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행은 돌고 도는 법
오랜만에 칼퇴를 위해 7시가 되자마자 1층으로 내려갔다. 갑자기 출퇴근 필수품인 이어폰이 당직실에 있다는 걸 깨닫곤, 다시 올라가는 엘리베이터를 기다렸다. 마침, 내 또래의 남매처럼 보이는 보호자 세 분이 급하게 옆에 섰다. 눈엔 눈물이 그렁그렁이었다. 우리 아빠 어떡하냐며, 여기가 어딘지, 관찰실은 또 어딘지 어수선하게 얘기하는걸 얼핏 들었다. 아버지가 위독하다고 급하게 연락받은 보호자들이었다. 기다리던 엘리베이터가 왔고 나는 6층, 보호자들은 10층을 눌렀다.
엘리베이터 안에서도 발을 동동 구르셨다. 층마다 서는 엘리베이터를 타본 사람은 알 거다. 엘리베이터 문이 얼마나 느리게 열리고 닫히는지. 대다수의 엘리베이터의 닫힘 버튼이 닳은 이유가 따로 있진 않을 것이다. 아버지가 지금 생사를 오가고 있는 상황에서 10층까지 올라가야 한다는 사실만으로도 야속할 수 있다. 그 와중에 6층에서 문이 열리고 닫히는 시간이 보호자 분들에겐 얼마나 길게 느껴질지...
눌렀던 6층을 취소하고 10층까지 올라갔다. 그리곤 그분들이 내릴 때 다시 6층 버튼을 눌렀다. 세 남매 중 마지막에 내리는 남자분이 내 의도를 아셨는지 내리면서 감사하다고 인사를 하셨다. 그 정신없는 상황에서도 어떻게 아셨을까,
그렇게 지하철을 타고 돌아가는 길. 놓고 올 뻔했던 이어폰을 귀에 꽂고 있다가, 가방에서 병원용 콜폰이 떨어진 것을 알아차리지 못했다. 지하철을 갈아탈 때쯤 옆자리 여성분이 부르시더니 핸드폰을 건네주셨다. 콜폰이 없는 병원에서의 아침은 아마 패닉이었을 것이다. 생각만 해도 아찔한 상황을 방지해주신 분이 너무나 감사했다.
선행은 돌고 도나보다.
그리고 배려란 거창한 것이 아닌 것임을 다시 한번 느낀다.
세 남매가 애타게 조금만 버텨달라던 그 아버지는 어떻게 되었을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