지꽃이 이색적이면서도 무척 정겹다.


도라지꽃 꽃말은 영원한 사랑이다.


도라지꽃 전설에 의하면 옛날 어느 마을에 사랑하는 청춘남녀가 있었다. 청년은 몰락한 가문에 부모님을 여의고 살고 있었다. 몰락한 가문이라 벼슬길이 막막하여 청년은 중국으로 가서 공부를 하였고 중국에서 벼슬길에 올랐다. 처녀의 이름은 도라지였는데 청년이 돌아오기를 기다렸지만 늙을 때까지도 돌아오지 않았다. 어느 날 뒷산에 올라 마을길을 보며 청년을 추억하고 있는데 청년이 부르는 소리에 뒤를 돌아다보았다.

그러나 청년은 사라지고 아무도 보이지 않았다. 처녀는 슬픔에 그 자리에 죽고 말았다. 마을사람들은 처녀의 시신을 묻어주었는데 그 이듬해 무덤가에 꽃이 피었다고 한다. 사람들은 그 꽃을 처녀의 이름을 따서 도라지꽃이라고 불렀다고 한다.


가게의 붉은 벽돌을 배경으로 피어있는 보랏빛 도라지꽃이 청년을 기다리는 도라지 같다. 손님을 기다리는 도라지인가?



#하나만

#딸아행복은여기에있단다_엄마에세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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