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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다시마 Oct 07. 2021

이직 한달 차, 또 이직을 결심하다 XI

그의 거짓말

그의 거짓말


   대표는 거짓말을 밥 먹듯이 하는 사람이었다. 하도 거짓말을 하니까 본인이 한 거짓말을 기억도 못하던 사람이었다. 그래서 매번 내가 "저번에는 ~~라고 하지 않으셨어요?" 라고 하면 정말 전혀 모르겠다는 표정으로 "내가? 내가 언제?" 라고 우겼다. 개인적인 생각으로 사람이 거짓말을 하는 건 그럴 수 있다고 생각한다. 누구나 거짓말 한번쯤은 해봤을테고 나도 곤란한 상황에 사실보단 거짓을 말하는 경우도 있었다. 그런데 거짓말이 매일, 매번, 그냥 튀어나오는 건 문제다. 심각한 문제

 

1. 사무실

   1편에서 말했듯이 대표는 회사의 사무실이 있지만 곧 뺄 것이고 대부분의 직원들이 재택근무를 한다고 했다. 본인 역시 사무실을 오가지만 거의 집에서 재택을 한다고 이야기했다. 그래서 당연히 나는 '회사의 사무실은 있지만 코로나로 인하여 다들 재택을 하는구나' 라고 생각했다. 왜냐면 대표가 그렇게 이야기 했으니까. 본인 아내가 약사라 코로나에 민감하여 되도록 직원들과 접촉을 피하고 싶다고.

   그런데 정말 회사에 사무실이 있었을까? 결론은 없었다. 없앤 게 아니고 아예 없었다. 회사의 주소는 계속 대표의 '집'이었다. 본인이 살던 집

   이 사실을 어떻게 알게 되었냐면 기술보증기금에서 투자한 돈의 행방을 물으며 왜 사무실이 없냐고 자신을 추궁했다고 이제 어떻게 하냐며 대표가 내게 징징되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나는 또 물었다.

   "그때 사무실 있다고 하지 않으셨어요?"

   뭐라고 했을까?


   "내가? 내가 언제?"

 

   그렇게 내 작업실에서 기생하게 되었다.


2. 직원

   역시나 1편에서 이야기했지만 대표는 내게 나 외에도 회사 소속의 직원이 더 있다고 말했다. 결론은 뭐다? 없었다. 심지어 어떤 인간을 단톡방에 같이 넣어놓기도 했는데 그 사람은 대표의 아는 동생이었다. 단톡방에서 말 한마디 하지 않는 직원이라...후


3. 스쳐간 사람들

   이건 앞서도 적었지만 알고보니 나 위에 디자이너가 4명이 더 있었다는 사실

   그래놓고 한사람이 일년간 근무했다고 거짓말


4. 연봉

   이것도 앞서 적었지만 대표는 내게 전디자이너들이 나보다 훨씬 많은 연봉을 가져갔으며 나도 열심히 하면  정도로 올려주겠다고 말했다. 결론은 뭐였을까? 거짓말이었다. 대표는 내게 전디자이너가 사용했었던 외장하드를  적이 있는데 우습게도  안에 이전 직원들의 월급 명세서가 들어 있었다. 디자이너의 폴더에  월급명세서들이 있는  가? 부터 놀랐는데  안에 적힌 월급들이 정말 충격이었다. 최저시급을 간신히 넘긴.. 내가 거의 7  받았던 기본급 정도의 수준이었다.

    도대체 이런  마저 거짓말을 했던 것일까?


5. 대기업 출신

   대표는 본인이 대기업 출신이라고 이야기 했었다. 시도때도 없이 그부분을 어필했다. 특히나 나를 가스라이팅할 때 'XX씨가 몰라서 그러는 데 대기업에서는 말이야~' 라며 아주 잘 이용했었다. 그러나 그의 출신이 어디였을까? 대기업 하청업체였다. 아니다. 하청도 아니고 그냥 대기업이 투자한 회사 정도

   이걸 또 어떻게 알게 되었냐면 대표가 나보고...본인 회사의 '잡플래닛' 검색결과를 적어달라며 본인 아이디를 주었고 그 안에 본인의 근무 이력이 있었다. 그래서 다음날 물어봤다.

   "대기업 출신이라고 하지 않으셨어요?"

   "내가? 내가 언제? 투자받은 회사랬지"


6. 남의 말 전하기

    이부분은 정말 꽁트같다. 대표는 툭하면 남의 이야기를 마치 '본인'의 이야기인냥 전했는데 예를 들어 친구와 대표가 통화를 한다. 옆자리다보니 무슨 내용인지 대충 듣고 있을 수 밖에 없었는데 친구가 대표에게 '나 어제 주식으로 2000만원 벌었어. 어디어디꺼사서' 이렇게 이야기를 하면 대표는 그걸 듣고 다음날 내게 '나 어제 주식으로 2000만원 벌었어. 어디어디꺼사서' 이렇게 전한다. 듣고 있으면 짠-하다.

   진짜 제일 웃겼던 것은 내가 한 말을 다시 나에게 전할 때였다. 예를 들어

    "대표님 혹시 사주 믿으세요?"

    "아니 왜?"

    "제가 어제 재미 삼아 사주 봤거든요. 근데 올해 제가 귀인을 만난대요. 금전적으로 성공하게 해주는 귀인! 혹시 대표님 아니세요?"

    라고 꺌꺌거리며 대화가 마무리 되었는데 며칠 뒤 대표가 내게 말한다.

  

     "XX씨 혹시 사주 믿어?"

    "네?"

    "내가 사주를 봤는데 올해 귀인을 만난대"

    "엥? 저번에 저랑 똑같네요"

    "에? XX씨도 사주 본적 있어?"


뭐지? 이 병신은? (동공지진)


7. 사무실 월세 지원

   전에도 적었지만 그가 내게 작업실을 사무실로 쓰는 대신 50만원을 지원해주겠다고 했지만 받은 돈은 단 20만원이었다. 20을 50으로 잘 못 들은거 아니야? 라고 말할 수도 있겠지만 면접 때 대표가 내게 했던 말을 정확히 기억한다.

   "월세30에 관리비 17정도면 47만원 정도네요. 남는 돈은 기름값하세요"


8. 출신지

    대표는 본인이 유학을 다녀왔다고 했다. 초등학교때부터 쭉. 그런데 그 유학이 언제는 '호주'였다가 언제는 '미국'이었다가 언제는 '캐나다' 였다가 또 쌩뚱맞게 하루는 '중국'이랜다. 저번엔 미국이라하지 않으셨어요? 라고 물으면 돌아오는 대답은 뭐다?


   "내가? 내가 언제?"



다시 생각해보니 정말 소름끼치는 사람이었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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