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술보다 기세와 투지
복서처럼 복싱을 하려면
(0순위로는 체력. 이것은 너무도 당연한 얘기라 제외한다.)
마지막으로 자기 확신. '내가 주먹을 뻗어 상대를 확실히 맞출 수 있다'는 자기 확신이 있어야 한다. 이런 확신과 자신감이 나를 더 침착하고 노련하게 만들어 준다. 손자가 생각한 최상의 병법, 싸우지 않고 이기는 것 과 싸울 수밖에 없다면 미리 이기고 싸우는 것이 이것이다. 내가 확실히 상대에게 정타를 먹일 수 있다는 자기 확신이 이 네 가지중 제일 중요하다고 할 수 있다.
생체시합은 복서보다 싸움꾼을 선호한다
물론 생활체육복싱 대회마다 다르겠지만, 생체에 몇 차례 나가본 필자의 경험으로는 대부분의 생활체육복싱대회 심판진들은 복서보다는 싸움꾼을 선호한다. 싸움꾼을 선호한다는 게 무슨 말이냐, 투지 있게 치고 들어가 계속해서 어떻게든 상대를 주먹찜질하려는 모습을 선호한다는 말이다. 진짜 복서를 가르는 시합이 아니라, 이름 그대로 생활체육대회이기 때문이다. 물론 고만고만한 사람들끼리 있는 생체에서 막무가내로 치고 들어오는 인파이팅을 대처하는 것은 여간 쉬운 일이 아니기에, 보통 그런 막무가내 파이터들이 더 많이 때리고 그런 기세로 인해 승자가 되는 것이 일반적이긴 하다.
저번 대회에서 한 가지 아리송했던 시합이 있었는데, 누가 봐도 '와 자세 좋네, 상대공격에 대응 잘하네'라고 느껴지던 청 코너 선수가 막무가내인 홍 코너 선수에게 패배한 것이었다. 필자의 시선으로 볼 때 정타 횟수가 거의 비슷했기에 상대의 공격에 잘 대응하며 아웃복싱을 하던 청 코너 선수가 당연히 이길 줄 알았는데 패배했던 것이다. 이제 보니 막무가내에 자세도 엉망이었지만, 홍 코너가 상대적으로 더 투지 있고 기세 있게 경기를 운영했기 때문이었다.
당연한 말이지만, 복서처럼 정확한 자세와 타격각으로 상대에게 정타를 많이 먹이면 그 사람이 승자가 될 확률이 높다. 하지만 이는 어디까지나 레벨차이가 확실히 많이 나는 선에서의 이야기다. 아무리 복서처럼 하더라도 압도적이지 못하거나, 기세 및 투지가 약해 보이면 심판이 누구의 손을 들어줄지는 확신할 수 없다.
복서처럼 하지 마라는 말이 아니다. 생체에서 우승하기 위해서는 복서처럼 하되 싸움꾼처럼 투지 있는 모습을 보여주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