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Mia Kim Dec 12. 2021

"행복이 뭐라고 생각하세요?"



#그럭저럭

오은영 박사님이 SBS <집사부일체>에서 말했다.

 "'행복'이 뭐라고 생각하세요?
  행복은요, 나를 이해하는 내 사람들과
  그럭저럭 사는 거예요."



#짜달스레
#말라꼬

'짜달스레'는 표준어로 변환하면 '기어이', '굳이' 정도,
'말라꼬'는 '뭐 하려고 그렇게까지' 정도의 말이다.
경상도가 고향인 엄마는 습관처럼 늘 말했다.
뭐하러 굳이 그렇게까지 애를 쓰냐며
손해나 승부에 애꿎은 힘을 들이지 말라는 말이었다.



#그것도없어유?
#아무지장없어!

백종원의 레시피에는 마법이 숨어 있다.
식재료를 다듬는 것뿐만이 아니라 마음도 다듬게 한다.

"당근 없어요? 없으면 안 넣어도 돼요."
"굴소스 없어요? 그럼 멸치액젓이랑 설탕 좀 넣어.
 굳이 그것 없어도 그럭저럭 맛은 나요."
"맛술 없어요? 없어도 맛에 크게 지장은 없어요."

여느 요리 채널은 "이 재료가 꼭 들어가야만 이 맛이 난다."라고 하지만, 백종원은 지금 그것만으로도 충분히 괜찮다는 안도감을 준다.



#너무애쓰지마

며칠 전 누군가가 이런 말을 했다.
"우리나라 사람들은 너무 열심히 살아서
 나도 따라가려면 늘 아등바등 애를 써야 .

 그래서 행복하려고 하면 너무 힘이 들어."

평범한 사람들의 평범한 일상은 행복하기에 이미 충분한데, 우리나라 사람들은 삶을 향유하는 기대 수준이 높아서 사는 게 너무 힘에 부친다는 말이었다.





우리는 알고 있다.

당연한 것의 기쁨을 느끼지 못했다가 어느 날 덮친 불행한 사고로 당연한 것을 잃게 된 사람이 사고 후 깨닫게 되는 궁극의 진실처럼 우리 모두는 그것을 알고 있다.



행복하기 위해 평안하려고 애쓰고, 평안하기 불안한 모든 것들을 소거하려 하다 보니, 아이러니 하게도 언제나 불안을 염두하며 살고 있다. 이런 모순적 뫼비우스 띠 속에서 행복과 불안은 동전의 양면처럼 가장 긴밀하게 밀착해 사고의 챗바퀴를 돈다.




행복도 어느새 경쟁이 되었다.

아니면 내가 생각하는 행복은 어쩌면 그 어떤 것도 잃고 싶지 않고 더 가지고만 싶어 하는 끝없는 욕망의 다른 이름일지도 모르겠다. 어딘지 매일 파고드는 공허함은 행복 때문이 아니라 욕심 때문일 것이다.



그럭저럭 살아가고 있는 평범하기 그지없는 이 감사한 순간을 당연한 축복으로 여기며 주변을 돌아볼 수 있는 선한 용기가 샘솟기를 매일 생각한다.



금 우리는 충분히 괜찮고

충분히 행복하고 있는 중이다.

나머지는 욕심이다.




나는 지금
그럭저럭 살고 있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