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런치북 Waving to you 01화

여행 에세이: 이곳에서는 서로 인사를 해요

#1. 팬데믹 이후의 여행

by LenaMilk

몇 달 동안 계획하고 기대하던 발리 여행이 시작됐다. 여행 계획을 세우다 보면 문득, 남편과 나의 자유로운 스케줄에 감사하게 되면서도 주변인들의 눈치를 보게 된다. 친구들이 우리의 계획을 부러워 하는 것을 보니, 마음이 편치 만은 않았다. 아무래도 지난 2년이란 시간동안 한국에만 갖혀있어야 했던 대다수의 사람들은 기회만 된다면 당장 떠나고 싶어 했다. 특히, 치솟은 집값과 인플레이션으로 모두가 어려운 시절을 보내고 있는 시기에 떠나던 여행인지라, 남들에게 2년만의 해외 여행의 특별함과 즐거움을 너무 자랑하고 싶지는 않았다. 특히, 최근에 결혼을 하고 아이를 출산 지인들이 육아에 찌들려 고생하는 것을 보니 약간 미안한 마음도 들었다. 현대인들의 아이러니는 정상적으로 일을 하며 수입이 많은 사람들은 열심히 일을 많이 해야 하고 그만큼 오랫동안 해외여행을 할 시간적 여유가 부족하다. 물론, 타고난 다이아몬드-금수저들이라면 시간도 금전도 넉넉하게 이곳저곳을 몇 달식 살며 여행할 수도 있겠지만, 기본적으로 한국에서 평범하게 살아가는 이들에게 해외에서 한 달 살기는 언젠간 꼭 도전하고 싶은 꿈이다. 남편의 직업적 운과 아직도 꿈을 향해 이상적으로 살아가는 나의 시간적 여유 덕분에 우리는 거의 1 달이라는 시간을 발리에서 보낼 수 있게 됐다.


이번 여행의 목적은 신혼여행이지만, 여행 계획과 루트를 보면 고급 리조트에서 편하게 쉬기만 하는 편안한 여행이 될 것 같진 않았다. 사실, 결혼 준비부터 시작해 지난 몇 년의 시간 동안 나에게 서울 생활은 기쁨보단 지침과 지루함이 가득했다. 힘들고 어려운 일들이 많았기에, 이번 여행을 통해 몸과 마음 그리고 영혼의 쉼을 비롯해 내 마음을 조금은 진정시키고 내가 원하는 것을 알아가는 좋은 경험이 되기를 바랐다. 리조트에서의 편안한 휴양보다는 조금 더 모험적이고 몸을 움직이는 여행을 좋아하는 남편의 취향 때문에, 처음에 발리 여행을 계획할 때부터 이 여행에서 하루하루 편안하게 해변을 바라보며 누워있을 수 있을 것이라 기대하진 않았다.


코비드 팬데믹으로 2년이란 시간 동안 대부분의 사람들이 해외여행을 목적으로 공항에 가지 못했다. 그리고 2021년 말부터 많은 국가들이 빗장을 풀고 관광객을 받아들이기 시작했지만 여전히 코로나가 완전히 종식된 것이 아니기에 대다수의 사람들은 여전히 불안감을 느끼며 조심하고 있는 듯했다. 그리고 생각보다 길어지는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때문에 비행기 값이 최대 2배 정도로 치솟았고 여전히 대부분의 항공사들이 비행기의 수를 늘리지 않고 있는 상황이었다. 나와 남편에게도 약간은 답답한 상황이기도 했다. 아직 한국 인천 공항에서 발리까지 직항이 닫혀있던 상황이었고, 대부분의 티켓이 동남아 국가들을 경유해서 발리에 들어가야 했다. 사실, 젊은 날에 다양한 항공사와 공항을 경험하며 경유하는 것이 문제는 아니었으나, 시간이 문제였다.. 총 20시간에서 40시간이 걸리는 여행을 감당 하기에는 우리의 체력과 시간이 너무나 아까웠다. 그렇게 열심히 티켓을 찾던 중 싱가포르 항공을 타고 인천에서 출발해 싱가포르 창이 공항에서 레이 오버하는 티켓이었다. 오후에 출발해 밤에 도착하는 여정이었기에 공항에서 9시간 정도 노숙을 한 후 2시간 정도만 더 가면 발리 도착이었다. 한국으로 돌아오는 여정은 더 간단했다. 2시간 정도만 창이 공항에서 기다리면 되는 비행기 여정이었다. 하지만, 이렇게 한번 경유를 하는 여정이었음에도 비행기 값은 기존의 1.5~2배 정도 되는 가격이었다. 조금만 더 기다리다가 겨울에 가면 비행기 값도 내려가고 조금 더 가기 수월하지 않을까 싶었지만, 이럴 때 가야 관광객이 적다는 남편의 말에 그냥 티켓을 구매해 버렸다. 팬데믹 기간 동안의 교훈 하나 !, 떠날 수 있을때, 즐길 수 있을때 즐기자.


팬데믹이 잠잠해졌다고는 하지만 여전히 완전히 종식된 것이 아니기에, 팬데믹 이전의 여행보다는 여전히 복잡했다.영문으로 된 백신 접종 완료 서류와 답답한 공기에도 불구하고 마스크를 써야 하는 점 그리고 여전히 기대와 불안의 감정이 뒤섞인 공항의 분위기와 사람들의 표정은 코로나 바이러스를 만나기 전 우리의 여행 풍경과는 조금은 달랐다.그래도 역시 한국 사람들과 한국 공항에는 모든 이들이 차분하게 마스크를 끼고 질서를 지키는 듯 보였다. 그렇게 2년 만에 싱가포르 항공을 타고 창이 공항으로 향했다.


싱가포르 항공을 처음 타보는 것은 아니었다. 영국 유학생활 당시 아시아나나 대한항공 같은 국내 항공 티켓을 구하지 못하거나 너무 급하게 예약하는 나머지 가격이 평소보다 많이 올라갔을 때 2번 정도 싱가포르 항공을 탔었다. 주로 아시아나를 타고 여행을 했지만 싱가포르 항공의 기내식과 영화 콘텐츠의 종류 그리고 이코노미석에서도 휴대폰이나 태블릿 피씨를 충전을 할 수 있는 시스템은 국내 항공보다 매력적이었다.


그렇게 6시간 정도 걸려 싱가포르 창이 공항에 도착했다. 전 세계에서 몰려든 다양한 언어를 사용하는 외국인들로 가득했다. 남편이 미국 사람이지만 아무래도 서울이 거주지이고 대부분의 경우 한국 사람들만 보면서 살다가보니, 오랜만에 다양한 피부색과 스타일을 가진 외국 사람들을 보는 것이 뭔가 신선하면서도 설레었다.


짧든 길든 비행은 언제나 피곤하다. 비행기 타는 것을 별로 좋아하지 않다 보니 10시간 미만의 비행도 항상 부담감으로 다가왔다. 나의 첫 공항 노숙이 시작됐다. 밤 11시 ~ 12시 사이에 도착해, 대부분의 이들이 잠자리에 들 시간이었다. 남편을 비롯해 정말 많은 이들이 공항의 바닥과 의자에서 잠을 청했다. 원래도 잠자는 공간과 분위기 무엇보다 잠자는 곳의 위생이 내 기준에 맞지 않으면 잠들지 못하는 성격이라, 그들을 바라보며 새삼 진정한 여행객들의 모습이 부러웠다. 하지만, 마스크 사용 여부는 인천공항에 비해 매우 자유로웠다. 나를 포함 많은 이들이 마스크를 벗고 잠을 청했다. 너무 피곤하고 졸음이 쏟아져서 어떻게든 자보려고 했으나 앉아서 조는 것에도 한계가 있었다.


가지고 있던 재킷을 의자에 깔고 의자를 연결시켜 누워도 봤지만 계속 자다 깨다를 반복하며 시간이 빨리 가길 기다렸다.


드디어 기다리던 이른 새벽 아침이 오고, 닫았던 식당들이 문을 열기 시작했다. 공항 직원들은 공항 노숙객들에게 칫솔과 작은 빗이 담긴 파우치를 나눠줬다.


설레는 마음을 가지고 발리 덴파사르 공항으로 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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