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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연패맨 Sep 10. 2023

시간과 상대성

잘한다는 것은 어떤 느낌일까

3년
사진 출처 : 스포츠 동아

 1년이라는 시간 동안 기초를 배우고, 2년이라는 시간을 "생각하고" "공부해 가며" 나름대로 규칙적이게 꾸준히 복싱을 하다 보니 이제야 몸과 광배근을 사용하여 주먹을 칠 줄 알게 되었다.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 지금 나는 딱 그 정도 수준에 올라왔다. 여전히 스파링을 하면 허공에 주먹질하는 횟수가 많고 아직 감도 없다. 샌드백을 쳐도 스탭을 자연스레 움직이며 그에 맞게 연타를 날리지도 못하겠고, 셰도를 해도 어색한 부분이 확실히 보인다. ‘세 번은 질리고, 다섯 번은 하기 싫고, 일곱 번은 짜증이 나는데, 아홉 번은 재가 잡힌다’는 말이 있다. 오래 할수록 일에 리듬과 재미가 생긴다는 말이다. 이걸 복싱에 접목해서 말해보자면 이렇게 말할 수 있지 않을까 싶다. '3년째는 여전히 답답하고, 5년째는 하기 싫고, 7년째는 짜증이 나는데, 9년째는 보이기 시작한다.' 

 물론 전체적으로 스파링, 샌드백, 셰도 모두 나아졌지만, 내가 객관적으로 평가를 내려보자 아직 남들이 볼 때 '잘한다'는 수준은 아니다. 만화 [더 파이팅]을 보면 일보가 마모루에게 "강하다는 것은 어떤 느낌입니까..?"라고 물어본다. 나는 이렇게 물어보고 싶다."잘한다는 것은 어떤 느낌입니까..?"



상대성
사진 출처 : 더원프로모션 / 왼쪽이 나오야

 엄밀히 말해 '잘한다'는 개념은 추상적이다. 왜냐 사람에 따라 너무 상대적이기 때문이다. 개인적으로 느끼기에 특히 복싱 같은 투기 종목은 타 스포츠에 비해 더욱 그런 것 같다. 어제 스파링을 하면서 그것을 체감했는데, 앞서 말했듯이 나는 복싱을 잘하는 사람이 아니지만 나보다 훨씬 경력이 안된 초보자와 스파링을 하게 됐을 때 내가 뻗는 족족 주먹을 맞출 수 있었기 때문이다. 반면에 내가 경력이 있거나 재능이 뛰어난 사람과 하게 되면 내 주먹은 허공을 내지르기 부지기수인 것이다.

 이런 복싱의 상대성은 이노우에 나오야와 우리나라 챔피언이 스파링을 했던 영상을 보면 알 수 있다. 상대가 한국 챔피언임에도 불구하고 나오야가 그야말로 갖고 놀듯이 복싱을 하기 때문이다. 나오는 주먹은 제대로 보고 다 막아내고, 주먹은 치는 족족 클린히트를 시킨다. 아마 대부분의 사람들이 저게 무슨 한국 챔피언이냐 하겠지만, 상대는 세계 챔피언이다. 그것도 p4p(모든 복서가 같은 체급이라 생각했을 때) 랭킹 최상위권에 항상 위치하며, 한 때는 랭킹 1위를 한 적도 있는 현역 복서다. 그런 나오야와 스파링을 했으니 상대적으로 한국 챔피언이 초심자처럼 보이는 것도 이상할 것은 없는 것이다.

 복싱은 참으로 정직하고 어렵고 무섭고 힘들고 노력과 재능이 필요한 복잡하고도 단순한 스포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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