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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문 내열 Sep 30. 2024

경관님, 우리 집에도 총이 있어야겠어요


속옷 차림의 상의에다 헬멧도 안 쓰고 장발을 한 젊은이가 자전거를 타고 차도가 아닌 인도로 달리고 있다. 내가 보기에도 왜 저럴까 싶다. 두 가지 교통위반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첫째는 헬멧을 쓰지 않았고, 둘째는 인도로 주행하고 있기 때문이다. 경찰이 이를 못본체 할 이유가 없다. 경찰차가 비상등을 켜고 마이크로 정지명령을 내리면서 뒤를 따라간다. 자전거를 타고 있는 젊은이는 지체 없이 멈추고 경찰의 명령에 따라야 했다. 그러나 그이는 자전거 가속페달을 더 쎄게 밟으면서 전력 질주하고 있다. 글쎄다, 도망친다고 해서 경찰차를 따돌릴 수도 없을 텐데 어이하여 저리 달릴까.

무슨 나쁜 짓을 했기에 도망가는 건지?

아니면 경찰의 정지명령에 지레 겁을 먹은 건지?

그이가 고등학교 주차장으로 들어가는 드라이브웨이 (주차장 입구)에 들어서자 경찰차가 방향을 꺾어 자전거를 들이박아 버린다. 순간 자전거는 저 멀리 떨어져 나자빠지고 젊은이는 공중으로 붕 떠오르더니 땅바닥에 내동댕이 쳐진다. 나는 길 건너서 미국 경찰의 공포스러운 법 집행 장면을 목격하는 순간이다. 경찰은 인내심을 갖고 기다려준다. 그러다 명령에 순응할 의향이 없다고 판단되면 그들은 평소에 교육받은 대로 행동한다.


한인타운에서 정신질환이 있는 젊은이가 흉기를 들고 주유소에서 난동을 부린 적이 있었다. 출동한 경찰이 흉기를 버리고 명령에 따를 것을 주문했는데 순응하지 않고 경찰을 향해 소리 지르며 다가온다. 경찰은 지체하지 않고 방아쇠를 당겨 그를 살해했다. 이처럼 무시무시한 경찰의 공권력 집행을 심심찮게 지켜보면서 우리는 미국에서 하루하루를 살아가고 있다.


미국 경찰은 평소에는 눈에 잘 뜨이지 않는다. 그러나 그들은 언제 어느 곳에도 항상 우리 곁에 있다고 생각하면 틀림이 없다. 교통위반을 했다거나 사건사고가 발생하면 어디에선가 금방 나타나기 때문이다.


어쩌다 동네 골목길에서, 프리웨이에서 그들을 마주치면 나도 모르게 쫄린다. 일상적인 순찰을 목적으로 동네 골목길을 돌아다니는 경찰차를 마주치기만 해도

내가 깜빡이를 켜지 않고 삼거리에서 우회전을 했는데 이를 지켜보지는 않았는지?

신호등이 파란불에서 노란불로 바뀔 시 통과했는데 그게 문제가 되지는 않았는지?

일단정지 4 Stop 사인에서 서는 둥 마는 둥 했는데 혹여 그걸 봤을까?

생각이 많아진다. 그러다 경찰차가 어디론가 사라지면 아무런 잘못이 없었는데도 가슴을 쓸어내리니 경찰은 그 존재 만으로도 공포와 경계의 대상이 되고 있다.


프리웨이에서도 마찬가지다. 경찰차가 내 뒤를 따라오기만 해도

내가 차선변경을 자주 해서 문제가 되지는 않았는지?

다른 차량을 앞지르기할 때 충분한 거리를 두지 않아 상대방에게 위협적인 운전을 하지는 않았는지?

왜 내 뒤를 계속 따라 오지?

그들은 비상등을 켜고 정지명령을 내리기 전에 내 차량번호판으로 내신상을 조회하기 때문에 저 뒤에 경찰차는 나를 지목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괜스레 지레 겁을 먹는 경우가 있다.


많은 사람들은 이런 이유 때문에 경찰차를 뒤에 두고 앞에서 운전한다는 게 편치만은 않다. 이는 나만의 생각이 아닌 듯 프리웨이를 달리는데 경찰차가 따라오면 대부분의 차량들이 옆으로 비켜서면서 "경찰님, 먼저 가시지요" 한다.


미국 어린이들에게 장래 희망이 무엇 이냐고 물으면 소방관과 경찰이 단연 1위다. 비상등을 켜고 사이렌을 울리며 도로를 달리면 마치 쾌속정이 물살을 가르는 것처럼 양쪽방행의 차량들이 비켜서는 모습은 어린애들의 눈에도 멋져 보였던 모양이다.


위엄과 권위의 상징물이 되어있는 경찰이 새벽 1시에 우리 집에 출동했다. 늦은 밤 아래층에서 유리창 깨지는 소리에 우리 부부는 잠에서 깼다. 이럴 때는 총을 들고 내려갔어야 하지만 우리는 집에 총을 소지하고 있지 않았다.. 집안에 전등을 모두 켜고 일부러 인기척 소리를 내면서 1층으로 내려가보니 도로변 쪽에 유리창이 박살이 나있다.

이게 웬일인가 싶었다.

거실 바닥을 살펴보니 주먹만 한 크기의 돌멩이가 날아들었다. 집 근처에 조그마한 강이 있고 강뚝 위로 돌멩이들이 널려 있는데 여기서 날아왔지 않나 싶다.

경찰을 불렀다.

 채 5분이 안돼 2명의 경찰관이 출동했다. 현장을 확인하더니 우리 예측과 같이 강뚝에서 누군가가 돈을 던진 것으로 추정된다는 말만 남기고선 떠났다. 나는 경찰서에서 짐작이 가는 불량배를 상대로 수사를 하고 있을 것으로 예상하고 무슨 소식이 있지 않을까 기대하면서 전화 오기만을 기다리고 있었다. 이틀, 삼일, 오일을 기다려도 아무런 연락이 없다.


나는 미국 경찰의 정보력에 감탄했던 경험이 있었기에 기대를 하고 있었다. 우리 사업장에서 자동차 타이어를 도둑맞은 적이 있었다. 경찰에 신고했다. 그들이 찾아와 사업장 감시카메라에 녹화되어 있는 도둑놈을 복사해서 가져가더니 다음날 다시 돌아와 동네 요주의 인물 20여 명이 담겨있는 사진첩을 보여주며 도둑놈을 콕

집어준다. 거주지도 확인이 됐다고 한다. 그들은 동네 좀도둑, 불량배들을 훤히 꿰뚫고 있다가 제보가 들어오면 곧바로 체포하는 정보력에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우리 집에 경찰이 다녀간 지 일주일 후에 경찰서에 전화해서 책임자급인 캡틴 captain울 찾았다


우리 집 유리창 파손 사건에 대해 보고를 받았느냐?

받았다

그래 범인은 잡았느냐?

못 잡았다.

짐작 가는 사람이 있느냐?

불량배들이 이런 장난을 쳤을 것으로 짐작된다.

그런데 못 잡았다고?

(캡틴은 말이 없다)

하는 수 없지요.  총을 한 자루 사서 갖고 있어야겠어요

그럴 필요 까지는 없다고 생각합니다.

그렇다면 당신들이 나를 위해 해줄 수 있는 일이 뭐야?

내일부터 당신 집 근처 순찰을 강화하겠소

바로 그거야, 그게 내가 당신들로부터 듣고 싶었던 얘기야. 고마워요 캡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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