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란다 결로로 곰팡이가 잔뜩 낀 걸 발견했다. 탑층이고 바깥으로 통하는 새시가 한 겹이라, 기온 차에 의한 결로는 어찌 보면 당연지사이다. 이 결로를 막기 위해 24시간 제습기를 가동하였으나 역부족이었나 보다.
곰팡이 해결법을 고민하던 중, 이 전셋집의 계약 기간이 1년이 채 남지 않은 것을 문득 깨달았다.
드디어 이 도시를 떠날 수 있다니.
답답하고 막막하던 시기에 살던 동네를 떠나 첫 신혼집으로 마련한 곳.
어린 시절 잠깐 살았던 기억으로 인해, 어둡고 차가운 그 기억 때문에 시작부터 홀로 마음이 힘들었던 곳.
내가 하던 일은 지속하지 못했지만, 그래도 덕분에 새로운 많은 것들을 시도할 수 있게 해 주었던 곳.
낮에는 따뜻한 햇살이 들어 나와 남편을 미소지게 한 곳.
고장 난 새시와 에어컨 실외기 위 비둘기의 용변과 눈이 오면 생기는 거실 천장 누수를 경험하게 해 준 곳.
복도식 아파트의 불편함을 알게 해 준 곳.
그래도 주변 다른 곳에 비하면 상가 이용의 용이성 대비 조용함이 대단하다며 스스로 자부심을 갖게 한 곳.
이곳과 이 도시를 떠나게 될 시간이 1년도 남지 않았다는 사실에 괜히 벌써부터 설레고 들뜬다.
언제쯤 세입자에서 벗어날 수 있을까.
(한 겹의 새시와 부족한 단열로 겨울이면 발생하는 결로. 이로 인한 곰팡이를 막기 위해 바깥 새시를 항상 조금씩 열어 두고 생활하는 분이 계십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