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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ia Kim Jan 04. 2022

같은 관찰, 다른 판단

정직과 융통 사이

몇 년 전 나란히 내 옆 자리에 앉게 된 동료는
이번에 우리 학교로 전입 온 교사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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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가 크고 늘씬하고 웃는 인상의 아주 예쁜 얼굴이었다. 사고가 논리적, 합리적이고 부적절한 것에는 눈치 보지 않고 똑 부러지게 저항하는 진취적 태도도 있었다. 누구나 예뻐하는 바른 학생에게도, 누구나 골치 아파하는 무례한 학생에게도 늘 똑같이 건조하게 대했고, 감정을 빼고 원칙대로 사실관계만 놓고 현상을 바라보는 교사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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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면에 나는 꼼꼼하고 실수가 적은 성격이었고, 정이 많아 원칙보다는 개별 상황에 맞는 문제 해결을 선호하고 부적절한 것에는 당장 문제 제기하기 보다는 전체의 분위기를 우선 시 하는 경향이 많았다. 누구나 예뻐하는 학생에게는 유쾌한 유머로 대했고, 마음의 날이 선 학생들에게는 조력적인 관심으로 독려했다. 두 유형의 학생들을 대하는 나의 태도는 개별적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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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가 봐도 정 반대의 성향이었던 우리는
처음 보자마자 서로를 좋아했다.

나: "안녕하세요. 선생님을 기다렸어요!"
그: ", 네. 안녕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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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로 동시에 말이 나왔고, 첫 마디에서부터 정 반대의 성향이 드러났다. 나는 바로 옆 자리의 교감샘과 늘 느슨한 대화를 했고, 동료는 교감샘에게 합리적 해결에 대한 답을 물었다. 교감샘은 나와 대화를 할 때는 어린 아이 같으셨다가, 동료와 대화를 할 때는 정돈된 언행을 하셨다. 세상 멋있는 동료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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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 같이 웃고 열변하고 토로하고 상의하고 다독이면서 2년을 보냈다. 동료애도 우정 못지 않은 깊은 애정이 있다. 근무지가 달라지면 거의 이별을 하게 되지만 우리는 일정 기간이 지나면 서로 보고 싶고 궁금해서 통화도, 만남도 자주 하며 소중한 관계를 이어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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며칠 전 동료를 석 달 만에 만났다. 언제나 참신한 관점을 보여 주었던 동료는 내가 스스로 답을 찾아나가게 도움을 줬다. 똑똑하고 단호하지만 마음이 선하고 따뜻해서 함께 있으면 안정감이 느껴지고 용기가 생겼다. 서로 유머도 많아서 둘만 있어도 웃겨서 얼굴 뼈가 저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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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료: "나는 우리 반 아이들에게도 가장 당부하는 게 내 앞에서 머리 쓰지 말라고, 내가 너희 같은 아이들을 18년째 보는데 잔머리 굴려봐야 다 보인다고 대충 속이는 것 제일 싫어한다고 말해요. 수업 들어갔을 때도 "저 너무 졸려서 그러는데 이 시간에 좀 엎드려서 잘게요."라고 말하는 아이가 차라리 낫지, 등교 5분 전에 뻔한 거짓말로, "저 머리가 너무 아파서 오늘 지각할 것 같아요."라고 말하는 아이는 싫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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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정말요? 그렇게 생각할 수도 있구나! 나는 반대예요! 아이들한테 "졸리면 하다 못해 아픈 척이라도 해서 수업 분위기 깨지 않게 융통성 있게 눈치라도 좀 봐라."하는데! 졸린다고 "저 졸려서 좀 엎드려 있을게요."라고 말하는 게 더 무례한 것 같이 느껴졌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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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상은 같은데 나의 선호에 따라 나쁜 평가를 받는 대상이, 누군가에게는 오히려 솔직, 담백함으로 수용될 수도 있구나 하는 이 단순한 진리를 이제야 깨닫다니 나도 한참 멀었다 싶었다. 고작 이런 마음으로 이렇게 많은 아이들 앞에 서서 태도를 가르치고 예의를 가르쳤다. 힘이 들어간 내 사고방식에 살랑한 바람이 들어오는 것 같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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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료는 물었다.
"아이들이 가장 싫어하는 교사가 어떤 사람인지 아세요?"

"불친절하거나 화가 많은 선생님 아니에요?"

"아니오. '예측 불가능한 교사'예요.
아이들은 예측이 되는 교사 앞에서는 타격 받지 않아요. 두세 번까지는 경고해요. "나는 거짓말 하고 잔머리 쓰는 것 싫어해. 다음에도 이러면 나 화난다.", "청소 도망가지 마. 다음에도 이러면 혼날 줄 알아."

이러면 아이들은 '저렇게는 하지 말아야겠다, 저러면 선생님한테 야단 맞는 구나.' 예측이 돼요. 그랬다가 다음에 그런 일이 발생하면 아이들이 먼저 알아요. 쟤는 오늘 혼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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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는 학원에는 없는 인간관계와 생활의 다양한 사례들이 늘 존재한다. 이 속에서 아이들은 다양한 성격의 친구들, 다양한 유형들의 교사들 사이에서 갈등을 처리하는 방식과 처세, 태도와 마음을 배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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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생들은 나처럼 단호하지 못한 교사, 정으로 소통하면 원칙을 크게 벗어나지 않는 한 허용되는 교사와 동료처럼 원칙이 공평하게 서 있는 교사, 논리와 정직이 우선인 교사들을 만나면서 자신의 성향과 관계의 문제를 상대에 따라 조율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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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료의 말을 듣고 나니 그렇게 화날 일도, 그렇게 용납 못 할 일도, 욕심을 내며 아이들의 태도를 (어쩌면 나의) 격에 맞게 잡을 일도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사람 관계에서 가장 바람직하고 생산적인 건 타인의 마음으로부터 배우는 게 아닌가 싶다. 내 생각이 단단한 것은 어쩌면 틀에 고착되는 위험한 '꼰대'의 지름길이 아닌가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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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와 다른 동료와의 대화를 통해서도 매번 마음 한 쪽이 가볍게 녹아 내린다. 다른 건 또 언제 깨닫게 될지 아마도 죽을 때까지 끝도 없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지만 깨달을 것과 고칠 게 많아서 마음이 한결 편하고 가볍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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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향은 이렇게 극과 극인데, 성격은 내가 너인지, 네가 나인지 모르게 똑 닮은 친구. 둘 다 수업 준비에 목숨 걸고, 입만 살아서 엄청 웃기고 화통해서 함께 한 모든 시간이 즐거웠다. 이렇게 평생 같이 나이 들어간다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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