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그림책 리뷰 ] "그리고 이야기하다"
동시는 오랜만이다. 지난 번에 한 편을 써보긴 했는데, 동시집을 접한 것은 꽤 오래된 시간이다. 그동안 어른의 시선에만 머물렀다. 그러나 이 동시집으로 아이들의 눈으로 그리는 세상을 다시 한번 보게 되었다. 물론 이 동시집의 저자도 어른이지만, 시 한편마다 어린이의 시선에서 바라보려고 노력했다. 재치 있고 재밌는 동시가 많다.
총 4부로 되어 있다. 제목부터 심상치 않다.
1부. 재수 없는 날, 2부. 뚱딴지 꽃, 3부 아빠가 키우는 참새, 4부 까치 아파트이다. 복효근 시인은 가족과 친구, 일상과 자연 등에 대해 아이들의 눈높이에서 엉뚱하면서도 장난기 가득한 시를 썼다. 그 가운데, 내가 선정한 시를 아래에 옮겨 본다. 아이들의 눈에 비친 어른들의 모습을 짐작할 수 있다. (순수한 아이들의 눈이 정확한 듯 싶다. 많이 웃었다.)
1. 재수 없는 날
개구쟁이 기영이가
예지 의자에 물을 뿌려 놓았다.
청소 시간에 몰래
나는 기영이 의자에 풀을 칠해 놓았다
청소가 끝나니 선생님은
자리를 바꾸란다
아차, 오늘은 자리 바꾸는 날
그 자리에 예지가 앉았다.
2. 나도 커서 어른이 되면
우리 아빠는 운전을 참 잘해요.
시속 80킬로 도로에서
120킬로로도 달리는 걸 보았어요.
단속 카메라가 나타나면
규정 속도를 잘 지키지요.
딱지를 뗀 적이 없대요.
한적한 도로 붉은 신호등 앞에서
"사람은 융통성이 있어야 돼"하면서
그냥 지나기도 하지요.
한 번도 사고를 낸 적이 없대요.
나도 어른이 되면 아빠처럼 운전할래요.
3. 꿀밤
"존나게 좋아"라고 했더니
아빠가 그런 말 어디서 배웠냐고 꿀밤을 준다
아빠 전화하는 말을 들으면
존나게 존나게 많이 한다.
나도 아빠에게 꿀밤을 주고 싶다.
어디서 배웠냐고 묻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