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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하민영 Aug 24. 2024

윌코멘 인 도이칠란드

독일에 오신 것을 환영합니다, 독일여행 1일 차

 밝힌 바와 같이 독일 여행은 설렘이 없이 시작했다.  그저 딸을 만나는 것이 목적일뿐이었다.

출국 하루 전날 비행기 좌석을 예매하지 않고 항공편만 예매했다는 것을 알고 깜짝 놀라 식겁했다. 날짜나 항공권을 잘못 예매했으면 어쩔 뻔했느냐며 그나마 다행이라 여겼다.      


독일 여행 출발하는 아침. 캐리어 가방을 두 개 끌고 지하철로 이동하여 인천공항에 도착했다. 공항에 도착하니 없던 설렘도 생겨났다. 남편과 여행 기념사진을 찍으며 기분을 냈다. '역시 여행은 들뜨게 해.'라며.

공항은 붐비지 않았다. 30여 분을 기다려 해당 항공사 데스크에서 수속을 시작했다. 항공사 직원에게 실수로 좌석을 지정하지 않았다고 말하고 지정해 준 대로 좌석을 받았다. 짐 두 개를 부쳤다. 짐은 1인 1개 23kg까지 수화물로 부치는데 무료이고, 1개이상은 돈을 내야한다. 8kg 이하 짐은 비행기 탑승이 가능하다.


항공사에서 지정해 준 자리는 남편과 꽤 멀리 떨어진 좌석이었다. 인천공항에서 독일 프랑크푸르트 암마인 공항까지 비행시간 13시간 20분을 모르는 사람과 붙어 앉아서 갔다. 내 좌석은 비행기 중간 앞쪽에 있었고 남편은 비행기 뒷부분에 좌석이 있었다. 중간에 가림막이 있어서 남편이 앉은자리가 보이지 않았다. 비행하는 동안 남편이 나를 한번 찾아왔고, 내가 남편을 한번 찾아갔다. 남편은 옆에 앉은 외국인 여자 승객이 과자도 하나 주면서 본인이 자고 있더라도 깨워서 편하게 이동하라고 했다고 한다. 남편 좌석은 비행기 맨 뒷자리였는데 자리가 이동하기 편한 편이었다. 내 좌석은 가운데 자리로 양옆에 20~30대로 보이는 남성과 여성이 앉았다. 자리에서 이동하려면 옆에 여성에게 양해를 구해야 했다. 두 번 자리에서 일어나서 화장실도 가고 스트레칭도 하고 왔다. 서너 번은 왔다 갔다 하려고 했는데 자는 시간이 많아서 이동하는 횟수가 많지 않았다.


비행기 탈 때 


비행기를 탈 때 가장 큰 걱정거리는 이륙과 착륙할 때 기압 차이로 귀가 아픈 것이었다. 귀에 통증을 방지하기 위해 비행기에 타자마자 귀마개를 꽂았고 이륙할 때는 귓바퀴를 말아 압력을 줄였다. 기압차를 줄이기 위한 나름의 방안이었다. 다행히 왼쪽 귀에서 약간의 통증이 있었는데 참을만했다. 착륙할 때도 같은 방법을 사용했는데 별문제 없었다. 귀통증이 ‘항공사의 비행기 기종에 따른 문제인가? 비행기도 자동차처럼 외부 환경에 영향을 덜 받도록 튼튼하게 만든 비행기가 있고 그렇지 않은 비행기가 있는 것이 아닐까?’ 하는 의심이 들 정도였다.


비행시간은 직항으로 13시간 20분으로 꽤 긴 시간이라서 걱정되었다. 경유하는 비행기도 있었지만 직항이 편하고 이동시간을 단축할 수 있을 것 같아 직항을 선택했다. 장시간 비행에 대한 고난으로는 지루함과 허리통증 및 근육통이다. 자리에 앉아서 몇 번은 앉은 자세에서 허리도 펴고, 비행기 뒷자리로 가서 남편과 함께 서서 스트레칭도 한참을 했다. 이번 여행은 생각했던 것보다 고단하지 않았다.


수면 유도 젤리나 멀미약을 먹으면 도움이 될 것 같았는데 수면 유도 젤리는 구입하지 못했고 멀미약은 깜박 잊고 캐리어 가방에 넣어 짐을 부쳐버렸기 때문에 먹지 못했다. 걱정했던 것에 비해 비행기 멀미도 안 했고 잠도 푹 잤다. 온몸이 뻐근하기는 했지만 잠을 잘 자서 그런지 비교적 선방한 비행시간이었다. 전날 잠을 많이 못 자서 푹 잔 것 같다. 비행전날 잠을 덜 자고 비행기에서 푹 자는 것도 하나의 방법인 것 같다.

비행기에서 지루함을 달래기 위해서 미리 다운로드해 둔 드라마를 한편보고, 비행기 모니터로 영화를 보았다. 비행기 모니터에 영화는 재미가 없었다. 항공사에서 제공하는 영화는 대부분은 오래되고 재미있는 영화를 찾기 어렵다. 가능하면 본인 휴대폰이나 패드에 미리 다운로드하는 것이 좋다. 드라마와 영화도 별로 재미가 없고 피로해서 그런지 잠이 와서 제대로 보지 않았다. 다행히 비행시간에 지루할 겨를 없이 잤던 것이 나았다.

발베개는 가지고 갔는데 승무원이 금지시켜서 발베개는 하지 못했고 목베개만 하고 잤다. 양말은 이전 여행에서 받은 느슨한 양말을 신었고 기내용 슬리퍼로 갈아 신어서 그런지 발이 많이 붓지 않았다.


드라마나 광고에서 보면 비행기에서 책을 보는 장면이 나오는데 사실 비즈니스 좌석이라면 가능할까 이코노미클래스 좌석에서는 불가능에 가깝다. 좌석이 너무 비좁고 불을 켜면 옆좌석 승객에게 민폐이기 때문에 어렵다. '이로코미 클래스 신드롬'이라는 말도 있는데 비좁은 좌석에서 장시간 여행을 하는 사람에게 다리 정맥 혈전이 발생하고 폐동맥을 막아 호흡곤란이나 심정지를 일으킨다고 하니 항공사에서는 좌석 환경을 개선해야 한다. 좁은 공간에 많은 승객만 태우려고 하지 말고 조금 넉넉한 공간을 마련해서 여행이 좀 더 편안하게 한다면 장시간 비좁은 좌석에서의 여행에 대한 부담이 줄어서 비행기로 여행하는 사람이 많아질 것으로 예상된다. 그러니 비행기 좌석을 좀 더 인간적으로 만들었으면 한다.


비행기에서 식사 두 번과 간식 두 번이 나왔다. 식사는 코리안비프와 비빔밥이 나왔다. 코리안 비프는 먹을만했고 비빔밥은 고추장만 발라 놓은 듯 맛이 없었다. 제공된 고추장을 넣으니 맛있었다. 고추장은 아주 맛있었다. 강력히 추천! 남은 것은 슬쩍 챙겨 넣었다. 아몬드, 초콜릿, 과자까지도. 스크램블드에그는 부담스럽지 않아서 좋았고, 빵, 버터, 잼도 맛있다. ‘이번 여행에서는 뭐든 새로운 것은 모두 먹고 맛보아야지!’라며 야무진 다짐을 하며 다 먹었다. 와인도 한잔 마셨다. 취기가 올라와 잠이 쏟아졌다. 맥주는 화장실을 자주 가는 불편함이 있으니 와인 한 잔 마시고 자는 것도 좋다. 토마토주스는 엄청 진하고 짜다. 커피도 한잔 마셨다. 커피를 좋아하지 않는 나 같은 사람은 빵을 찍어 먹어도 좋다. 간식으로 나온 초콜릿과 과자도 맛보았다. 물은 그냥 물이다.

맛있게 식사를 한 다음에는 자리에서 일어섰다. 식사 후에는 가스도 차니 소화를 시킬 겸 일어서는 것이 좋다. 일어서서 화장실도 가고 양치도 하고 스트레칭도 하는 것이 장시간 비행에 이롭다. 자리에서 일어나서 화장실 갔다가 남편에게도 다녀왔다. 둘이 서서 이야기 나누며 스트레칭도 했다. 몸을 풀고 나서 몇 시간을 편안하게 잘 수 있었다.       


비행기를 타니 얼마 전에 보았던 영화 ‘하이재킹’이 생각났다. 비행기 테러범에 납치되어 기장과 부기장, 승무원, 승객들이 모두 어려움을 겪는 과정을 그린 실화에 바탕을 둔 영화다. 실제로 비행기 사고가 일어날 확률은 교통사고보다 훨씬 적음에도 불구하고 비행기 사고가 발생 즈음에는 비행기를 타지 않으려는 사람이 많다고 한다. 영화를 본 지 얼마 안 되어 괜히 불안감이 있었지만 실제 벌어지지 않을 것이라고 마음을 바꾸었다. 영화는 영화일 뿐이라 여기며 비행을 시작했다. 당연하게도 우리의 비행기는 하이재킹(운항 중인 항공기나 배 따위를 납치하는 것)당하는 일 없이 독일 프랑크푸르트 암마인 공항에 제시간에 안전하게 도착했다.  


웰코멘 인 도이치란트


「딸, 독일 공항 도착」

「출구에서 기다리고 있을게요.」

공항에 도착하여 딸과 카톡을 주고받았다.

도착 시간은 오후 6시 30분이다. 독일은 한국에 비해서 시차가 8시간 늦고, 여름에는 서머타임(summer time)으로 7시간 늦다.

비행기 좌석이 멀고 남편과 내가 비행기 내리는 출구가 달라서 서로를 찾아서 헤매다가 입국심사 전에 만났다. 입국 전에 짐을 찾아야 하는 것 아니냐며 둘이 옥신각신하는데 한국인 다른 여자 승객도 우리를 따라왔다. 우리도 어디서 짐을 찾아야 하는 줄 모르는데 난감했다. 한참을 헤매다가 입국심사 후에 짐 찾는 게이트가 있다는 것을 알았다. 입국심사 할 때 직원이 이것저것 묻고 따지면 사용하라는 커닝페이퍼(cunning paper)를 딸이 주었는데 걱정은 기우라고 간단하게 왜 방문하느냐 정도만 묻고 통과했다. 입국심사는 가족은 함께 받아도 돼서 남편과 나는 나란히 서서 받았다. 입국심사 때 영어가 잘 안 들릴 것 같아 긴장도 되지만 간단한 것만 물어보니 쫄 것도 없다.

      

캐리어 두 개를 찾아서 출국장을 나서니 바로 딸이 보인다. 깜찍한 환영의 손팻말까지 들고서 환영해 준다.


이 OO 하 OO

     환영합니다.

     Willkommen in Deutschland 〛


페이스톡만 하다가 얼마 만에 만나는 딸인지 직접 만나니 더 좋다. 딸을 껴안고 반가운 인사를 한다.

“우리 딸 잘 지냈어? 어찌 살았어?”

“맨날 엄마 아빠 보고 싶었지.”

“보고 싶은데 어떻게 견뎠어?

“그냥 견뎠지. 딸이 견디는 건 잘하잖아. 히히히.”

늘 외롭다고 말하던 딸이 잘 견딘 것 같아서 대견하다. 가족을 떠나 타향살이를 몇 달간 지속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늘 어리게만 느껴지던 딸이 물설고 낯선 곳에서 세월을 이겨낸 것이 신기하다. 공항에 미리 와서 엄마·아빠를 기다리는 동안 한국인 유학생을 만나 인사도 했단다. 그걸 보니 늘 여리기만 한 딸이 살아가는 방법을 나름 터득한 것 같아서 기특하다.


공항 앞에서 숙소에서 제공하는 셔틀버스를 탄 시각은 저녁 8시 반. 태양이 붉게 저녁노을을 물들이고 있다. 카메라에는 제대로 잡히지 않았는데 우리나라 6시 반쯤 되는 분위기를 연출했다.  

“날이 왜 이렇게 밝아?”

“10시나 되어야 어두워져. 독일은 여름엔 낮이 길어. 대신 겨울은 낮이 엄청 짧고 추워.”

날은 무덥지 않았고 반팔이 딱 어울리는 날씨였다. 낮기온 24~26도 밤에는 17~8도 정도라고 하니 생활하기 좋은 날씨다. 9시반이 넘어서야 어스름해졌다.     


숙소 도착 마트 장보기


10여분을 달려 숙소에 도착하였다. 딸이 미리 와서 체크인을 해두어서 바로 입실했다. 하룻밤만 잘 숙소라서 작은 숙소였지만 있을 것은 다 있었다. 엄마·아빠는 기내에서 저녁 식사를 두 시간 전쯤 먹어서 배고프지 않았지만, 딸은 약간 출출하다고 했다. 저녁 식사는 간단하게 먹기로 했다.


숙소 인근에 마트가 있어서 장을 봤다. 물, 요거트, 납작 복숭아, 과자, 치즈, 소시지, 맥주 등을 샀다. 요거트는 딸이 먹어본 중에서 가장 맛있다고 하고, 납작 복숭아는 딸이 독일에서 가장 좋아하는 과일이라고 했다. 독일에 왔으니 맥주를 마셔야지 했다. 독일 치즈와 소시지도 유명하니 당연히 맛보아야 하고 과자는 맥주 안주로 먹어봐야 한다.

엄마의 눈이 돌아가는 소리가 난다. 독일에 도착하자마자 장보기라니. 패키지여행에서는 맛볼 수 없는 즐거움이다. 한글은 찾아볼 수 없고 독일어만 가득한 마트가 어찌나 신기하던지. 좋은 신문물을 접하는 것 같다. 경이로운 장관을 보는 듯 정신없이 카메라를 눌렀다. 우리나라 제품인 불닭볶음면도 있다. 해외에서 불닭볶음면 먹기가 유행이라고 하더니 버젓이 한쪽 코너를 차지했다. 채소나 과일은 우리나라에서도 흔히 볼 수 있는 제품들이 대부분이다. 사진을 찍고 보니 맥주 사진이 가장 많고 그다음이 소시지와 치즈 사진이다. 독일에서는 맥주와 소시지지! 암~ 그렇지.


맥주와 소시지 맛


장을 보고 나오는데 음식점 옆 야외 테이블에서 저녁과 맥주를 즐기는 사람들이 많다.

“외국인들 진짜 많다. 다 외국인이다. 흐흐흐.”

“엄마가 외국인데. 하하하.”

한국인은커녕 동양인과 흑인도 보이지 않는다. 거의 다 백인이다. 서양인과 독일인을 구분하기 어렵다. 아마 거의 독일인 것 같다. 동양인은 우리 가족뿐이다. 그것이 왜 이리 기분 좋은 일인지 모를 일이다.


저녁으로 라면을 먹기로 했다. 라면은 너구리와 참깨라면을 한국에서 사갔는데 딸이 참깨라면을 먹고 싶다고 했다. 독일 아시안 마트에도 라면을 파는데 너구리와 참깨라면 없다고 한다. 참깨라면은 딸이 좋아하는 라면 중 하나다.

엄마는 라면을 끓여서 딸에게 융숭하게 대접하고 딸은 맛나게 먹는다.  

“후후후 후루루루룩. 음~~~ 맛있다. 역시 이 맛이야. 엄마가 끓여주는 라면이 최고!”


엄마는 독일 맥주에 치즈와 소시지, 토마토칩 과자를 먹는다.

“크! 캬~ 역시 독일 맥주는 맛있다.”

"엄마, 그거 과일주라 은근히 취해."

엄마가 먹은 쉐퍼호퍼(Schöfferhofer) 맥주는 석류(granatapfel) 맛 맥주로 입맛에 딱이었다. 알코올이 적고 과일 향이 있으니 맛일 수밖에. 레몬맛 리혀(Licher, 바이젠 맥주/ 핥다, 진탕 마시다(속어))도 맛있었다. 과일 맛 맥주가 엄마의 입맛을 취향저격했다. 개인적으로 흑맥주는 별로 좋아하지 않는데, 산 미구엘(San Miguel, 스페인어로 성 마카엘) 이 흑맥주는 쓰지 않아서 좋았다. 산 미구엘은 필리핀의 다국적 회사라고 한다. 어떤 맥주인지도 모르고 딸이 추천한 맥주라서 마셔 보았는데 다 맛있었다. 맥주라면 우리나라 T맥주와 C맥주밖에 모르는데 덕분에 다양한 맥주맛을 보게 되었다.

쉐퍼호퍼와 리혀 맥주는 프랑크푸르트 맥주로 우리나라에도 수입되어 우리나라 소비자의 입맛을 사로잡고 있다고 한다. 우리나라 술(소주와 막걸리)이 지역마다 있듯이 독일도 맥주가 지역마다 특색 있는 맥주가 있다고 한다.

맥주는 물이 오염되었거나 석회수 물로 그냥 마실 수 없어서 맥주를 만들어 먹기 시작했다는 속설이 있다. 독일 물도 석회수로 그냥 마실 수 없고, 샤워할 때도 필터를 사용해야 한다. 물 대신 맥주를 마시다 보니 종류가 다양해졌다고 하는 것은 이미 알려진 사실이다. 맥주가 만들어진 과정이야 어쨌든 독일 맥주는 맛있었다. 독일에서 먹으니 모두다 독일 맥주다.

소시지는 뜨거운 물에 데쳐먹었고, 맛은 담백했다. 사실 소시지 맛의 차이는 잘 모르겠다. 토마토칩 과자는 맛이 너무 진해서 먹다 남은 걸 며칠 동안 가지고 다니면서 먹었다.

 

맥주 한 잔을 마신 아빠(남편)는 얼굴이 벌게지면서 피곤했는지 바로 잠이 들었다. 전날까지 일만 하다 독일로 날아온 아빠(남편)는 고단했을 것이다.

딸과 엄마는 맥주를 마저 마셨다. 딸은 엄마가 그리웠다며 엄마에게 꼭 붙었다.

여행 첫날,  딸과의 상봉으로 들 프랑크푸르트 암마인 밤은 서서히 깊어 갔다.


**현명하게 비행하는 법은 스페인 여행기 참조하세요**

https://brunch.co.kr/@meanyoung20/2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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