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 어디가서 확 디져버리던가
거기가 어딥니까?
장례를 치르는 모든 단계마다 아줌마는 실신했다. 매일 큰 소리로 동네가 떠나갈 듯 "이 놈의 영감, 어디 가서 확 디져버리던가!" 같은 무서운 말을 아무렇지도 않게 퍼붓던 아줌마였다. 아줌마는 검은 상복을 갈아입을 때도, 화장실을 다녀올 때도, 심지어는 머리에서 떨어진 흰 리본을 주워 다시 달 때도 실신을 했다.
아줌마는 장례 첫날에 이미 목이 상해 목소리가 전혀 나오지 않았다. 아줌마의 웃음소리가 세상에서 제일 시끄럽고 싫었다. 그런데 그렇게 우렁찬 아줌마가 '아' 한마디를 못했다. 차라리 비명이 나을 것 같았다. 바닥을 엉금엉금 둥근 등으로 기어 다니며 벌레 소리보다 작은 쇳소리로 고개를 숙였다 들었다 숙였다 들었다 우는 아줌마의 모습은 가슴이 미어지게 처참했다. 아줌마가 소리도 못 내고 울자, 아저씨를 조문하러 온 사람들은 개미 소리 조차 낼 수 없었다. 아저씨의 3번 방만 조문객들의 절 하는 옷자락 소리뿐이었다.
아저씨의 영정 사진을 봤다. 영정 사진을 왜 저렇게 근엄한 걸로 했을까. 아저씨 웃음이 얼마나 호방한데 저런 호랑이 같이 부라리는 사진을 갖다 놓았을까.
화장하는 걸 처음 봤다. 아저씨의 관이 도착했고 육중한 철문이 철컹하고 열리더니 엄청난 불길이 보였다. 아줌마 집 옥상 장독대 난간에 앉아 쭈쭈바를 먹으면서 보던 한여름의 타오르는 노을 같았다. 아저씨는 노을길을 따라 영영 가시는구나.
이제 갓 쉰을 넘긴 아저씨는 힘자랑을 한다고 양 팔에 뽀빠이처럼 나와 내 동생을 하나씩 걸고 아저씨 집에서 우리 집까지 우리를 데려다주곤 했었다. 아저씨의 두 팔이 들어가기에는 관 폭이 너무 좁아 보였다. 아저씨가 꽉 껴서 숨이 찰 것 같아 나도 숨이 막혔다.
그때 처음으로 영혼에 대한 생각을 했다.
내가 열 살 때 우리 집 진돗개 재롱이가 죽었다. 나는 2주일을 내내 울었다. 학교에서 '머지않아'라는 단어를 배웠고 같은 제목의 노래도 배웠던 날. '머지않아 산과 들에 복사꽃이 필 때엔, 엄마하고 나하고 꽃놀이 가죠. 푸른 밤과 흰구름 두둥실 떠올라...' 아직도 생각나는 노랫말. 아빠와 같이 뒷 산에서 재롱이를 묻으며 나는 젖은 목소리로 '머지않아' 노래를 불렀다. "아빠. 재롱이 몸은 여기 이렇게 있는데 왜 우리 재롱이가 안 짖어요?" 아빠는 한쪽 눈에서만 눈물 한 줄을 흘리더니 아무런 말도 없이 삽으로 땅만 팠다.
화장 중 대기실에 누워있던 아줌마는 벌떡 일어나 둘레둘레 고개를 돌리며 퉁퉁 부어 떠지지도 않는 눈을 동그랗게 떴다. "현자 아부지요!" 나오지도 않는 쇳소리로 불렀다가 이내 다시 정신이 들어 바닥을 또 기며 쎄쎄 소리로 오열했다. 벽을 보며 서 있던 아빠는 재롱이가 죽었을 때처럼 아무 말도 없이 눈물만 흘리고 있었다. 아빠의 어깨가 들썩였고 이번에는 양 쪽 눈에서 두 줄의 눈물이 흘러내렸다. 턱 끝에서 빠르게 뚝뚝 떨어지는 아빠의 눈물은 마치 아줌마 집 지붕 처마 끝에서 떨어지는 빗물 같았다. 내가 가장 사랑했던 공간과 시간들이 떠올랐고, 이 모든 상황이 전혀 현실 같지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