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 현실과 꿈의 경계에서

이건 꿈일까

by Mia Kim

어젯밤, 아저씨가 돌아가고 오늘 밤은 조용히 잘 잘 수 있을 것 같았는데 처음으로 함박눈이 와서 그런지 심장이 벌렁거려 잠이 잘 안 왔다. 언니와 동생까지 우리 셋은 맨 손으로 눈사람을 만들어서 몸이 얼어 있었다. 서로 눈만 마주쳐도 으르렁대며 싸웠던 우리지만 그날은 하얀 눈 덕분인지 언니 방에서 바닥에 이불을 깔고 셋이 나란히 다 같이 잤다. 라디오로 별밤을 듣다가 언제 잠들었는지 모르게 잠이 들었다.



아침인지 점심인지 여느 때처럼 아줌마의 목소리에 깼다. 그런데 평소랑 사뭇 달랐다. 동생은 겁에 질려 이불속으로 파고들었다. 내가 이불을 걷어내자 다시 잽싸게 이불을 훔치며 소라게처럼 쏙 들어갔다. 언니는 거실에 서 있었다. 아줌마는 이상한 소리로 비명을 지르더니 우리 집에 들어오자마자 나무토막처럼 그대로 거실 바닥에 떨어지듯 '쿵'하고 드러누웠다.



나는 아빠가 말을 그렇게 빨리 하는 걸 처음 봤다.

"지영아!!! 지은아!!! 119! 빨리! 빨리 전화해!"

뒤뜰 장독대에서 동치미를 푸고 있던 엄마는 아빠 목소리에 놀라 욕실을 통해 뛰쳐 들어오다 아줌마를 보고는 국대접을 그대로 놓쳐버렸다. 그릇은 욕실 타일과 부딪혀 둘 다 산산조각으로 깨졌다. 엄마는 맨발로 도자기와 타일 파편들을 그대로 밟고 뛰어 들어왔다.



"아지매...... 아지매!!!" 엄마는 울부짖었다.

언니는 119로 전화하며 울고 있었고 주소를 말하지 못해 내가 전화를 뺏었다. 우리 집 주소를 말한다는 게 아줌마 집 번짓수로 나도 잘못 말하고 있었다. 아줌마의 통나무처럼 뻣뻣하게 경직된 몸은 부르르 떨고 있었고 눈은 까뒤집혀 흰자만 내보이고 있었다. 아빠는 우리에게 다 나오라며 소리를 질렀고 빨리 아줌마의 몸을 주무르라고 했다.



그런데 갑자기 아줌마가 벌떡 일어나서는 너무나 멀쩡하게 양 손으로 단발머리를 귀 뒤로 꽂으며, "지은아! 니 와 학교 안갔노?"라고 말했다. 나는 이 상황이 도대체 무슨 일인지, 이게 꿈인지 현실인지조차 혼동됐다. 그러더니 또 갑자기 다시 바닥에 철퍼덕 앉아 복어 같이 퉁퉁한 손바닥으로 바닥을 철썩 철썩 치며 "아이고...... 아이고......" 꺼이꺼이 울었다. 아줌마는 한겨울에 신발도 안 신고 맨발로 미친 사람처럼 우리 집 대문을 박차고 뛰쳐나갔다. 지금까지 내가 본 게 대체 무엇인지 심장이 벌렁거려 진정할 수가 없었다.



아빠는 곧바로 신발을 반쯤 신고 아줌마를 쫓아 뛰어 나갔고, 엄마는 집 안을 허둥지둥 왔다 갔다 하며 점퍼와 지갑 등을 챙겼다. 엄마의 발자국이 닿는 거실의 나무 바닥은 무당벌레 등껍질처럼 핏 무늬가 찍혔다. 엄마는 넋이 나가 흐느끼며 신발도 짝짝이로 신고 아빠 뒤를 따라 쫓아 나갔다.



나는 언니를 보며 "이거 뭐야?"라고 물었고 언니는 온 얼굴이 눈물로 뒤덮여 있었다. 이불속에 소라게처럼 숨어 있던 동생은 언니 품으로 뛰어들어 서럽게 울었다. "야, 김지영! 이게 무슨 일이냐고?!" 어젯밤 펑펑 함박눈처럼 내리던 언니의 눈물은 주르륵 흘렀다가 꽉 다문 언니의 입술 사이를 지나 턱 끝에 고드름처럼 맺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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