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다시마 Sep 09. 2021

이직 한달 차, 또 이직을 결심하다Ⅱ

타이밍이 안맞는 사람

타이밍이 안 맞는 사람 


  살다보면 몇번씩 마주치는 '타이밍이 안맞는 사람'을 혹시 알고있는지? 뭐 지나간 인연을 떠올리며 '걔랑은 참 타이밍이 안맞았어' 라는 타이밍 말고. 

  '엥? 이상황에서 그런 말을?' 

  '엥? 갑자기 저 말은 왜?'

  '뜬금없이 이 말이 왜 나오지?'

  하는 타이밍 말이다. 뜬금없이 TMI 날리고, 자기 자랑하고 이상한 포인트에 집착하는 그런 '타이밍이 안맞는 사람' 

  새로 입사한 회사의 대표. 즉 내 작업실에 기생했던 옆자리 사기꾼은 (후에 이사람을 왜 사기꾼이라고 부르는지 알게될 것) 그런 사람이었다. 예를 들면, 열심히 일하고 있는데 갑자기 뜬금없이 

  "나 사실 아동학대 피해자야" 

   라는 말을 툭 던진다. 그때 나와 대표는 같이 일한지 일주일도 되지 않을 때였다. 갑자기? 라는 생각에 마우스를 놓고 대표쪽으로 고개를 돌렸다. 

  "나 어릴때 캐나다로 유학갔는데 거기 살던 우리 삼촌이 나 영어못한다고 공부하라고 방에 가둬놓고 그랬어..아직도 기억나" 

   뜬금없는 대표의 말에 너무 놀라 뭐라고 반응해야할지 몰라서 한참 머뭇거리다가 

   "아..많이 힘드셨겠어요.." 

   대표는 피식 비웃더니 

   "공감하려고 애~쓴다" 

   라고 대답했다. 공감? 공감을 못하는 건 아니었다. 나도 어릴 적 꽤 불행하게 자랐고 (굳이 따지자면 대표의 저 말보다 훨씬 많이) 그 덕에 만성 우울증까지 앓아 아직도 약을 먹고 있으니 공감하지 못하는 건 아니었다. 마음의 흉터에는 깊이가 없다는 말처럼 굳이 고통의 정도를 따지고 싶은 건 아니고, 다만 내가 반응을 망설였던 건 일한지 일주일 된 직원에게 한참 업무하고 있는 와중에! 그 주제로 대화를 하고 있던 것도 아니고 정말 정적이 흐르던 사무실에서 뜬금없이 그런 말을 했기에 당황했던 것이다. 오히려 공감은 본인이 못하고 있는 것 아닌지? 직원이 얼마나 곤란할 지 공감하지 못하는 건 아닌지? 

   또 하루는 같이 점심을 먹던 중, 대표가 본인이 성인 ADHD라며 고백을 하는 것이다. 그리고 '건강염려증'도 보유하고 있다고. 눈치는 채고 있었다. 대표는 5분을 앉아있지 못하고 자꾸 돌아다니고, 다리도 심하게 떨고, 집중을 잘 못하고, 툭하면 본인이 암 같다며 일하던 와중에 병원으로 달려가기도 했다. 트름을 너무 많이해서 위암 같다고 병원에 달려가는 사람.. 그런 사람이었다. 

  "아..혹시 약은 드세요?" 

  라고 물었다. 그리고 나는 머뭇거리다가 나의 불안장애에 대한 이야기를 슬쩍 꺼내며 약을 먹으니 많이 좋아졌고 훨씬 도움이 되더라. 먹다가 줄여가면 되니까 한번 병원 가보시면 어때요? 라고 조심히 이야기했다. 정신적으로 아픈 게 정말로 힘든 일임을 알아서 대표에게 넌지시 이야기 해본 것이다. 대표는 밥을 우물거리며 씹다가 툭 내뱉었다.

  "우리 와이프 약사잖아. 정신과 약 먹으면 끝이래. 뇌를 건들이는 순간 사람이 다 망가진다더라고. 못쓴대. 나는 그래서 저얼대 안먹을거야"

  순간 나는 멈칫, '그럼 약을 먹고 있는 나는 끝인건가? 다 망가졌다는 건가?' 라는 생각이 들었다. '왜 굳이 저런 말을?' 머릿 속이 혼란스러워졌다. 그냥 '와이프가 약사잖아. 먹는 걸 추천하지 않더라고' 정도만 이야기해줘도 되지 않았나? 

  며칠 대표와 함께 있어보며 다양한 대표의 TMI를 듣다보니 불현듯 스쳐가는 생각이 있었다.

  '아. 이 사람.. 공감능력이 없구나' 


내 친구가 더 부자야


   일한지 2주쯤 되었을 때 대표가 뜬금없이 내게 본인 친구에게 여자소개 좀 해달라고 말했다. (참고로 대표는 나보다 3살 위) 이 소개 요구도 어이가 없었지만 '친구들이 대부분 다 남자친구가 있어서요.' 라고 대답했더니 

   "그래? 내 친구들 다 돈많아" 

   라는 것이다. 하..또 이 이야기를 꺼내니 골치가 아프네.. 돈이 많으면 뭐하나 내 친구들이 다 남자친구가 있다니까. 그리고 갑자기 사람 소개에 돈 이야기가 왜 나오는지?

   "괜찮아요. 소개해드릴 만한 애가 없네요." 

   "아니 XX씨 카톡프사에 같이 있는 친구 예쁘던데 소개 좀 해줘" 

   "아 걔도 남자친구가 있어요."

   "내 친구 부자라니까. 소개 좀 해줘~"

   여기까지 했으면 끝내야지 대표는 정도를 모르고 계속 보챘다. 남의 카톡프사는 왜 들여다보고 저 지랄을 떨지? 

    "걔 남자친구도 돈 많아요."

    유치하지만 너무 짜증이나서 톡 쏘아 붙혔다. 그랬더니 이 망할놈의 사기꾼이 내게 말하길

    "내 친구가 더 부자야. 뭐 얼마나 부잔데? 집 잘살아?"

    이런 유치 뽕짝인 말을 하는 것 아닌가? 정말 어이가 없네. 적다보니 더 어이가 없구나. 이게 회사 대표와 직원 사이에 오갈 대화인 건가? 나는 정색하며 친구 남친이 모 반도체 대기업에 다니는 사람이고 연구원이라더라. 그러니까 그냥 신경꺼! 라는 뉘앙스로 대답했다. 

   "어? 거기 모 반도체 대기업? 내 친구 다니는 곳인데 물어봐야지. 친구 남자친구 이름 뭐야?" 

   그러더니 핸드폰을 들고 전화를 거는 것이 아닌가? 

    "어! OO아 잘지냈어? 혹시 너네 직원 조회 할 수 있냐? 나 뭐 좀 물어볼게" 

   나는 넋이 나가 이 사람이 도대체 뭐하는 짓이지? 이게 무슨 일이지? 싶어 멀뚱히 대표를 바라봤다. 대표는 입모양으로 '이름!' '이름뭐야?' 라며 방정맞게 호들갑을 떨어댔다. 대표는 자신의 인맥을 자랑하고 싶어 안달나 보였고 내게 '니가 틀렸어! 그런 사람 없어!' 라고 말하고 싶어 안달나보였다. 나는 5초 정도 대표의 눈을 빤히 바라보다가

   "이름 몰라요."

   하고 고개를 돌려 모니터를 바라봤다. 이름은 알고있었다. 그리고 그 회사에서 일한다는 것도 확신하고 있었다. 그런데 남의 남자친구를 뒷조사하는 것 같은 말도 안되는 상황에 엮이고 싶지 않았다. 뭔가 말할 수 없는 꺼림직한 기분이 들었다. 


   '이사람과 계속 일해도 되는걸까?'

   

   불현듯 불안이 몰려왔다. 

이전 10화 이직 한달 차, 또 이직을 결정하다 I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