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이크 루이스 Lake Louies
로키의 많은 호수 중에서 어쩌면 가장 잘 알려진 호수가 '레이크 루이스'일 것입니다. 호수의 아름다움이야 말할 필요도 없지만 호수 바로 옆에 유명한 '사또 레이크 루이스' 호텔이 있고 근처에 트래킹이나 등산, 스키까지 즐길 수 있는 편리시설이 있는데다 캐나다 횡단 고속도로(동-서)와 아이스필드 파크웨이(북-남)가 만나는 지점에 위치해 있어서 접근성도 좋은 관광휴양지의 한 곳이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늘 많은 사람들로 붐비는 곳이기도 합니다.
하지만 앞서 갔던 '모레인 호수'에서 자연이 휘감고 있는 고요함이 인간의 몸과 영혼에 어떤 치유의 힘을 발휘하는지 절감했기 때문인지 제겐, 다소 실망스러운 장소이기도 했습니다. 아마 개인적 성향 탓일 겁니다. 제가 사람이 많은 장소를 얼마나 싫어하고 불편해하는지 새삼 깨달았습니다. 여행을 하는 동안 지나치거나 머물면서 만났던 강과 호수의 빛깔 중에서 어쩌면 가장 좋아하는 톤이었을지도 모르는데 사람들이 너무 많고 번잡스럽다는 이유만으로 첫인상의 감동이 지속적으로 이어지지 못해서 좀 안타까웠습니다.
루이스 호수(Lake Louies)는 길이 2.4km, 폭 300m로 깊은 곳은 수심이 90m 정도 됩니다. 빙하의 침식활동에 의해 움푹하게 패인 땅에 빙하가 녹은 물이 흘러들어 고이면서 만들어진 '빙하호'입니다. 구름에 가려서 절반정도밖에 보이지 않는 정면의 산은 높이 3,264m인 '마운틴 빅토리아 Mt. Victoria'입니다. 구름이 많기도 했고 산 그림자 때문에 호수의 일부는 감청색을 띠기도 했는데 한 호수인데도 빛의 정도에 따라 물빛이 달라지는 오묘함을 경험한 곳이기도 합니다.
호수를 끼고도는 트래킹 코스를 걷고 싶었는데 그곳에도 사람들이 많았습니다. 결국은 번잡함을 피하기 위해 호수에서 조금 벗어나다가 개양귀비꽃이 흐드러지게 핀 작은 정원이 보여서 꽃 뒤로 숨었습니다. 비로소 고요하고 다정한 풍경을 만납니다.
그리고,
풍경을 더욱 안온하게 만들던 두 사람의 뒷모습, 도드라지진 않아도 이리저리 얽히는 긍정의 생각들을 불러왔습니다. 그땐 일가를 이루고 사는 대부분의 사람들에게 당연하게 오는 미래의 한 모습인 줄 알았는데 세월의 부피가 더 늘어난 이제 와서야 다시 깨닫습니다. 사람사이의 관계에서는 계획이나 단정, 때론 믿음까지도 섣불리 미래에 대한 기대로 남겨두면 안 된다는 것을 말입니다. 내게 속한 시간은 현재밖에 없는지도 모릅니다.
그날의 레이크 루이스는 호수보다도 우연히 만난 순한 빛깔의 개양귀비 꽃과 나란히 앉아있던 두 사람의 뒷모습으로 남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