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년에 4개월 정도 파견을 간다. 파견 병원도 마찬가지로 코로나 격리 병동이 있다. 응급실로 온 환자 중 열이 났던 환자들은 1주-2주 정도 격리 병동에 입원해야 했다. 격리 병동에 들어갈 때는 의료진들은 보호 장구를 착용하고, 나올 때는 모든 보호 장구를 제거하고 나왔다. 하지만 보호자는 격리 병동 밖으로 출입이 자유롭지 못했다.
하루는 응급실로 급성 충수염, 흔히 우리가 아는 맹장염으로 초등학생 남자아이가 왔다. (참고로, 맹장염과 충수염은 엄연히 다른 질병이다.) 급성 충수염으로 인한 열이 났었고, 수술 후 격리 병동으로 이송되었다.
보통 충수염으로 인한 입원은 수술 후 2~3일 이내에 퇴원이 가능하다. 염증이 심하지 않고 깔끔한 경우는 대개 그렇다. 하지만 오래 통증을 참다가 왔을 경우, 충수 천공이 있을 수 있고 주변 조직들에도 염증이 옮겨갈 수 있다. 이런 경우 수술 시간도 길어질 뿐 아니라, 입원 기간도 길어진다. 깔끔한 케이스였다면 수술 후 배액관, 즉 피 주머니를 안 가지고 나온다. (배액관은 혹시나 배 안쪽으로 고이는 피나, 체액들로 인해 염증이 생기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넣고 나온다.)
하지만 이번에 왔던 초등학생 남자아이는 충수염이 조금 진행된 상태였고 수술 후에 배액관을 하나 가지고 나왔다. 예상 입원 기간은 3~4일 정도였다. 하지만 수술한 다음 날부터 열이 지속되었다. 피검사 수치도 호전이 없었다. 보통 가스가 나오면 안심하고 식이 진행을 하는데, 애기가 방귀도 잘 못 뀌고 여전히 배도 많이 아파했다. 조금씩 컨디션이 나아지고는 있었지만, 회복 속도가 상당히 더뎠다. 심지어 4~5일 뒤에는 배액관에서 똥냄새가 났다. 배 안에서 뭔가 잘못되어간다는 신호였다. 배액관을 좀 더 오래 유지하면서 항생제를 사용했다. 그리고 식이 진행도 더욱 천천히 했고 그러다 보니 자연스럽게 입원 기간은 길어졌다.
수술 후 환자를 보러 갈 때마다 애기한테만 집중했다. 하지만 입원 7일째 되는 날 처음으로 애기 엄마인 보호자가 눈에 들어왔다. 응급실에 온 당일, 환자가 미성년자라 보호자인 어머니한테 수술 동의서를 받았다. 그동안 애기 상태에 대한 설명은 어머니한테 자주 해드렸다. 하지만 애기가 어떤지를 주로 살폈지, 어머니가 어떤지는 살피지 않았었다. 하지만 입원 7일째, 애기 어머니가 응급실에 온 날 입었던 옷과 똑같은 옷을 입고 계시다는 것을 깨달았다.
애기는 아파서 집에 못 가는 것이었다면, 어머니는 애기가 격리 병동으로 입원하여 한 번도 집을 못 간 것이었다. 그제야 병원 6인실에서 애기와 함께 잠을 자는 것이 얼마나 선잠을 자는 것일지, 샤워 한번 제대로 못 하고 옷도 못 갈아입은 찝찝함이 얼마나 힘들지, 외부로 나가지 못하는 답답함이 얼마나 짜증 날지 보호자의 시선에서 바라보게 되었다. 그리고 조금 위로가 될까 해서 말 한마디를 건넸다.
"어머니 집도 못 가시고 너무 힘드시겠어요, 애기 이제 피 수치도 많이 좋아져서 금방 퇴원할 수 있을 거 같아요."
갑자기 어머니가 울음을 터뜨리셨다. 그간 참았던 감정이 올라오셨던 건지, 애기가 괜찮아지는 것에 대한 안도의 울음이셨을지... 하지만 아마 격리 병동 입원 생활도 한몫했을 것이다. 더 위로해 드리고 싶었지만, 멋쩍게 고생하셨다는 말만 덧붙이고 병실을 나왔다.
남은 당직을 서면서 많은 생각이 들었다. 병원은 의료진과 환자만 있는 것이 아니라 보호자와 간병인들도 존재했다. 환자를 볼 때 환자 상태에 대해서 꼼꼼히 신경 써야 하는 것도 맞지만, 그 외에도 시선을 두어야 할 곳들이 있었다.
실력 있는 의사를 지향하지만, 실력만 있는 의사는 지양해야겠다. 폭넓은 시야도 더불어 가질 수 있는 수련 기간이 되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