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여행 3일 차 함부르크 여행을 시작했다. 미니어처 박물관, 항구보트투어, 엘프필하모니, 성니콜라이 교회, 해산물요리 먹기 등 이외에 계획한 여행지가 많았다.
아침식사는 딸과 남편이 배가 안 좋다고 해서 한국에서 사간 누룽지와 소고기 장조림을 먹었다. 전날 먹고 남은 요거트 사과 빵도 함께 먹었다. 나만 아무 배속에 문제가 없어서 전날 먹고 남은 요거트 사과 빵등 다양하게 이것저것 맛있게 먹었다.
숙소를 나선 시간은 아침 7시, 비예보가 있었고 날씨는 잔뜩 흐렸다. 아침기온은 16도 낮기온은 21도로 예상되고 있다. 얇은 긴팔에 얇은 외투도 걸쳤다. 독일은 비가 많이 오는 경우가 드물다고 하니 믿어보기로 했다. 환승버스를 기다리고 있는 함부르크 중앙역 앞은 한산했다. 함부르크 어디를 가도 많이 붐비지 않았다. 큰 역 근처에는 어김없이 노숙자들이 많다. 계절에 맞지 않은 옷을 입과 얼굴에는 술에 잔뜩 절어 있다. 어느 나라를 가든 노숙자나 부랑자들이 있다. 독일의 주요 지하철 근처에도 노숙인과 부랑자들이 많았다. 독일에서는 알코올 중독된 사람으로 보이는 사람도 꽤 있었다.
작고 작은 소인국 나라 미니어처 분더란트
첫 번째 방문지는 미니어처 박물관인 미니어처 분더란트(Miniature Wonderland)다.
미니어처 박물관에 도착했을 때는 빗방울이 한두 방울 떨어졌다. 미니어처 박물관은 사람이 많을 거라 예상되어 서둘로 도착하니 아침 8시였다. 입장료는 성인 20유로, 학생은 17유로로 딸이 미리 예약해 두었다. 영업시간이 요일마다 다른데 출입구에 아침 7시부터 새벽 1시까지로 되어있다. 와~ 우리나라보다 더한 영업시간이다. 상가는 일찍 문을 닫는 것에 비해 박물관과 미술관등은 영업시간이 훨씬 길다.
미니어처 박물관은 2001년 개관하였으며, 4층으로 되어 있는데 전시장과 노동자들이 일하는 작업공간이 같이 있다. 창업자 프레데릭 브라운은 알프스 산맥의 대도시 취리히를 방문했을 때 어린 시절의 추억을 되살린 모형 철도 상점 등을 발견했다. 이러한 추억에서 영감을 받은 작가는 잊힌 어린 시절의 꿈을 실현하기 위해 미니어처 박물관을 만들었다고 한다.
미니어처라는 말이 어울리게 세계의 여러 나라를 축소해 놓았는데 건물과 거리, 자연환경뿐 아니라 사람들까지 아주 작게 만들어서 전시해 놓았다. 세계의 도시를 다 아는 것은 아니지만 보고 있으면 진짜 그 나라 도시에 있는 듯하다. 예전에 여행했던 로마는 아는 곳이라 여겨지니 반가워서 방문했던 장소를 찾아보기도 했다. 전시되어 있는 도시나 나라는 독일 여러 도시, 스위스, 미국, 덴마크, 이탈리아, 로마, 베네치아, 오스트리아, 스웨덴 등 대부분 서양이다. 아시아와 아프리카는 없다. 무엇보다 우리나라가 없는 것이 아쉽다.
전시관은 역동적이라서 관람하는 재미가 있다. 쉴 새 없이 계속 움직이는 기차와 자동차, 트럭 등이 있고, 비행기는 이륙과 착륙하는 모습을 실시간으로 볼 수 있다. 대양과 강에는 물이 흐르고 배가 오고 간다. 화산이 폭발하여 용암이 흐르는 폼페이가 있고, 광산과 황량한 산맥, 눈 덮인 산야와 대자연의 모습은 실제로 보고 있는 것 같다. 스위스, 덴마크, 아이슬란드 등은 자연환경이 아름답다. 미국은 황량한 돌산과 거친 산들이 있어서 보는 것만으로도 삭막해 보인다. 그네와 시소, 깃발과 종 등이 쉴새없이 움직이고, 레이싱 하는 자동차는 씽씽 달린다. 도시의 낮과 밤, 문이 열리고 닫히는 공연장, 음악소리가 들리는 콘서트장도 있다. 공연장에는 수많은 관객들이 모여 있다. 손톱만 한 사람들이 빽빽이 들어찬 모습을 보면서 일하는 사람들의 노동력이 얼마나 들었을까 놀라울 정도다.
두 시간가량 관람하고 나니 다리가 아프고 쉬고만 싶어졌다. 커피와 빵을 먹으며 한 시간 휴식하고 한 시간을 더 관람했다. 작고도 작은 소인국 나라에 여행 온 것 같았다. 어린아이들을 데리고 온 외국인 부모들이 많았는데, 어른도 신기한데 아이들은 얼마나 신기할까?
거대 항구 함부르크 보트투어
미니어처 박물관을 구경한 후 밖으로 나오니 비는 더 이상 오지 않았다. 독일의 비는 소나기보다는 조금씩 내리는 이슬비라더니 잠깐 오다 말아서 다행이었다.
다음 관광은 배를 타고 항구를 투어 하기로 하기로 했다. 미니어처 박물곤을 관람하면 할인 혜택을 있어서 성인 17유로에 항구투어를 예약했다. 미니어처 박물관에서 5분 거리에 있는 가까운 항구로 갔다. 미니어처 박물관에서 다리를 건너면 함부르크를 가로지르는 엘베강이 보인다. 함부르크를 여행하는 동안 내내 동반한 강이다. 엘베강을 따라가면 북해에 다다른다.
항구보트투어를 원하는 사람들은 많지 않았다. 우리 가족 포함 10명도 되지 않은 사람들이 함께 했다. 배를 운전하는 기사는 운전과 설명을 동시에 했다. 출발부터 독일 말로 열심히 설명해 주었는데 독일어를 빨리 말하니 약간 시끄러웠다. 독일어는 당연하게 하나도 알아듣지 못했다. 도심의 좁은 강을 따라 내려갈 때는 이탈리아의 베네치아를 온 듯했고, 점점 강이 넓어지면서 큰 대양을 만난 것 같았다. 배를 타고 가는 동안 항구 주변 도시의 풍경을 감상했다.
함부르크의 랜드마크 엘프필하모니 음악당을 다양한 각도에서 볼 수 있었고 항구를 따라 여러 건물을 구경했다. 어디가 어디인지 모르지만 건물벽에 붙은 몇몇 건축물은 이름을 써 붙여놓아서 극장인지 박물관인지 등을 알 수 있었고, 어떤 하우스는 주택 이름을 건물벽에 큼지막하게 써 놓아서 아파트 이름을 알 수 있었다.
함부르크에는 항구의 창고 시설로 사용하기 위해 지어진 세계 최대 규모의 슈파이허슈타트(Speicherstadt)가 있다. 1885년에서 1927년까지 건설되었는데 전쟁 중 폭격으로 손상된 후 1949년에서 1967년까지 재건축되었다. 이곳은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되었다. 배를 타고 가면서 보는데 길게 늘어선 붉은 벽돌이 다닥다닥 붙어 있는데 창고처럼 보이지 않는다. 하우스 Haus라고 이름 붙여진 아파트로 보인다. 내부는 어떤 모습일지는 들어가 보지 않아서 모르겠다. 슈파이허트슈타트 거리를 제대로 감상하려면 거리를 걸으면 되겠지만 시간이 부족하다면 미니어처 박물관에서 다른 건물로 이동하는 중에 보면 더 선명하게 잘 보인다. 보트투어 할때도 충분히 감상할 수 있다.
배가 도시의 중심지를 벗어나니 끝이 보이지 않는 바다가 보였다. 긴 둑이 있는 부둣가에 컨테이너와 기중기 수십대가 즐비하다. 선장님이 움직이던 배를 멈추어 세우고 한참 동안 독일어로 뭔가 설명을 했다. 아마도 함부르크 부두에 대한 설명으로 얼마나 많은 컨테이너가 있고 부두를 통해 어떤 물건들이 어디로 가는지 등에 대한 설명이었으리라 예측했다.
함부르크 항구는 12세기 개항하여 19세기 중 유럽과 미대륙 간 화물선과 여객선 왕래의 허브역할을 했다. 20세기 컨테이너 터미널을 조성하여 지속적으로 성장했다. 현재 유럽 제3위(유럽 1위 네덜란드 로테르담, 벨기에 안트베르펜), 세계 제18위의 무역항이다. 연간 선박 8,000척, 화물열차 1,300대, 해상화물량 1.26억 톤, 컨테이너 물동량 8.5백만을 기록한다고 한다. 여느 항만과 다른 점은 도시 외곽이 아니라 도심 한복판에 항만시설이 위치하고 있다는 점이 특징이다.
항구투어는 1시간 했는데 함부르크 전체를 본 것 같았다. 함부르크가 정말 큰 항구라는 것을 눈으로 직접 본 거다. 보트 투어를 하지 않았다면 함부르크의 극히 일부만 보았을 것이다. 함부르크 여행을 한다면 반드시 항구 보투 투어를 권한다.
전쟁의 상흔 성니콜라이 교회
항구 보트 투어를 마치고 점심을 먹으러 갔다. 딸은 점심은 어디서 먹을지 한참 검색을 했다. 항구도시에 왔으니 생선 요리를 먹기로 했다. 점원이 추천해 준 요리를 시켰는데 특선 메뉴로 청어요리라고 했는지 정확히 알아듣지는 못했다. 생선요리는 맛이 담백하니 먹을만했다. 독일 여행 중 생선요리는 처음이자 마지막이어서 의미가 있었다.
독일에서는 요리를 시키기 전에 항상 음료를 시킨다. 이 나라 음식 문화인 것 같다. 마치 그것이 국룰처럼 되어 있어서 우리도 요리 전에 맥주나 음료를 시켰다. 이번 점심 때는 탄산수를 시켰는데 물값이 맥주보다 비쌌다. 맥주가 4유로 하는데 탄산수가 4~5유로이니 이후에는 식당에서는 식당에서 물은 시키지 않았다. 음식점에서 물을 시켜 먹기에는 돈이 너무 아까워서 맥주나 커피를 시켰다. 그러다 보니 낮술을 많이도 먹었다. 몇 달 먹을 맥주를 독일에서 다 마셨다.
식사하러 가기 전에 높이 솟아 있는 성이 보였는데 그곳에 먼저 갔다.
성니콜라이 교회는 함부르크의 5대 복음교회 중 하나인데 현재 정식명칭은 성니콜라이 기념관(Mahnmal St.Nkilai)이다. 1863년 고딕양식의 교회인데 세계 제2차 대전 때 폭격을 맞아 첨탑과 일부 외벽만 남고 모두 소실되었다. 전망대와 광장에는 전시관으로 사용하고 있다. 첨탑높이는 147m로 함부르크 에서 제일 높은 TV 타워(Heinrich-Herz-Turm) 다음으로 높다. 유로로 엘리베이터를 타고 첨탑 전망대까지 오를 수 있다.
성니콜라이 교회 앞에는 공원이 형성되어 있고 동상도 하나 있다. 멀리서 걸어갈 때마다 첨탑이 보여서 눈길을 끈다. 성벽은 검은색인데 제2차 세계대전 때 폭격을 맞아 그을음으로 검은 벽돌이 되었다. 독일 유적지는 전쟁으로 많이 유실되었고 전쟁 때 입은 폭격의 흔적으로 검은 벽돌이 많다. 입구를 통해 들어가니 건축물은 온데 간데없고 휑하니 성당 외부의 도로와 도시의 건축물이 그대로 보인다. 광장을 중심으로 외벽으로 빙 둘러서 남아있는 건축물들이 전쟁의 참혹함을 보여주고 있다.
교회 광장에는 사람들이 사진을 찍고 있고 작은 전시가 열리고 있다. 영어도 독일어도 까막눈이라 자세히 들여다보지는 않았는데 전쟁과 세상에 던지는 또 다른 질문을 하고 있는 것으로 보였다. 'What are language guidelines, and who sets them?' 우리말로는'언어의 지침은 무엇이며, 누가 설정하는가?'인데 어떤 의도의 질문인지 알지는 못했다.
교회 첨탑에서 2시를 알리는 종이 울렸다. 독일을 다닐 때 흔히 볼 수 있는 모습이 교회나 성당에서 매시각 정시에 종이 울렸다. 관광객 눈에는 약간 시끄럽지 않을까 생각했는데 이 나라 문화라서 그런지 다른 사람들은 별로 신경을 쓰지 않은 것 같았다.
사람들이 입장료를 내고 종탑에 오르는 모습을 보며 오를까 말까 고민하다가 올라가지 않았다. 나중에 보니 함부르크에서 두 번째로 높은 탑이고 시내를 볼 수 있는 전망대도 있으니 오를 것 그랬다.
함부르크 랜드마크 엘프필하모니
딸이 힘들어해서 숙소로 돌아가자고 했더니 그래도 아쉽다고 하여 엘프필하모니 음악당으로 이동했다. 함부르크 거리를 20여분 걸어서 이동했다. 도시를 관통하면서 걸으면서 항구를 보고 엘베강도 보고 미니어처 박물관의 다리도 다시 건넜다. 천천히 걸으면서 점심소화도 시켰다.
엘프필하모니는 항구 보트 투어할 때도 보았는데 도심을 걸으면서 여러 곳에서 잘 보인다. 어디에서든 잘 보이는 이곳은 함부르크의 랜드마크라고 할만하다. 항구보트투어 할 때 보니 사람들이 엘프필하모니 건물 중간 지점에서 많이 모여서 있는 모습을 보았는데 가까이서 보니 어디쯤인지 알 것 같았다.
엘프필하모니(Elbphilharmonie) 음악당은 원래 창고였던 Kaispeicher를 허물고 건립하기로 했으나 이 창고가 건축사적으로 의미가 있어서 허물지 않고 그 위에 지었다고 한다. 엘프는 엘베강(Elbe)과 필하모니를 합한 뜻이다. 2017년 첫 콘서트가 열렸다고 한다.
우리도 건축물 중간까지 들어갈까 망설이기는 했지만 너무 피곤하니 일찍 숙소로 돌아가기로 했다. 엘프하모니에서 클래식 음악회라도 본다면 좋을까 생각해보지 않은 것은 아니나 우리에게는 쉼이 더 필요했다. 랜드마크는 밖에서 실컷 구경하는 것으로 만족이다.
장애인 배려하는 버스
엘프필하모니는 함부르크의 랜드마크이니 여러 장의 사진을 찍고 지하철을 타고 이동하여 버스로 환승해서 숙소로 향했다. 우리 딸 몸이 먼저이니 계획으로 잡았던 성미카엘 교회, 작곡가 구역, 라이츠할레 콘서트홀, 루프탑 오르기 등은 과감히 제쳤다.
숙소로 향하는 길에 버스에 휠체어 타는 승객이 있었을 때 어떻게 하는지 자세히 보았다. 버스 뒷문의 하단 기를 내리고 경사로를 놓고 버스에서 내려서 휠체어 타는 사람을 도와 버스에 오르도록 해주었다. 우리나라에서 버스에 휠체어는커녕 유모차가 타는 모습을 본 적이 없어서 신기하고 부럽기도 했다.
버스를 갈아탈 때 방향을 잘못 잡아서 거꾸로 한 정거장을 갔다가 되돌아왔다. 오후 4시에 숙소에 돌아와 일찍 휴식을 했고 실컷 한숨 잔 뒤 저녁 느지막이 식사를 했다. 휴식시간이 길어서 책도 읽을 수 있었다.
3일 차 여행은 일찍 마무리했는데 아쉬움보다는 우리 가족 여행을 우리에 맞게 조정할 수 있다는 자유여행의 장점을 최대한 활용해서 좋았다. 전원주택에서 언제 이렇게 자보겠나 싶고 여행 중 우리 마음대로 쉼을 한다는 것은 새로운 경험이었다.
여행은 다르면서 같고 같으면서 다른 것
구름이 잔뜩 낀 낯선 도시에서의 하루는 어쩌면 특별할 것 없는 것인지도 모른다. 그저 우리와 사는 모습이 조금 다르고 모습과 건축물, 자연환경이 있을 따름이다.
우리나라와 버스보다 더 긴 독일 버스는 출구가 앞과 뒤, 중간 세 군데에 있다. 어떤 버스는 긴 버스 2대를 연결해서 다니기도 한다. 트램은 도시에 레일 위를 전선줄을 타고 달린다. 건널목은 실선으로 양쪽에 두줄로 그어져 있는데 여기가 건널목인지 모르지만 초록신호등 불이 들어온 것을 보니 건널목임에 틀림없다. 하우스 Haus라는 건축물 이름이 벽에 크게 새겨져 있다. 멋없어 보이다가도 그것이 이 도시의 특징인 것 같다. 거리의 푸드트럭에는 우리와 다른 얼굴을 한 사람들이 우리와 같은 모습으로 군것질을 하기 위해 기다리고 있다. 점심으로 먹은 생선요리는 우리 입맛에도 맞다. 탄산수는 조금 비싸지만 역시 탄산수 맛이다. 다리에 자물쇠를 채우는 것은 여느 나라나 비슷하다. 그들의 사랑이 이루어졌기를 빈다. 별 것 없는 거리의 모습은 우리와 달라서 감성 있다. 구름낀 하늘조차 이국의 낭만이다. 도시를 흐른 강물과 강을 건너는 다리는 이곳 함부르크에서도 수많은 사람들을 이어주고 만나게 했을 것이다.
비슷한 것 같지만 조금씩 다른 모습들이 모여 이국적인 피사체를 만든다. 무심히 툭툭 찍은 함부르크 도시의 모습이 그냥 예쁘다. 해외여행의 맛이란 다르면서 같고 같으면서 다른 모습을 즐기는 것이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