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저 계획표대로 흘러가는 기계 같은 인간이고 싶습니다.
요가나 필라테스를 배우며 알게 된 것이 있다. 요가하면서 바로 앉는 자세를 할 때, 필라테스를 하며 바로 선 자세를 할 때, 요가의 ‘타다아사나 (산 자세, 바로 선 자세 중 하나)’를 할 때 공통적으로 눈에 띄는 것. 상체가 자꾸 앞으로 나간다. 코어 힘이 약해서 그런 것 같아 힘을 줘 본다. 그래도 의식하지 않으면 자꾸만 앞으로 쏠린다. 바로 선 자세와 바로 앉은 자세를 하려는 것뿐인데, 내 상체는 도대체 어디로 가고 싶은 걸까. 왜 또 이상한 의욕이 앞서 앞으로 가려는 걸까. 자세에 대한 고유감각이 떨어지는 탓 그리고 습관의 탓일 듯한데, 괜스레 항상 의욕만 앞서는 내 성격과 태도를 탓하게 된다.
최근 수영 강습을 시작하면서 가장 많이 노력을 기울이는 두 가지가 있다. 첫 번째는 다치지 않도록 스트레칭을 충분히 하는 것. 두 번째는 너무 열심히 하려 하지 않는 것. 뭔가를 열심히 하려 하면 항상 초반에만 과하게 애쓰고 어느 순간부터 힘을 주려해도 힘이 들어가지 않는 나를 발견하게 된다. 왜 그런지는 잘 모르겠다. 그냥 내가 그런 사람이란 걸 받아들이게 되었다. 승부욕 때문인지 인정 욕구 때문인지. 보통 승부욕이나 인정 욕구는 자라면서 점차 티가 덜 나고 적당히 숨길 줄도 알게 될 텐데, 나는 여전히 칭찬받고 싶은 유치원생처럼 뭘 하면 자꾸 잘하려 하고 열심히 하려 한다.
이런 내 습성을 잘 알았던 부모님께서는 무던함을 항상 강조하셨다. 그런데 그 과정에서 하필이면 무던한 다른 친구가 예시로 들어져, 오히려 내 승부욕만 자극하고 그 좋은 메시지가 입력되지 않았던 것 같다. 그저 타고난 기질이라서 또는 내가 받아들이고 싶어 하지 않아서 그럴 수도 있지만.
앞으로는 적당한 시간표대로 잘 흘러가는 생활을 하고 싶다. 힘주지 않고, 적당한 선에서 떠다니고 싶다. 힘을 빼야 물에 뜰 수 있는 것처럼 힘 툭 빼고, 그저 레인의 선만 잘 따라가고 속도에 욕심내지 않는. 그런 삶을 살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