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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민될 때는 ‘내 기분’의 이익으로

by 코코맘

나는 허세 가득한 ‘멋진 말’을 좋아한다.


3년 전쯤에 고윤정 배우가 나오는 ‘로스쿨’이라는 드라마를 봤는데, 거기에 나오는 형사재판의 격언(?)이 인상적이었다.

‘의심스러울 때는 피고인의 이익으로‘

법전에 명시되어 있는 법률조항은 아니지만, 형사소송법 제275조의 2 피고인의 무죄추정에 해당하는, 무죄추정의 원칙을 위시하는 어구라고 한다.

(다큐멘터리나 법률 이야기를 좋아하는데, 특정 증거와 원칙만을 이용해 진실(fact)에 다가가려는 노력이 멋있게 느껴지기 때문이다.)


내 인생의 격언을 하나 정해보았다.

‘선택이 고민스러울 때는 내 기분의 이익으로‘



Photo by <a href="https://unsplash.com/@joeyc?utm_content=creditCopyText&utm_medium=referral&utm_source=unsplash">Joe Caione</a> on <a href="https://unsplash.com/photos/shallow-focus-photography-of-white-shih-tzu-puppy-running-on-the-grass-qO-PIF84Vxg?utm_content=creditCopyText&utm_medium=referral&utm_source=unsplash">Unsplash</a>


아침 운동을 다녀와 아파트 엘리베이터를 탔다. 어느 동네 분께서 침울하고 우울한, 어딘가 모르게 오랜 시간 동안 침전된 것으로 보이는 모습으로 작은 강아지를 안고 탔는데, 그 작고 발랄한 외모를 가진 아이가 우울해 보였다. 우울해 보이는 강아지라니...

물론 쟨 우울한 게 아닐 수 있지. 오늘 아침 기력이 좀 없을 수도 있고, 감기에 걸리거나 장염에 걸렸을 수도 있지. 그냥 조용한 아이일 수도 있지.

그런데 내 눈에는 분명 ‘우울한 강아지’로 보였다!

우울이라는 감정은 어찌나 깊고 난해한 감정인지.

개라는 종의 동물의 뇌가 ‘우울’을 느낄 수 있게 설계되었는지 도저히 알 수가 없지만, 내 눈에 보이는 모습은 주인에게서 우울이 전염된 강아지였다.


(이 짧은 순간에 이런 생각을 주구장창하는 내가 좀 웃기다.)

그 강아지의 모습을 보니, 언젠가 내 아이를 갖게 되었을 때 나로 인해 그 아이의 ‘mood' 지속적으로 침착된다면 너무 슬플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사람이 항상 방방 뜨고 행복할 수는 없지만, 그래도 내 아이에게 전부일 ‘나’ = ‘그 아이의 세상’을 밝게 만들어주고 싶다.

우울과 슬픔은 생각보다 쉽게 전염되는 감정이라, 주의하지 않으면 풍토병(endemic)이 될 수 있겠다.

그래서 그냥, 여전히 내 인생이 어디로 가는지는 잘 모르겠지만, ‘선택이 고민스러울 때는 내 기분의 이익대로’ 선택해 가며 적당히 밝은 인생을 살고자 한다.

체력이 너무 부쳐서 기분까지 상하게 되면 일을 줄이자.

일을 미루는 것이 나를 우울하게 한다면 차라리 그냥 해버리자.


앞으로의 선택은 이전보다 덜 어렵기를 바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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