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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무운 Mar 03. 2024

완결이라면서

한 편 더


사전 조사 없이 브런치북을 시작했더니 몰랐던 사실인데 시스템상 완결을 내려면 10편 이상의 글이 필요하다고 한다. ‘연재’ 표시를 달아놓고 나 홀로 완결을 지었더니 여간 찝찝한 게 아니다. 틈틈이 관련 글로 몇 편 더 쓰고 진짜 완결 내야지 생각하고 있었는데 집에 큰일이 생겨 쓰지 못하고 있었다. 요 며칠 글은 못 쓰고 접속만 하던 기간 동안 나는 브런치에 들어올 때마다 놀라움과 감사함과 뿌듯함과 불안함과 부담감과 즐거움을 동시다발적으로 겪고 있었다.



내 이야기가 뜨는 브런치북이란다. 1위까지 찍을 줄이야, 정말 놀랐다. 자극적인 내용이긴 하지만 묻히지 않고 뜨다니 운이 좋았다. 총 조회수는 7만이 넘었고 구독자 수는 100이 넘었다.


읽어주시는 분들, 응원해 주시는 분들 모두, 무한히 감사하다. 부끄러운 내용에 부끄러운 글 솜씨로 책이랍시고 내놓고 나니 그런 생각도 들었다. 목욕탕에서 불이 났는데 바가지가 하나라면 얼굴을 가릴 것이냐, 중요 부위를 가릴 것이냐, 하는 밸런스 게임에서 너도나도 얼굴을 가리겠다고 하던 예능 프로그램의 한 장면이 떠오르면서, 그게 바로 지금의 내가 아닌가 생각했다. 얼굴만 가렸지, 발가벗은 채 길거리에 나앉은 것 같기도 한 게, 당장이라도 숨고 싶은 마음이 들 때도 있지만, 짧은 한 마디의 응원에도 용기가 생긴다. 글을 더 쓰고 싶어 진다.


지난 세월 나는 1등을 했던 기억이 별로 없다. (친구들 중 제일 먼저 결혼한 게 1등이라면 1등이다) 그런데 이번에 평생 기억에 남을 만한 대단한 1등을 처음으로 이뤄낸 것 같아 뿌듯함이 밀려온다. 정체를 밝히지 않을 거라 아무에게도 자랑은 못하겠지만 이런 영광스러운 경험을 할 수 있었던 건, 시련과 고통을 안겨줬던 남편 덕분이라고도 할 수 있다. 부모님께 말 못 하는 건 아쉬움이 크다. 이제라도 자랑거리 좀 되면 좋으련만 이걸 말했다간 심려만 끼쳐드릴 뿐이겠지.


여러 알림들 사이에 ‘OOO님이 댓글을 남겼습니다.’라는 문구가 보이면 불안해서 심장이 두근거린다. 남편 욕은 한 바가지 써놓고 이기적이게도 나는 비판이나 비난에 약한 거다. 댓글을 삭제하거나 댓글창을 아예 닫아 버리면 편하겠지만, 나도 나 좋을 대로 떠들었으니 읽으신 분들도 자유롭게 말하실 수 있게 둬야겠다고 생각했다. 댓글을 막지 않았기 때문에 매일 읽고 또 읽고 싶은 댓글들을 받기도 하는 거니까.


구독해 주시는 분들이 생긴 것은 정말 기쁘지만 부담감이 살짝 생겼다. 나의 결혼 및 육아 일상을 바탕으로, 그 안에서의 생각들을 다룬 글로 매거진을 준비 중인데 이 에피소드에 비하면 심심하기 짝이 없는 글이 되지 않을까, 기대에 못 미치지 않을까 걱정이 된다. 읽을 만한 가치 있는 글을 고민하느라 머리가 바쁘다.


이렇게 다채로운 감정을 한꺼번에 느낄 수 있다니, 요즘 이렇게 재밌는 것도 없다! 큰 재미를 선사해 주신 독자분들께 감사하다! 프롤로그에서 밝힌 바와 같이 나는 질투심이 많고 사촌의 사촌이 땅을 사도 배가 아플 못난 사람이지만, 최소한 나의 글을 끝까지 읽어주신 분들께는 가식 없이 감사한 마음, 거짓 없이 행복하시기를 바라는 마음이기에 진심을 담아 에필로그 편의 마지막 문구를 작성했다. 다시 한번 감사함을 전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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