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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연패맨 Sep 04. 2022

아웃복서

내가 생각하는 완성형 복싱

인파이터


 인파이터란 적극적으로 상대에게 치고 들어가 공격하는 스타일로, 연타와 맷집이 좋으며 KO를 노리는 경우가 많다. 상대와 거리를 좁히는 스타일이기에 스트레이트성 중장거리 타격보다는 주로 훅이나 어퍼같은 짧고 강한 공격으로 상대 선수를 주먹찜질하는 편이다. 대표적인 인물로는 마이크 타이슨, 매니 파퀴아오, 로베르토 두란, [더 파이팅]의 마쿠노우치 잇포 등이 있다. 아마 복싱을 해보지 않은 사람들도 대강 인파이터가 어떤 스타일인지 알고 있을 것이다. 그도 그럴 것이 우리가 듣고 접하는 선수들은 인파이터들이 워낙 많은 데다가, 만화나 영화 같은 창작물에서도 주로 주인공은 화끈한 인파이터들이기 때문이다. 많은 사람들이 주목했던 2015년 월드 복싱 매치, 파퀴아오와 메이웨더의 경기는 전형적인 인파이터와 아웃복서의 싸움이었다. 알다시피 회피와 숄더 롤의 대가인 메이웨더는 파퀴아오로부터 연전연승 무패의 전적을 지켜내며 경기를 승리했다. 하지만 메이웨더에게 돌아오는 세간의 반응은 (화끈한 파퀴아오의 스타일과 달리) 피하기만 하고 공격도 별로 없는 개노잼 경기였다며 비판하기 일쑤였다. 뭐 객관적으로 복싱을 '재미'만 놓고 따지자면 아웃복서의 스타일이 인파이터에 비해 노잼인 것은 확실하다. 세상에서 제일 재밌는 구경거리가 싸움인 만큼, 붙어서 치고받는 인파이팅 스타일이 재밌는 싸움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복싱이라는 스포츠의 목적은 잘 때리고 안 맞는 것이기에, 경기가 노잼이라도 메이웨더가 구사하는 복싱은 복싱의 목적을 완벽히 추구하는 완성형 복싱임을 그 누구도 부정할 수는 없을 것이다. 특히 복싱을 경험해보고 또 많이 본 사람이라면 누구나 인정할 것이다. 물론 사상 최초이자 유일의 8체급석권을 이뤄낸 인파이터 파퀴아오 역시 두말할 필요 없이 위대한 선수이다. 

[더 파이팅]의 마쿠노우치 잇포 / 출처 : 쿄우마샵




아웃복서


 아웃복서란 풋워크를 살려 치고 빠지며 KO보다는 주로 한 방 한 방 때리며 점수를 쌓아가는 스타일로, 발을 빠르게 움직여 공격과 수비의 기회를 만드는 만큼 많은 체력과 순발력을 요한다. 빠르게 치고 들어가 빠지는 만큼 단거리 타격보다는 중장거리 타격인 스트레이트와 카운터 공격을 위주로 사용한다. 대표적인 인물로는 슈거 레이 로빈슨, 무하마드 알리, 플로이드 메이웨더 주니어, [더파이팅]의 미야타 이치로 등이 있다. 앞서 언급했듯이 화끈한 인파이팅 스타일과는 반대로 치고 빠지며 공격보다는 수비 위주의 복싱을 추구하기에 보는 사람 입장에서는 개노잼이라고 비판하기 일쑤인 경우가 많으며, 대부분의 창작물에서 인파이터가 주인공이고 라이벌이나 악당(?) 역할로 아웃복서가 등장하는 경우가 많다([더 파이팅]의 미야타 이치로가 대표적인 경우). 필자가 짐작하기로는 많은 주먹을 맞고 견디며 치고 들어가 멋진 타격을 쑤셔 넣는 인간승리의 아이콘 같은 인파이터와 달리, 아웃복서는 얍씰하게(?) 치고 빠지며 상대를 간 보다가 회심의 일격을 찔러 넣는 기회주의적인 모습으로 그려내는 경우가 일반적이기 때문이라 생각한다. 경기 자체가 일반적으로 인파이팅에 비해 재미없는 것은 팩트지만, 아웃복싱의 매력과 그것을 추구하기 위한 피나는 노력이 단지 '재미'에 묻히는 경우가 많아 아쉬운 마음이 든다. 외형만을 보더라도 애초에 굵고 딴딴한 인자강 느낌의 인파이터와 달리 아웃복서는 길고 가는 인자약 느낌의 사람들이 추구하는 경우가 일반적이다. 어찌 보면 신체의 강점(크고 길다)을 살리고 약점(약하고 마르다)을 보완하는 상대적 인자약들을 위한 복싱 스타일인지라 나는 아웃복싱을 추구하는 이들의 땀과 노력을 높이 사고 싶다(절대 내가 아웃복서라서 그런 게 아니다).

[더 파이팅]의 미야타 이치로 / 출처 : 더위키




인 앤 아웃


 필자의 개인적 견해로는 완성형 복서가 되기 위해선 결론적으로 인&아웃 둘 다에 능한 선수가 돼야 한다고 생각한다. 근접에서 묵직하게 치고 들어가는 기술과 원거리에서 빠르게 치고 빠지는 기술. 즉, 인파이팅과 아웃복싱이 잘 조합된 스타일이 인 앤 아웃이며, 이것이야말로 최고의 복싱 스타일이라 생각한다. 그리고 이것을 가장 잘하고 있는 선수가 이노우에 나오야라고 생각한다(사실상 이노우에 나오야는 인 앤 아웃을 넘어 모든 능력치가 최상위 클래스인 올라운더라고 칭하는 것이 더 정확하다. 하드펀쳐, 미친듯한 스탭, 상대방 뇌정지 오는 거리조절, 칼 같은 카운터 펀치, 사기적인 앞손 등). 세상 모두가 현 복싱의 1인자라 칭하는 바실 로마첸코를 예로 들지 않는 이유는, 그가 왼손잡이이며(대부분의 사람은 오른손 잡이니까) 감히 일반인은 흉내내기조차 힘든 테크니컬 한 복싱을 구사하기 때문이다. 그에 반해 나오야는 기초적인 동작을 극한의 경지까지 올린 정석적인 복서이기 때문에 일반인의 입장에서 그의 동작을 눈으로 보고 따라 하며 기초 숙달을 익히는 것은 물론 롤모델로 삼기에도 훌륭한 복서이기 때문이다. 나오야가 복싱의 목적인 '잘 때리고 안 맞기'를 기가 멕히게 잘하는 이유는 바로 거리 조절 능력 때문이다. 차분하게 상대의 주먹이 닿지 않는 거리를 유지하다가, 공격할 때가 되면 타이밍을 뺏어내며 총알 같은 스피드로 핵펀치를 먹인 뒤, 상대의 거리에서 귀신같이 공격을 피하거나 막아내며 다시 자신의 거리로 빠지기 때문이다. <손자병법>에 나오는 풍림화산의 개념을 복싱에 제대로 접목시킨 복서인 것이다. 이것을 잘하기 위해서는 역시나 복싱의 기본인 스탭이 좋아야 한다(자연스레 스탭은 체력으로 연결된다). 흔히들 말하는 콩콩이 스탭이 좋아야 한다. 상황에 따라 걷는 스탭을 쓰더라도 순간적으로 치고 들어가고 다시 빠져나올 때는 콩콩이 스탭이 사용되기 때문인데, 막거나 상체를 흔들어 피하는 것보다 스탭으로 피하는 것이 전체적으로 볼 때 가장 최적의 수비인 이유는 이어지는 공격과 상황판단에 있어서 복서를 전략적으로 우세한 곳으로 위치시키기 때문이다. 내가 상대보다 우세한 위치에 있다는 것은 곧 경기를 지배할 가능성이 상대보다 높음을 의미한다. 다만, 역시나 가장 문제가 되는 것은 체력이다. 걷는 스탭에 비해 뛰는 스탭은 순간적인 반응력은 뛰어나지만 그만큼 체력소모가 훨씬 많기 때문이다. 결국 인 앤 아웃복싱을 잘하기 위해서는 (모든 스포츠에서) 가장 기초인 체력이 먼저 바탕이 되어야 한다는 결론을 내려야 할 것 같다. 더해서 인파이팅보다는 스탭을 살리는 아웃파이팅이 최고의 복싱 스타일인 인 앤 아웃에 더욱 가까운 스타일이라고 생각한다.

[더 파이팅] 작가가 그린 이노우에 나오야 / 출처 : 나무위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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