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최최 Aug 22. 2023

아빠는 강한 사람이야

아빠에게 하고 싶은 말

<아빠에게>라는 제목으로 글을 쓰는 동안 갑자기 아빠가 쓰러지셨다. 처음엔 열사병인 줄 알았고, 다음엔 살인진드기인 줄 알았는데 아니었다. 모든 수치가 최악으로 치달으며 며칠간 가족 모두 피를 말렸다. 그렇게 알게 된 진단명 림프종. 


누가 암에 걸렸다는 이야기를 들을 때마다 그런 건 다른 집에서나 일어나는 일인 줄 알았는데, 우리 아빠가 암이라니. 얼마 전 모 가수가 림프종에 걸렸다가 나았다는 기사를 봤을 때도 그저 남의 일이라고만 생각했는데.


아빠는 평소 건강에 대한 자신감이 넘쳤다. 또래 할아버지들에 비해 건강했던 것도 사실이다. 40년 넘게 친 테니스로 단련된 체력 덕분이다. 그래서인지 아빠는 어디가 아파도 좀처럼 내색을 하지 않았다.


아빠는 일을 할 때마다 꼭 어딘가를 크고 작게 다쳤다. 그때마다 엄마는 꼭 일한 티를 낸다며 혀를 끌끌 찼다. 살짝 베이거나 뜯기는 정도면 그럴 수 있다고 생각하는데 살갗이 찢어져 피가 철철 나도 물로 대충 씻고 만다. "아니, 아빠 피가 계속 안 멈추잖아." 그러면 휴지로 꾹 누르고 있으면 된다며 반창고 마저 필요 없다고 거부했다.


옛날에 내가 아주 어릴 때, 동네 어린이집 시소를 고쳐준다고 도와주다가 손가락을 다친 적도 있다. 너덜너덜 해진 손가락을 붙잡고 병원에 갔다. 의사는 마취를 하자고 했으나 아빠는 빨리 꿰매어달라고 말하며 13 바늘을 마취도 없이 버텼다. 의사가 대단하다 못해 지독하다고 했단다.


이번에 골수 검사를 할 때도 마찬가지였다. 며칠 동안 밥도 못 먹고 물도 제대로 못 마신 상태에서 급하게 검사가 이뤄졌다. 검사실에서 나온 아빠는 다른 사람들은 아파서 고래고래 소리를 질렀는데 당신은 소리 안 번 안 지르고 꾹 참았다며 자랑(?)하셨다.


아빠가 크고 작게 다칠 때마다, "아빠는 우리 집 기둥이야. 아빠 잘못되면 우리 다 못 사니까 알아서 해."라고 협박 멘트를 날리던 나였다. 그런데 요즘은 눈물만 나온다.


아빠가 원인을 모른 채 식사는 물론 물도 제대로 삼키지 못했던 며칠 동안 할 수 있는 거라곤 엎드려 기도하는 것 밖에 없었다. 가족들 모두 눈물 콧물 쏟아낼 때에도 아빠는 이겨낼 수 있다며 오히려 우리를 위로하셨다.


그래, 아빠는 강한 사람이니까. 아빠는 이겨낼 수 있을 거야. 아빠 사랑해.




이전 09화 결혼 이야기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