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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차피 살아야 100년인것을 (60)칭찬못받기

칭찬을 못 받는 남자 / 밝고 명랑한 로맨스 이야기

by seungbum lee

칭찬 못 받기
Q: 왜 칭찬을 받으면 부인할까요?
A: 겸손해 보이려고 합니다. 해법은 칭찬을 받으면 "고맙습니다"라고만 말하는 것입니다. 당신의 부인은 상대방의 판단을 무시하는 것입니다.


칭찬을 못 받는 남자 / 밝고 명랑한 로맨스 이야기



지나치게 겸손한 남자


서울의 어느 봄날, 햇빛이 따뜻하게 쏟아지던 주말 오후였다.

한강 공원에서 자전거를 타고 오던 윤재는 친구들과의 동호회 모임에 참석하기 위해 잠시 멈춰 서 있었다. 그의 앞에는 늘 밝고 웃음이 많은 하린이 서 있었다. 하린은 윤재를 보면 유난히 싱글벙글했다.




“윤재 씨, 오늘도 리더처럼 중심 잘 잡아주셔서 고마워요!”

하린이 활짝 웃으며 말했다.


그러나 윤재는 손사래부터 쳤다.

“아니에요. 제가 뭘요. 그냥 평범하게… 아무것도 한 게 없어요.”


그 말을 들은 하린은 살짝 고개를 갸웃했다.

“뭘요? 완전 멋있었는데…?”




윤재는 머리를 긁적이며 부끄러운 표정만 지었다.

칭찬을 받으면 늘 이런 식이었다.

그는 ‘겸손하게 보이는 게 좋다’는 생각이 강했고, 누가 칭찬을 하면 본능처럼 부정했다.


하지만 하린은 윤재의 그런 태도가 조금 이상했다.

“저 사람은 왜 스스로를 이렇게 깎아내릴까?”

그 질문이 그녀의 마음속에 처음 자리 잡은 순간이었다.


마음의 거리감


한강을 따라 걸으며 대화가 이어졌다.

바람은 가볍게 머리카락을 흔들고, 노을은 두 사람의 발걸음에 금빛을 드리웠다.




“윤재 씨는 왜 칭찬을 받으면 자꾸 부정해요?”

하린이 조심스럽게 물었다.


“아… 그게… 좀 민망해서요. 괜히 잘난 척처럼 보일까 봐.”

윤재는 솔직하게 털어놓았다.


하린은 차분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근데 말이에요. 칭찬을 부정하면… 상대가 진심으로 한 말을 무시하는 거랑 똑같아요.”


그 말에 윤재는 걸음을 멈추고 하린을 바라봤다.

하린의 눈동자는 맑았고, 작은 미소가 잎새처럼 흔들리고 있었다.



“상대가 ‘좋다’고 느낀 건 그 사람의 마음이에요.

그걸 ‘아니에요’라고 하면… 그 마음을 부정하는 거죠.”

하린은 바람처럼 부드럽지만 단단한 목소리로 말했다.


윤재는 순간 가슴이 콕 찔리는 듯했다.

그는 지금껏 ‘겸손’이라는 이름으로 누군가의 따뜻함을 무시해 온 것인지 모른다.


하린은 다시 걸음을 옮기며 말했다.

“그러니까 앞으로 칭찬 받으면 그냥 ‘고맙습니다’라고만 말해봐요.

그게 훨씬 멋있는 거예요.”


윤재는 아무 말도 못 한 채 뒤에서 그녀를 바라보았다.



봄바람에 펄럭이는 하린의 머리칼은 햇빛에 반짝이고 있었다.



작은 변화, 큰 울림


며칠 후, 윤재는 회사에서 팀 프로젝트 발표를 맡았다.

발표는 성공적이었고, 팀원들은 박수를 보냈다.



“윤재 씨, 역시 발표 잘하네요!”

“진짜 믿음직하다니까.”


평소 같으면

“아 아닙니다! 그냥 한 거예요!”

라고 했겠지만, 윤재는 하린의 말을 떠올렸다.


그리고는 조금 어색한 웃음과 함께 천천히 말했다.


“… 고맙습니다.”


순간 팀원들의 표정이 환해졌다.

그 단순한 한마디가 관계를 한층 따뜻하게 만들었다.

윤재도 놀랐다.

‘고맙습니다’라는 말 하나로 분위기가 이렇게 달라질 줄이야.


하린에게 바로 연락하고 싶었지만, 그는 조금 더 특별한 상황을 만들고 싶었다.


사랑의 시작, 그리고 진짜 칭찬


주말, 윤재는 하린을 불러냈다.

카페 창밖으로 벚꽃이 눈처럼 흩날리고 있었다.



“하린 씨. 지난번에… 칭찬에 대해 얘기해준 거.

정말 고마웠어요.”

윤재가 조심스럽게 말했다.


“오, 실행해봤어요?”

하린의 눈이 반짝였다.


윤재는 부끄럽게 웃었다.

“네. 회사에서… 조금 어색했지만요.”


“음, 그래도 잘했네요. 멋있어요.”

하린이 말했다.


윤재는 잠시 숨을 들이켰다.

그리고 처음으로, 아주 자연스럽게 말했다.


“… 고마워요, 하린 씨.”


하린은 그 말에 조용히 웃었다.

그 미소는 봄 햇살보다 더 따뜻했다.


“근데 하린 씨…”

윤재가 조금 더 깊은 숨을 내쉬며 말을 이었다.

“제가 요즘 제일 듣고 싶은 칭찬이 뭔지 아세요?”


“뭔데요?”

하린은 고개를 갸웃했다.


윤재는 용기 내어 말했다.

“하린 씨가… 저를 좋아한다고 말해주는 거요.”



하린의 눈이 커졌고, 얼굴이 천천히 붉게 물들었다.

그리고 소곤거리듯 말했다.


“…그건 칭찬이 아니라 사실인데요.”


윤재는 웃었다.

그리고 이번에는 더 깊이, 더 따뜻하게 대답했다.


“고마워요, 하린 씨.”




바람이 벚꽃을 날렸다.

두 사람 사이에는 봄보다 따뜻한 무언가가 흐르고 있었다.

칭찬을 받아들이는 작은 변화가 두 사람의 마음을 조금씩 가까이, 더 가까이 이끌고 있었다.


그날 이후, 윤재는 깨달았다.

칭찬은 누군가의 마음이다.

그 마음을 감사히 받는 순간, 사람은 조금 더 행복해진다.

그리고 때로는… 사랑도 시작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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