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크푸르트 암마인은 여행이 끝나는 날 하기로 해서 여행 2일 차에는 함부르크로 이동하기로 했다. 정해진 기차를 타야 해서 아침 일찍부터 준비를 했다. 아침 날씨는 약간 구름이 꼈다. 반팔옷을 입으니 상쾌하다. 숙소를 나서서 지하철역까지 걸어갔다. 열차시간이 정해져 있었고, 시간이 다소 부족하여 서둘렀다. 바삐 가는 중에도 뒤로 살짝 물러나서 부녀의 걸어가는 뒷모습을 카메라에 담았다.
'여행이란 이 맛이지!'
케리어를 끌고 가는 모습을 주변의 공원이 품어주는 듯하였다.
'부녀의 뒷모습이 왜 이리 예쁘냐'
혼자서 자유여행의 맛을 살짝 맛보았다.
공원이 여행객을 품었다
독일 지하철역에는 게이트가 없다.
자유여행에서는 대중교통을 많이 이용할 수밖에 없다. 대중교통을 잘 알아야 여행이 편하다. 우리 여행 가이드는 딸이 모든 것을 알아서 다 해주었기 때문에 별 어려움 없이 다녔다. 부부끼리 여행했더라면 몰라서 여행을 못했을 것이다.
우리 가족여행의 첫 대중교통은 지하철 타기였다. 지하철을 타고 가서 고속열차로 갈아타야 했다. 숙소에서 지하철 역까지 10여분을 걸어갔다. 지하철역에 도착하여 가장 먼저 접한 문화적 충격은 게이트가 없는 것이었다. 승차권을 끊는 곳도 없고 역무원도 없고 표검사도 하지 않았다.
"아니, 어떻게 이렇게 지하철을 운영하지?" 의문이 들었다.
지하철역이 작아서인지 승차권을 끊을 수 있는 곳이 없었다. 아니 우리가 찾지 못한 것 같았다. 지하철이 들어오는 시간이라서 승차권을 구매할 수 있는 기계를 찾을 시간도 없었다. 딸이 말하기를 지하철 안에서 승무원이 표검사를 하기도 하는데 아침 7시로 이른 시간이라 그냥 타도 될 것 같다고도 했다. 승차권은 지하철로 이동 중에 끊기로 했다.
우리가 지하철역에 도착하고 얼마 안 되어 지하철이 들어왔다. 지하철을 타고 보니 옆칸에서 승무원이 승객들의 표를 검사하고 있는 것이 아닌가.
"어? 큰일 났다. 아침에는 표검사를 잘 안 하는데 어쩌지?"
딸이 말을 하며 다음 정거장에서 내리자고 했다. 무임승차하면 60배를 더 물어야 한다고 한다. 세정거장을 더 가야 하는데 한정거장을 이동하여 지하철에서 내렸다. 내리고 보니 시골역처럼 보인다. 갑자기 도시에서 시골로 온 느낌이다. 다음 지하철이 오기 전까지 승차권을 끊어야 하는데 결제가 잘 안 된다. 다음 지하철은 20여분 후에 온다. 딸은 고속열차시간에 맞춰가려면 시간이 빠듯하다며 진땀을 흘린다. 딸이 엄마의 승차권을 끊어줬고, 아빠는 여러 번 시도하다가 안 돼서 딸이 본인 트레블카드로 결제를 해서 승차권을 끊어줬다. 여기서 교훈은 승차권은 여행 전에 어플을 다운로드하여서 미리 결제를 해두는 것이 좋다.
독일의 기차는 일일 교통권을 끊을 수도 있지만 우리나라 기후 동행카드처럼 한 달 승차권을 구입하면 훨씬 저렴하다. 독일 기차 MMV 어플을 깔고 49유로(한화 73,500원)를 내면 고속열차를 제외한 모든 대중교통(지하철, 트램, 일반열차, 버스)등을 전국 어디에서나 이용할 수 있다. 우리나라 보다 저렴하고 편리하게 대중교통을 이용할 수 있다. 서울에서 시행되고 있는 기후 동행카드는 65,000원으로 서울만 가능하고 지하철, 버스, 따릉이 정도라 활용도가 떨어진다. 우리나라 교통권도 개선이 필요해 보인다.
독일 대중교통(지하철역, 기차역, 트램, 버스)은 우리나라와 달리(우리나라도 기차역은 게이트가 없다.) 게이트가 없는 것이 특징이다. 트램이나 버스도 승차권을 확인하는 시스템이 없다. 이런 교통 시스템을 접한 첫날부터 문화적 충격이 느껴졌다. 어떻게 하면 이런 대중교통 정책을 펼칠 수 있는지 너무 궁금했다. 물론 기차 안에서 승무원이 표검사를 하기는 하지만 얼마든지 무임승차가 가능하다. 대중교통 이용에서는 국민들의 양심에 맡기는 것이다.
우리나라는 대중교통(지하철, 기차, 버스)을 운영하는데 적자라는 기사가 심심찮게 오르내리는데 독일은 우리나라보다 훨씬 경제적 손실이 많을 것 같다. 대중교통을 운영하며 생기는 경제적 손실을 어떻게 처리하는지, 정책적 기반의 철학은 무엇인지 연구해보고 싶다. 국민을 위한 복지정책이라고 봐야 할 것이라는 결론을 내린다. 선진국이라 함은 어쩌면 복지정책이 잘되어 있는 나라를 의미할 것이다.
독일 지하철역 도시와 시골역과 대중교통권 어플
여행의 맛은 기차여행이 최고
시골역 같은 지하철역에서 20여분을 기다려 다음 지하철을 탔다. 딸은 실시간으로 기차시간표를 확인한다. 갈아탈 고속열차가 연착되면 좋은데, 안 그러면 예약해 놓은 고속열차를 못 탈 수도 있었다. 그러면 돈을 날려야 하고 시간도 한참을 기다려야 한다. 다행히 우리가 탈 고속열차가 지연되었다.
독일은 대중교통이 잘되어 있기로 유명하다. 그런데 가장 큰 문제점은 열차가 자주 지연되고, 가끔 어떤 문제로 인해서 기차 편이 없어지는 경우도 있다. 여행 중에 그런 일을 자주 경험하였다. 이번엔 기차 지연이 우리에게 도움이 되었다.
독일에서 고속열차는 교통권과 달리 예매를 해야 한다. 고속열차는 구간에 따라 다르지만 25유로(3만 원대, 우리나라 KTX 가격과 비슷하다) 정도로 꽤 비싸다. 딸은 프랑크푸르트에서 함부르크로 가는 고속열차를 미리 예매해 놓았다. 고속열차는 특징이 좌석을 지정할 수도 있고 그렇지 않을 수도 있는데 좌석을 지정하는 경우가 더 비싸다. 좌석을 지정하지 않으면 좌석 선반에 지정표시가 없는 곳에 그냥 앉으면 된다. 앉는 사람이 우선이다.
프랑크푸르트 지하철역에서 내려 고속열차(ICE)를 타러 갈 때 바쁜 걸음을 재촉했다. 아침 8시 이른 아침이라 독일사람들의 출근시간과 겹쳐서인지 역에는 사람들이 꽤 많았다. 프랑크푸르트역은 매우 컸다. 우리나라 서울역 저리 가라다. 우리가 탈 플랫폼에서 확인을 하니 열차시간이 지연되었다. 몇 분을 기다려 열차에 올랐다. 자리에 앉으니 아침에 겪은 여러 가지 일들이 그저 여행의 일부분이려니 생각된다. 사실 딸은 혼자서 마음을 졸였지만 나는 어떻게 되겠지 하는 마음이었다.
기차에서 아침을 간단하게 먹었다. 전날 저녁에 장을 보았던 납작 복숭아, 소시지와 빵, 요구르트로 아침을 했다. 오렌지 요구르트는 아주 맛있었다. 딸이 제일 좋아하는 요구르트라며 미리 사놓은 것이었는데 어찌나 맛있던지 여행 중에 자주 찾아서 먹었다. 납작 복숭아도 딸이 좋아하는 과일인데 맛있었다. 과일은 우리나라 과일이 제일 맛있는데 독일의 납작 복숭아도 맛있었다.
여행하면 기차여행이 제일이다. 프랑크푸르트에서 함부르크까지 기차를 타고 가는 동안 차창밖으로 지나가는 낯선 나라의 풍경도 보고, 맛있는 것도 먹고, 책도 읽고 가끔 졸기도 좋았다. 달리는 기차 안에서 바라본 독일은 녹지가 꽤 많았다. 산도 많고 푸른 식물들이 들을 가득 메웠다. 빨간 벽돌에 옹기종기 모여있는 시골 풍경이 이색적이라 우리나라와는 다른 느낌으로 외국에 와 있는 것을 실감했다.
프랑크푸르트 중앙역과 기차여행 즐기기
햄버거의 고장, 함부르크 그 맛은?
3시간여를 달려 도착한 함부르크역, 프랑크푸르트역만큼 붐비지는 않았으나 꽤 넓고 큰 역이었다. 함부르크 도심을 걸어 다니며 여행을 해야 했기 때문에 무거운 케리어는 역사 내에 있는 짐 맡기는 락커룸에 두었다. 하나에 6유로(9천 원 정도)로 큰 케리어는 한 곳에 중간 케리어와 작은 케리어는 두 개를 한꺼번에 넣을 수 있었다. 짐을 맡기는 곳은 역사내가 저렴하고 숙소 호텔은 무료로 맡아두는 곳도 있고 짐 하나에 6유로씩 받는 곳도 있었다.
화장실은 1유로를 내고 다녀왔다. 이참에 교훈으로 화장실은 무료로 갈 수 있는 기차 안이나 식사를 하러 갈 때 음식점에서 전시를 관람할 때 전시실에서 갈 것을 환기했다. 해외에서 화장실은 비싸지 않지만(1~1.5유로) 돈을 내야 하기 때문에 무료로 갈 수 있는 곳에서 미리미리 이용하는 것이 좋다.
함부르크역 앞에서 사진을 찍으니 꽤 예쁘게 나왔다. 맑고 푸른 하늘과 깨끗한 공기가 느껴졌다. 함부르크역 앞은 번잡스럽지 않았다. 서양에서 느낄 수 있는 유럽풍의 외관과 서양인들이 오가는 모습이 여행자의 마음을 북돋운다. 이 도시에는 어떤 이야기가 숨겨져 있을지 궁금한 탐험가의 마음이 된다. 역 앞에 도시 거리에는 사람이 많지 않았고 조용한 편이었다. 집의 구조와 형태, 거리의 사람들, 오가는 자동차들, 거리의 모습은 우리나라와는 다른 모습이다. 여행 중임을 더욱 실감한다.
딸이 미리 알아둔 함부르크에서 제일 유명한 햄버거집에서 점심은 햄버거를 먹기로 했다.
햄버거(Hamburger)란 함부르크식 스테이크를 이르는 말로 함부르크 샌드위치를 가리킨다. 물론 지금은 버거(burger)라는 새로운 단어가 생겼고 미국의 맥도날드가 세계의 햄버거 맛을 평정한 것 같다. 우리나라에도 햄버거는 흔히 볼 수 있는 음식이고 수제버거집의 햄버거만이 조금 차이가 있을뿐 확연한 차이는 거의 느낄 수가 없다. 미국에서는 100% 쇠고기 다짐육으로 만든 패티를 사용해야 햄버거라고 부르기도 한다고 한다. 햄버거를 모르는 내가 보기에는 햄버거나 버거나 거기서 거기라 구분이 잘 안 된다.
햄버거의 고장 함부르크에서 먹는 햄버거는 어떤 맛일지 기대된다.
여느 유럽사람들처럼 독일 사람들도 실내보다는 가게 앞 노상에서 음식 먹는 것을 좋아한다. 우리도 가게 앞 테이블에 자리를 잡았다. 햄버거를 주문하고 기다리는 동안 거리를 보며 오가는 사람을 구경한다. 영화 속의 한 장면에 들어온 듯한 착각을 한다.
오래 기다리지 않아 음료수와 햄버거가 나왔다. 카메라가 먼저 맛을 보고 햄버거 맛을 보았다. 고기를 웰던으로 구워 달라고 해서인지 식감이나 육질이 별로였다. 남편과 딸은 미듐으로 구워서 육질이 맛있었다. 햄버거의 본고장에서 먹는 햄버거는 우리나라와 별반 다르지 않았다. 주스와 감자튀김도 특별하지는 않았다. 그저 함부르크라는 분위기에 취해 맛있게 먹었다. 여행자의 태도는 평소에 보고 먹고 경험해 보던 것과 비교할 수는 있어도 여행지에서 만의 느낌을 살리는 것이 필요하다. '역시~~ 함부르크 햄버거가 최고야?!'라고 외치면서? 그래도 그럴 수는 없었다.
독일 팁은 어떻게 줘야 하지?
자유여행의 맛을 경험한 계기가 또 발생했다. 햄버거를 맛있게 먹고 계산을 했다. 계산할 당시에는 유로 개념이 잘 안 서 있어서 몰랐는데 햄버거와 음료가 합해서 55.8유로(한화 83,700)로 꽤 비싼 편이었다. 여행을 시작하면서 먹는 가격을 따질 수는 없었고, 그럴 마음도 없었다. 함부르크에서 제일 유명한 맛집이라고 하니 즐겁게 먹었다.
독일 여행 중에 현금만 받는 곳도 있고 카드만 받는 곳도 있었다. 이곳에서는 현금은 안된다고 하여 카드로 결제하려고 했다. 카드키가 우리나라와 다르다. 카드복제 사기를 우려하여 독일에서는 카드를 긁는 유형이 아니라 카드키 위에 카드를 대는 방식이었다. 그것까지는 좋았다. 멋지게 카드 결제를 하려고 하는데 카드 키 화면에 네모칸이 생기며 5, 10, 50 숫자가 써지면서 내가 주저거리고 있으니 점원이 뭐라고 말을 한다. 독일어인지 영어인지 잘 들리지도 않는다. 딸을 불렀다. “아! 이거 팁을 얼마나 줄 거냐고 묻는 거야. 안 줘도 돼.”한다. 팁을 카드로도 결제한다는 것을 처음 알았다. 독일에서 팁은 필수는 아니란다. 딸도 독일 여행하면서 팁을 주지 않았다고 한다. 함부르크에서 여행하는 동안에는 딸의 말을 듣고 팁을 주지 않았다. 나중에 인터넷으로 찾아보니 팁에 대한 여러 의견이 있었다. 그래도 팁을 줘야 한다는 결론에 이르렀다.
독일에서 팁은 카드로 결제할 때는 5%, 10% 20% 중 몇 퍼센트를 줄 것인지 선택하게 되어있다. 현금으로 줄 때는 주는 사람 마음인데 보통은 거스름돈을 받지 않는데 5% 정도 수준에서 준다. 서비스가 마음에 들지 않으면 팁을 주지 않아도 된다. 학생인 경우에도 굳이 팁을 주지 않아도 된다.
딸은 학생이기 때문에 팁을 주지 않았는데 부모님이랑 다니기 때문에 팁을 줘야 한다는 것을 나중에 알았다. 함부르크를 떠나 3일 차부터는 팁으로 5%를 주었다. 조금 비싼 레스토랑에서는 팁 설정이 10%, 20%로 팁도 더 많이 줘야 했다. 고급스러운 음식점은 팁도 더 많이 받는다는 것을 여행을 한참 한 후에 알았다.
함부르크에서 점원들의 표정을 자세히 살핀 것은 아니었지만 나중에 생각하니 팁을 주지 않았을 때 점원의 표정이 좋지 않았던 것 같다. 대놓고 기분 나쁜 표정을 짓는 것은 아니었기 때문에 잘 몰랐지만 점원들의 기분이 별로였을 것 같다. 함부르크에서는 잘 몰라서 팁을 주지 못했지만 이후에는 꼬박꼬박 팁을 챙겨주었다.
함부르크 중앙역
함부르크역과 짐 맡기는 락커룸
버스정류장 표시와 함부르크 거리 모습
함부르크 거리 모습
햄버거의 고장 함부르크(식당 DieZeit)
점심을 먹고 함부르크 도시 구경에 나섰다. 함부르크 여행은 내용이 길어지는 관계로 나누어서 발행한다. 다음 편에서는 함부르크 시청사, 함부르크 미술관, 시골에 있는 숙소, 마트에서 장보기, 저녁식사 슈니첼 등 아기자기한 자유여행의 묘미를 선보일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