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 힘들게 했던 세 할머니.

분노와 재미가 공존하는 주치의

by 글쓰는 외과의사


병동에서 보통 20, 30대 젊은 환자는 '환자분'이라 부른다. 그 이상 나이가 있으신 분들은 '할머니, 할아버지' 라 부르는 게 편하고, 아주머니들은 '어머님'이라고 부른다. (가끔 바쁠 땐 ‘엄마’라고 했다가 서로 당황하기도 한다.) 이번 주는 유독 할머니 보호자분들이 많았다. 총 세 분의 할머니가 계셨는데 각기 다른 캐릭터의 소유자들이셨다.

첫 번째 할머니는 유독 정정하셨다. 목소리가 꽈랑꽈랑 하셨고 성격도 급하셨다. 배우자인 할아버지를 간호하시려고 포항에서 오신 분이었다. 푸시(Push)가 어마어마하신 분이었다. 인턴 때 정형외과 윗년차 선생님들의 푸시가 떠오를 정도였다. 스테이션에서도 언제 우리 할아버지 봐주냐, 전원 병원 연결은 되었냐, 빨리빨리 결정이 되어야 차표를 끊는다며 쩌렁쩌렁하게 한 시간마다 한 번씩 말씀하셨다. 일주일 동안 조금만 기다려달라는 말을 100번 정도 하고 난 다음에야 전원 병원 자리가 났고, 금요일에 퇴원하셨다.
퇴원할 때 할아버지 짐을 번쩍 드는 할머니를 보면서, 입원 기간 동안 병동 선생님들은 힘들었지만 그래도 할아버지는 엄청 든든하셨겠단 생각이 들었다.

두 번째 할머니는 항상 통화를 하고 계시는 분이었다. 환자 보러 갈 때마다 그렇게 통화를 하고 계신다. 그리고 받아보라며 갑자기 통화를 넘겨주신다. 덕분에 따님, 사위님, 아드님과 차례로 통화를 하고 복용하는 약을 물어보려다, 집안의 형제자매들이 어떻게 되는지도 알게 되었다.

세 번째 할머니는 수술 상처를 소독할 때 소리를 지를 정도로 아파하셨다. 그 아픔에 공감하지 못하고, 원래 첫날이 아프다며, 열심히 소독해드렸다. 그리곤 교수님 오후 회진 때 고자질을 당했다. 회진을 기다린 거 마냥, 오시자마자 저 선생님 때문에 더 아팠다고 손가락을 치켜드셨다. 왠지 모를 약 오른 기분으로 남은 회진을 돌았다.

일주일간 만난 세분의 할머니들을 다 퇴원시키고 집 가는 퇴근길이 너무 선선한 건 후련해서인 건지 날씨가 시원해진 건지.
분노와 재미가 공존하는 주치의는 언제쯤 정시 퇴근을 할 수 있을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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