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로스앤젤레스
미국 캘리포니아주의 LA, 로스앤젤레스는 지구상에서 제일 가보고 싶었던 곳 중에 하나였다.
영화광인 나에게 할리우드와 여러 방송 스튜디오가 있는 LA는 지상낙원이자 꿈의 도시였다. 세월이 지나도 내 상상 그대로 머물러주기를 바라게 되는, 닳을까봐 사진조차 아껴보는 곳. 악명 높은 미국 비자만 해결된다면 무슨 일을 하던 살고 싶은 도시. 자연을 지향하는 내가 사랑하는 몇 안 되는 도시 중 하나.
교환학생 시절 봄방학을 맞이하여 드디어 그 도시에 발을 디디게 되었다. 팬을 맞이하는 프로 연예인처럼, 로스앤젤레스는 내가 머무는 5박 6일 동안 단 한 번의 흐린 날 없이 아름다운 모습을 보여줬다.
3월의 LA는 따뜻했다. 우선 가장 먼저 할리우드 명예의 거리로 향했다.
마음속으로 혼자 환호의 소리를 지르며 아카데미 시상식 & 오스카 시상식 때 셀럽들이 화려한 의상을 입고 사진을 찍는 계단을 오르락내리락거렸다. 나에게 때론 감동을 주고, 때론 눈을 즐겁게 해 주고, 때론 하루 종일 생각할 거리를 만들어준 영화인들의 이름이 거리 곳곳에 별로 박혀있었다. 한걸음 걸어서 라이언 레이놀즈 명패와 마주치면 <데드풀>과 <킬러의 보디가드>를 떠올리며 피식 웃음을 짓다가도, 한걸음 걸어서 쿠엔틴 타란티노의 명패를 마주치면 <장고>부터 <원스 어폰 어 타임 인 할리우드>까지 그가 선사해 준 속 시원한 영화들이 머릿속을 스쳐갔다.
수많은 미디어에서 마주쳤던 하얀 할리우드 싸인과도 사진을 찍었다. 인생샷 명소로 소문난 그곳에는 이미 여러 나라에서 온 관광객들이 북적거렸다. 이 도시에겐 나 또한 그저 스쳐 지나가는 한 명의 동양인 관광객이라는 생각에 조금 서운했던 걸 보니, 나에게 LA는 단순한 관광지 이상이었나 보다.
이탈리아 베네치아 운하를 모티브로 만들어진 베니스 운하는 실제 베네치아 운하와는 전혀 다른 분위기를 풍겼다. 듬성듬성 나 있는 야자수와 독특한 디자인의 주택들이 잘 어우러졌다.
6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가장 강렬하게 기억에 남는 건 다름 아닌 베니스 비치였다.
여유롭게 자전거와 킥보드를 타는 사람들과 러닝을 하는 사람들. 시간에 쫓기지 않고 농구를 하는 사람들과 그걸 지켜보는 사람들. 마치 다른 세상에 떨어진 것 같았다.
그리고 태어나서 본 석양 중 가장 아름다운 석양을 마주했다. 노을을 싫어하는 사람이 있을까 싶지만, 그런 사람도 이 광경을 보면 마음이 바뀔 것 같았다. 없던 사랑도 피어오르게, 없던 다짐도 샘솟게 만드는 진한 여운을 남겼다. 인생샷이라면 인생샷, 깨우침이라면 깨우침, 사랑고백이라면 사랑고백, 모든 걸 다 이루게 해 줄 것 같은 노을이었다. 이 도시에 영원히 머물 수 없어서 아쉬운 나의 마음을 몰라주는 태양은 언제 그랬냐는 듯 짙은 어둠을 남기고 자취를 감췄다.
멜로즈 에비뉴의 스타일리시한 건물들과 벽화도 감상했다.
멜로즈 에비뉴는 사실 큰 이벤트가 있는 곳이라기보다는 여러 브랜드들의 이색적인 건물 스타일과 벽화를 볼 수 있는 거리여서, 한국말로 따지면 '벽화 거리' 정도로 치부될 수도 있다. 하지만 미국 서부 특유의 아름다운 햇살과 선명하게 잘 관리된 벽화들 덕분에 여느 벽화 거리와는 차원이 다른 눈호강을 할 수 있다. 쭉 걷다 보면 정말 다양한 벽화가 있어서 맘에 드는 벽화가 하나쯤은 있기 마련이다.
베벌리 힐즈 로데오 드라이브의 명품관도 구경했다. 초라한 지갑 앞에 자연스레 두 손 모아 겸손해지는 곳이었다.
영화 <라라랜드>의 촬영지로 처음 알게 된 그리피스 천문대.
LA가 한눈에 보이는 전망대의 역할도 하는 곳이다. 밤이 되면 도시의 불빛이 마치 은하수처럼 광활하게 펼쳐진다. 큰 건물이 있는 다운타운이 중심이 되어 나지막한 건물들이 주위를 장식하니 마치 블랙홀 주위를 회전하는 행성계 같았다. <라라랜드> 촬영지라 방문했지만 야경에 감탄하고 내려온 곳.
고등학교 시절부터 미국의 토크쇼들을 즐겨보곤 했었다.
늘 유튜브로 클립만 보다가, 이번 기회로 '코난쇼(Conan Show)'를 직접 방청객으로 관람하는 황금 같은 기회가 생겼다. 현장에서 선착순으로 입장을 마감한다는 소문에 2시간 일찍 워너 브라더스 스튜디오에 도착했다. 스튜디오 주차장부터 영상에서 봤던 소품들이 한가득이어서 기다리는 재미가 쏠쏠했다. 잘생긴 아이돌 콘서트도 아니고 키다리 백인 아저씨의 미국식 농담을 들으러 2시간 줄을 서는 것에 이리 설레는 것도 웃긴 일이었다. 하지만 늘 관심사가 크게 변하지 않고 잔잔하고 꾸준한 나에게 코난쇼 방청은 정말 오랜만에 가슴을 간질간질하게 만들었다.
코난 오브라이언은 실물이 훨씬 더 컸다. 키도 크고 얼굴도 컸다. 너무 프로라서 쇼는 라이브여도 될 정도로 물 흐르듯 자연스럽게 흘러갔다. 너무 박수를 열심히 치느라 손바닥이 잘 익은 사과빛이 되었다.
미국 버전의 월미도 테마파크 같은 산타 모니카 해변 퍼시픽 파크(Pacific Park)에도 놀러 갔다.
관광객들도 많았지만, 대마를 피고 희죽대며 놀이공원 분위기를 즐기는 로컬들도 많이 보였다.
그리고 미국 동북쪽 시카고에서 LA까지 길이가 무려 4천 킬로미터에 육박하는 66번 국도, 루트 66의 종점도 퍼시픽 파크 안에 있다. 4천 킬로미터라니, 시카고에서 LA 산타 모니카 해변까지 잠 안 자고 시속 100km로 꼬박 달려도 약 40시간이 걸리는 셈이다. 서울에서 부산까지의 경부 고속도로를 9번 나열해도 남는 거리다.
미국이라는 나라가 얼마나 거대한지 실감 나는 숫자다. (물론 퍼시픽 파크에서 마주친 루트 66 종점 간판은 기념비적 의미가 강해서 큰 감흥은 없었다.)
LA 여행에서 빠질 수 없는 유니버설 스튜디오에도 하루를 바쳤다.
해리포터 테마파크부터 심슨 테마파크, 그리고 실제 스튜디오 투어까지 마치 생일 맞은 아이처럼 동동 뛰어다니며 놀이공원을 누볐다. 하루 종일 행복한 꿈을 꾸고 있는 것 같은 기분이었다.
특히 직업의식이 충실한 캐스트들이 해리포터 속 주문을 외쳐준다거나, 호머 심슨과 마지 심슨과 함께 사진을 찍을 때면 정말 내가 사랑하는 판타지 세계 속으로 들어온 것 같았다. 실제 방송 스튜디오 투어를 하면서 버스를 타고 녹화가 진행 중인 스튜디오를 지나거나, 사람들이 일하는 모습을 볼 때면 잊고 지내던 신문방송학과의 꿈이 꿈틀거렸다. 그래, 내 꿈은 영화 엔딩 크레딧에 내 이름을 남기는 것이었지.
로스앤젤레스는 관광객이 아니라 관계자로 다시 찾아오고 싶은 곳이었다. 놀러 가는 동네가 아니라 나의 동네가 되었으면 싶은 곳이었다. 그리고 아마 앞으로도 오랫동안 마음속에 진한 아쉬움으로 남아있을 것이다.
Los Angeles, California, The United States_ Key Words
- Griffith Observatory
- Hollywood Sign
- Hollywood Walk of Fame
- TCL Chinese Theatre
- Universal Studios Hollywood
- Rodeo Drive (Beverly Hills)
- Santa Monica Pier
- Venice Beach
- Pacific Park
- Santa Monica Beach
- Melrose Avenu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