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마다의 복싱

복싱을 하는 이유

by 연패맨
스파링을 안 한다고?


"뭐? 복싱을 하는데 스파링을 안 한다고? 그게 복싱을 하는 거냐? 참나." 분명 이렇게 생각하는 사람이 있을 것이다. 복싱은 결국 스파링과 시합를 위한 스포츠이기에 복싱의 꽃인 스파링을 안 한다는 것은 복싱을 제대로 하는 게 아니라고 생각할 수 있다. 사실 나도 그렇게 생각한다. 결국은 싸움을 위한 스포츠가 '복싱'이니까. 복싱으로 깊이 파고들고 그 매력에 심취하기 위해서는 스파링이 필수다. 하지만 이건 어디까지나 선수, 그리고 스파링이 하고 싶고 또 그것이 가능한 사람들에 한해서라고 말하고 싶다. 누군가는 스파링이 하고 싶지만 두려움 때문에, 또 누군가는 건강 때문에, 또 누군가는 호기심이 안 생기기 때문에 등등 저마다 스파링을 안 하는 이유가 있을 것이다. 그것을 지고 그게 복싱을 하는 거냐고 어두운 눈빛이나 비웃음의 눈초리를 보내서는 안 된다. 두려움을 극복하고 건강을 지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한 번이라도 스파링을 해본 사람은 그것이 얼마나 두렵고 아프고 힘든 일이지 알 것이다. 또 호기심이 안 생길 수 있다. 어느 분야나 마찬가지지만 특히나 스포츠는 압도적인 재능의 영역이다. 특히 그중에도 치고박는 격투기인 복싱은 재능은 물론 깡이나 건강도 타고나야 한다. 누군가는 퍼 맞아도 '견딜만하네!' 할 수도 있고, 누군가는 퍼 맞으면 '와.. 이게 할 짓인가..' 싶을 수도 있는 것이다.

출처 : kukukeke




멋진 사람

복싱을 잘하는 사람은 멋지다. 피하고 때리고 현란하고 빠르다. 하지만 스파링이 두려움에도, 재능이 없음에도, 건강이 염려가 되는데도 스파링을 하는 사람이 있다. 나는 그런 사람들이 진짜 멋진 사람이라고 생각한다. 무섭고 자신감이 없어도 극복해보기 위해 경험해보기 위해 노력하고 부딪히는 것, 그 시도만으로도 충분히 갚지다.

6년 전 해병대 훈련소 시절, 그날은 10m 높이에서 물속으로 뛰어내리는 이함훈련(비상시 배에서 바다로 뛰어내리는 훈련)이 있었다. 2m부터 4m, 7m 이런 식으로 차례차례 높이를 올려가며 뛰어내렸었는데, 7m 지점에서 어떤 훈련병 한 명이 뛰어내리기를 거부했었다. 두려웠던 것이다. DI(Drill Instructor)의 호통에도 뛰어내리지 못한 그는 결국 밑으로 내려왔고 그 사이 모든 훈련병들이 함훈련을 마쳤다. 훈련이 끝난 우리는 그곳에서 바로 체력훈련을 시작했다(내 생각엔 그가 뛰어내릴 때까지 기다렸던 것 같다). 한 참 뒤, "풍덩"하고 커다란 파열음이 울려 퍼졌다. 그가 용기를 냈던 것이다. DI의 주도하에 모든 훈련병의 박수가 쏟아졌다. 물론 이것은 해병으로 거듭나기 위한 과정 중에 하나로 수료하기 위해서는 강제적으로라도 뛰어내려야만 했지만, 누가 물리적으로 떠민 것도 아닌데 두려움 속에서도 자기 두 발로 끝까지 걸어가 용기를 내어 뛰어내린 것은 박수를 받을만한 일이었다(아무리 무서운 놀이기구라도 조금만 용기를 내어 일단 타면 강제적으로 기계가 공포를 체험시켜준다. 하지만 번지점프나 낙하산같이 스스로 뛰어내려야 하는 것은 누구 하나 물리적으로 도와주는 사람이 없기에 더 극한 공포감을 심어준다고 생각한다).

많은 리스크를 감수하고서라도 도전하는 자는, 그 시도만으로도 인정받을만하다고 생각한다.

해병대 훈련소 이함훈련



제대로 하기

꼭 스파링을 하지 않더라도 복싱을 제대로 배우고 제대로 수련하는 것은 전혀 쉬운 일이다(나는 분명 '제대로'라고 말했다. 대충 툭툭 설렁설렁하는 것은 육체는 물론 정신적으로도 힘들지 않다). 여타 격투기나 구기 종목들도 그렇겠지만 복싱은 혼자 견뎌내야 하는 훈련이 많이 필요하다. 줄넘기, 로드웍, 샌드백, 셰도 등 숨이 차고 귀찮고 지루한 것들을 무한 반복해야 한다. 재밌지 않다. 정말 재밌지 않다. 자세가 이쁘게 나오고 복싱을 체화한다는 뿌듯함은 있지만 그 과정 자체가 너무 고통스럽다(나는 그렇다. 다른 사람은 재밌을지도 모르겠다). 복싱을 시작하기 전에 어찌도 그리 하기 싫은지.. 그나마 체육관에서 일을 해서 몸이 그 장소에 있으니까 바로 운동을 쉽게 시작할 수 있는 것 같다. 내가 집에서 체육관으로 와서 운동을 했다면 육체적으로든 정신적으로든 훨씬 힘들었을 것이다. 다시 한번 말하지만, 정말 집중해서 제대로 했을 때를 말하는 것이다. 스스로, 양심적으로, 힘들어도 제대로 복싱을 했을 때 고통스럽지만 비로소 성장한다. 그리고 그것이 복싱이라고 생각한다.

출처 : 짤봇
keywor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