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 이례적 함박눈처럼 인생도

우리는 얼음 길바닥 위를 달렸다

by Mia Ki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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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저씨가


돌아가셨대......"



뭐......?



나는 그 말을 듣자마자 나도 모르게 점퍼를 입고 운동화를 신고 엄마를 쫓아 뛰어나갔다. 큰길 저 멀리로 엄마가 뛰어가고 있는 게 보였다. 엄마가 중앙 시장 쪽으로 사라졌다. 시장 쪽이면 현대병원이고 예식장 쪽이면 제일병원이었다. 현대병원 앞은 아수라장이었다. 뉴스 취재진들도 와있었다. 다친 사람들은 응급실 대기 의자에도 있었다. 나는 아저씨를 찾았다. 응급실 간호사에게 가서 "저기요. 강병진 씨는요?" 간호사는 차트 확인도 안 하고 "영안실로 가보세요."라고 말했다.



영안실? 영안실이 뭐하는 곳이더라.

영. 안. 실...




아줌마 집 옥상 위 노을처럼 내 얼굴도 점점 벌게지고 뜨거워지고 있었다. 눈물로 젖은 앞 섶도 뜨거웠다. 앞이 보이지가 않았다. 비명 소리가 들렸고, "저기요. 어어? 현자 아빠! 현자 아....빠...... 현자 아부지요!" 아줌마는 절규하고 있었다. 아저씨 나이, 겨우 쉰 둘이었다.



나는 한 걸음 한 걸음 내딛다가 계단에 주저앉아 버렸다. 다리가 후들거려 한 발짝도 움직일 수가 없었다. 그리고 무서웠다. 아저씨가 저기 누워있다는 게. 다른 사람들은 모두 경미한 부상자들인데 왜 아저씨 이름만 이렇게 다급한 글자로 영안실 앞에 휘갈겨 쓰여있는지. 계단에 주저앉아 영안실 문만 계속 바라봤다. 문 앞에 붙은 A4 종이 한 장이 점점 명함 크기로 작아졌고, 내 시야는 점점 어두워져 암흑이 되었다가 다시 점점 밝아지며 앞이 보이기를 반복했다.



걷는 건지 뛰는 건지 매번 알 수 없었던 아줌마는 어떻게 그렇게 빨리 현대병원까지 뛰어갔을까. 뒤뚱거리며 걷다가도 발을 헛디디는 아줌마였다. 아줌마는 초인처럼 한겨울 얼음 길바닥을 위를 맨발로 뛰어 병원까지 갔다. 나는 어떻게 집으로 돌아왔는지 기억이 나질 않았다. 우리 집 현관문을 열고 멍하니 서있었다.



우리 셋은 서로 한 마디도 나누지 않았다. 언니는 방 문 옆에 기대 웅크리고 앉아 있었고, 동생은 곰인형을 안고 소파 밑에 쪼그리고 앉아 있었다. 나는 왕 자리는 왜 만날 아빠만 앉느냐고 투덜댔던 아빠의 자리로 갔다. 아빠가 앉던 왕 자리에만 발받침이 있었다. 아빠 자리로 깊숙이 앉을 생각이었는데 거기까지 갈 힘도 없어 겨우 발받침에 털썩 주저앉았다. 온몸이 자동차 진동처럼 떨렸다.



분명 어젯밤 10시까지만 해도 거나하게 취해서 양 손에 술 병을 들고 초인종을 눌렀던 아저씨였다. 아저씨의 어젯밤 모습이 떠올랐다. "지영이 엄마요! 이거 영영 내 못 오게 하는 거 아닙니꺼?" 영영 못오게 하는 것 아닙니꺼. 영영 못 오게...... 영영......



뉴스에는 강 모 씨가 나왔다.

전날 새벽까지 과음한 8톤 덤프트럭 운전기사가 출근길에 신호 대기 중이던 오토바이 한 대를 추돌했고, 오토바이 운전자 강 모 씨는 8미터를 날아 그 자리에서 즉사. 했다.



현자 언니와 훈이 오빠는 아줌마의 동생들과 함께 집에 들러서 옷가지와 물건들을 챙겼다. 아줌마처럼 호쾌했던 현자 언니는 계속 흐느끼며 울고 있었다. 훈이 오빠는 절름거리는 다리로 다급히 걷다가 넘어졌고 넘어진 채 일어나지 않았다. 훈이 오빠의 등이 떨렸다. 우리는 아줌마 집 앞 골목에 서서 박쥐 나방보다도 무서운 이 상황을 넋이 나간 채 바라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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