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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란(146)

서당을 열다

by seungbum lee

서당을 열다
영광으로 돌아온 이기영은 집안 어른들의 반대에 부딪혔다.
"네가 무슨 생각으로 벼슬을 마다하고 돌아왔느냐!"
"조정에서 관직을 주겠다는데 거절하다니, 집안의 영광을 버린 것이나 다름없다!"
하지만 이기영의 생각은 확고했다.
"어르신들, 제가 전장에서 본 것은 백성들의 고통이었습니다. 그 고통의 근본 원인은 무지(無知)입니다. 백성들이 배우지 못하니, 권력자들에게 속고 이용당하는 것입니다."
그는 집안의 사랑채를 개조하여 서당(書堂)을 열었다. 이름은 '養正齋(양정재)'. 바른 것을 기른다는 뜻이었다.
"배움에는 신분이 없습니다. 양반의 자제든, 상민의 자제든, 배우고자 하는 마음이 있으면 모두 받아들이겠습니다."
이것은 당시로서는 파격적인 선언이었다. 마을에서는 수군거림이 일었다.
"양반이 상놈 자식들과 함께 글을 가르치다니..."
"무관 출신이라 그런지 격식을 모르는구만."
하지만 이기영은 개의치 않았다. 오히려 향교(鄕校)의 전교(典校)를 자청하여 맡았고, 그곳에서도 신분에 구애받지 않는 교육을 실천했다.
그러던 어느 날, 한 젊은이가 양정재를 찾아왔다. 스무 살 남짓한 청년으로, 옷차림은 초라했지만 눈빛만은 또렷했다.
"선생님, 저도 배우고 싶습니다."
"네 이름은?"
"오상호(吳相鎬)라고 합니다."
이기영이 청년을 자세히 살펴보았다. 어디선가 본 듯한 얼굴이었다.
"혹시 네 아버지가 오진삼(吳鎭三) 아니냐?"
"맞습니다! 아버님을 아십니까?"
"그럼, 내 전우(戰友)였지."
이기영의 얼굴에 반가움이 떠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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