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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마리 Mar 31. 2024

어느 노부부 이야기


우리 편의점은 병원 내에 위치하고 있다.

그래서 병원 진료 다녀가는 분들, 병원에 입원하신 분들이

많이 찾아주신다.


'딸랑'

여느 때와 같던 어느 날

연세 지긋하신 노부부께서 들어오셨다.

휠체어에 탄 할머니를 밀면서 들어오시는

할어버지의 얼굴에는

슬픔과 짜증을 섞은 감정을 담고 계셨다.

무슨 일이실까

  

할아버지는 음료코너 앞에서 계속 투덜거리시면서

이걸 들었다가 저걸 들었다가

한참을 머뭇거리시다가 이내 딸기우유를  가지고 오셨다.


"아이고 우유 하나 고르는 것도 왜 이리 어렵니 "

" 할아버지. 뭐가 어려우세요? 제가 좀 도와드릴까요?"


"그게 말이야. 여태 건강하던 저 할멈이 갑자기 쓰러져서 입원을 했어. 평생 건강할 줄 알았는데 너무 놀라고 속이 상하지 뭐야. 자식은 있어봤자고 챙길 사람은 나뿐인데 해본 적이 없어 너무 서툴고,

근데 정말 짜증 나고 화나는 게 뭔지 아나? 목이 마르대서 흰 우유를 사다 줬더니 할멈이 흰 우유를 못마신대자나. 난 그것도 모르고.. 막상 뭘 좋아하는지 뭘 사다 줘야 되는지를 모르겠는 거야. 이런 나한테 화가 나. 그래서 자꾸 짜증이 난다네"


할아버지는 슬프고 속상하셔서 스스로에게

자꾸 짜증이 나신 거였다.

짜증 속에는 할머니에 대한 사랑, 애정, 후회, 슬픔들이 

가득 들어있었다.


그 후로도 할아버지는 할머니를 위해 편의점을 자주 드나드시며 알뜰살뜰히 챙기셨다.

그 첫날과 달리 할아버지의 표정은 한결 편안해지셨고

할머니의 손을 꼭 잡은 채 되돌아가셨다.


소중함 이란

이별하거나 이별을 앞둔 순간에 더욱 선명해지는 것.


그러니 함께 할 수 있을 때

우리 서로가 서로에게 더 소중해지기를,



그림.M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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