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힙’, ‘엉짱’, ‘힙업’ 말고 엉덩이 근육이 중요한 진짜 이유가 있다.
인간의 가장 기본적인 움직임은 두 발로 서 있고, 걷고, 뛰는 것이다. 모든 움직임은 관절에서 일어나고 움직임의 힘은 근육이 만들어낸다.
신체에는 기본적인 3가지 운동면이 있다. 인체에 그려지는 가상의 3개의 면을 타고 움직임이 나타나는데 사람의 몸을 좌우로 나눠 앞, 뒤로 이어진 면을 ‘시상면’, 사람의 몸을 앞, 뒤로 나눠 좌우로 이어진 면을 ‘이마면’, 사람의 몸을 위, 아래로 나눠 수평과 평행한 면을 ‘수평면’이라 한다. 대부분의 관절에서는 한 가지 혹은 두 가지 면에서 움직임이 나타나지만 고관절의 경우 3가지 면에서 모든 움직임을 만들어낼 수 있다. 그 움직임의 힘을 만들어내는 주요 근육에는 엉덩이 근육이 있다.
엉덩이 근육은 둔근(볼기근)이라고도 하며, 대둔근(gluteus maximus), 중둔근(gluteus medius), 소둔근(gluteus minimus)으로 구분된다. 구부리거나(flexion)/뒤로 뻗기(extension), 벌리기(abduction) 혹은 모으기(adduction), 안쪽(internal)/바깥쪽(external)으로 돌리는(rotation) 움직임에 관여하며, 이렇게 단순한 동작들이 걷기, 달리기, 바닥에 있는 물건 집어 올리기와 같은 움직임을 만들어낸다. 물론 이러한 동작이 나타날 때 엉덩이 근육만 사용되는 것은 아니다. 많은 근육들이 각자의 위치에서 상호작용하며 하나의 움직임을 만들어내는 것이다.
특정 동작에서 메인으로 작용하는 근육이 있고, 보조하는 역할로서 작용하는 근육이 있다. 엉덩이 근육은 주로 발을 뒤로 뻗거나 벌리거나, 바깥으로 돌릴 때 일차적으로 작용하는 근육이며, 굽힐 때는 소둔근(앞 섬유)이, 모을 때는 대둔근(아래, 뒤 섬유)이, 안쪽으로 돌릴 때는 소둔근, 중둔근(앞 섬유)이 2차적으로 관여한다.
엉덩이 근육은 코어 근육이다. 다시 말해서 하체와 상체를 연결하여 우리 몸의 중심이 되는 근육이다.
엉덩이 근육은 단순히 미적 만족감을 위해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인간의 직립보행이라는 근본적인 움직임부터 스포츠 활동 중 상체와 하체에 힘을 전달하고, 기능적인 움직임까지 만들어내는, 말 그대로 중심 근육이다. 코어 역할을 하는 엉덩이 근육의 힘을 쓸 수 없으면 걷기, 뛰기에서 효율적인 움직임을 만들어내지 못하며, 하체에서 상체로 이어지는 빠른 동작을 할 때 에너지가 손실된다.
에너지와 힘을 전달하는 것 외에도 엉덩이 근육은 허리, 무릎, 그리고 발목 등 사슬처럼 이어진 인체를 보호하는 데 중심축으로 작용한다. 다시 말하면 양쪽 엉덩이 근육의 균형이 무너지면 허리, 무릎, 발목에도 부정적인 영향이 전달된다는 것이다.
엉덩이 근육의 균형이 무너지면 골반의 위치가 변경된다. 골반의 위치에 따라 신체의 무게 중심 위치가 변할 수 있으며 무릎 관절에 가해지는 부담을 조절할 수 있다.
엉덩이 근육 중 하나이며, 바깥으로 벌리는 동작을 담당하는 중둔근(gluteus medius/minimus)은 한 발로 서 있는 자세 동안 골반의 주요 안전장치이다. 사람이 서 있는 자세에서 한 발을 들어 올렸을 때 지지하고 있는 발 쪽의 중둔근이 정상적인 사람이라면 되도록 평행한 골반 위치를 유지한다. 하지만 중둔근의 현저한 약화가 있다면 지지하는 발 쪽의 골반이 균형을 유지하지 못하고, 올라가게 된다. 마찬가지로 걷는 동작 중에도 골반과 체간을 유지하지 못하여 엉덩이가 양 옆으로 과도하게 빠지며 걷는 모습이 나타날 수 있다. 이는 신체의 질량 중심을 무릎 관절 중심에서 멀어지게 하고 무릎은 이를 버티기 위해 그만큼 가해지는 압력이 높아지게 된다.
오랜 시간 동안 신체 활동 없이 의자에 앉아 있는 사람의 경우 엉덩이 근육의 힘을 잃고, 고관절 움직임에 대한 역할 분담이 허벅지 뒷 근육에만 떠넘겨지는 상태가 나타난다. 엉덩이가 약해지면 고관절이 앞으로 기울어진 채로 굳은 듯한 현상이 나타나고, 이러한 자세는 체중 중심이 고관절 앞쪽으로 지나면서 고관절에 가해지는 압박 부하를 적절하게 분산시킬 수 있는 능력이 저하된다. 허벅지 뒷 근육과 허리에도 부담이 증가되어 허리 통증이 발생할 수 있다. 척추 생체역학(the Spine Biomechanics) 분야의 권위자인 스튜어트 맥길(Stuart McGill) 교수는 이를 ‘엉덩이 기억상실증(gluteal amnesia)’이라고 불렀다. 앉아있는 시간이 길어진 현대인들에게 운동의 필요성을 설명하며, 엉덩이 근육은 직립 활동 중에 하지에서 척추로 힘을 전달하고, 체간을 바르게 유지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고 했다.
그럼 어떤 운동이 엉덩이 근육에 더 높은 자극을 가할 수 있을까?
30명의 건강한 성인 참가자들을 대상으로 제시된 9가지의 하체 및 코어 운동 중 근전도 상에서 어떤 운동이 엉덩이 근육의 더 큰 활성화를 만들어내는지 확인하는 연구가 진행되었다. 근전도 검사는 근육에서 발생하는 전기 신호를 바탕으로 해당 근육의 활성화 정도를 알아볼 수 있는 검사이다. 결과에서 먼저, ‘중둔근 활성화’에는 9가지 운동 중 사이드-브릿지 운동이 가장 높은 활성도를 보여주었고, 한발 브릿지 운동이 그 뒤를 이었다. ‘대둔근 활성화’에서는 버드독, 한발 브릿지, 런지 운동 순으로 활성화 정도가 상위에 나타났다.
21명의 성인을 대상으로 한 연구에서는 앞선 연구와 몇 가지 다른 운동들도 비교했다. 중둔근 활성화 순위에서 옆으로 누워 한 발을 들어 올리는 hip abduction, 한발 스쿼트, 밴드 걸고 옆으로 걷기, 한발 데드리프트 순으로 나타났으며, 대둔근 활성화에는 한발 스쿼트, 한발 데드리프트, 런지, 사이드 런지 순으로 나타났다.
대표적인 엉덩이 운동으로 알려진 데드리프트와 힙 쓰러스트도 비교할 수 있다. 대둔근의 활성도를 표시한 빨간 네모칸을 보면 오른쪽 힙 쓰러스트를 나타내는 하얀 동그라미 선이 가장 높게 대둔근을 활성화하는 것으로 볼 수 있었으며,
백 스쿼트, 루마니안 데드리프트, 힙 쓰러스트 운동을 비교한 연구에서는 BHT라고 표시된 힙 쓰러스트 운동이 스쿼트와 루마니안 데드리프트에 비해 대둔근 활성화가 더 높게 나타난 것을 볼 수 있었다.
정리하자면
맨몸 운동에서 사이드 브릿지, 한발 브릿지, 옆으로 누워 다리 들어 올리기, 한 발 스쿼트, 밴드 걸고 옆으로 걷기와 같은 운동이 중둔근 활성화 수준이 높게 나타났고, 버드독, 한발 브릿지, 런지, 한발 스쿼트, 사이드 런지와 같은 운동이 대둔근 활성화 수준이 높게 나타났다.
스쿼트 데드리프트, 힙 쓰러스트를 비교하면 힙 쓰러스트와 데드리프트가 스쿼트 보다 엉덩이 근육 활성화 수준이 더 높게 나타났다.
오해할 수 있는 부분이 스쿼트가 엉덩이 근육 운동으로 좋지 않다고 비칠 수 있지만 지금 말하는 것은 엉덩이 근육만 봤을 때 전기적 활성 신호가 힙 쓰러스트에 비해 낮게 나타났다 라는 것이다. 지금 비교된 운동들은 모두 엉덩이를 자극할 수 있는 운동들이다. 스쿼트의 경우 고관절, 무릎, 발목 관절에서 모두 힘을 발생시키고 상체와 협응 하여 전신에 효과적인 운동이므로 제시된 모든 운동을 다양하게 해 보는 것을 추천한다.
이번 글은 엉덩이 근육의 중요성과 운동 종류에 대해 말한 것이지 엉덩이 운동만 해야 한다거나 힙업을 위해 특정 운동만 해야 한다는 것은 아니다. 처음 글에서 말했던 것처럼 운동의 목표는 자유다. 미적 만족감을 위해서 운동해도 된다. 하지만 운동을 한다면 혹은 운동을 가르친다면 이 운동을 해야 하는 본질적인 이유에 대해서 이해하고 설명한 후에 이쁜 ‘애플힙’을 만들어도 되지 않을까 생각한다.
https://www.youtube.com/watch?v=OS0-uMY-1nk&t=4s
참고자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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