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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면서 처음 넘어본 국경

베트남 호찌민- 캄보디아 프놈펜

by 져니박 Jyeoni Park Dec 07. 2024

무비자 기간이 거의 다 되어 갈 때쯤 나는 베트남 호찌민에서 캄보디아 프놈펜으로 떠나는 버스에 올랐다. 공교롭게도 아침 출근시간과 겹쳐 직장인들의 오토바이가 도로를 가득 메우고 있었고 심지어 인도까지 그 행렬이 이어졌다. 그러다 점차 풍경은 도시에서 시골로, 시골에서 풀만 무성한 대지로 변했다.

목바이 국경에 도착했을 때 나는 조금 몸이 굳어 있었다. 처음 육로로 국경을 넘는 일이라 만일의 사태를 계속 생각하며 신경이 곤두서 있었다. 그러나 생각보다 국경을 넘는 일은 그리 어렵지 않았다. 그저 버스 안내자의 지시 따라 내리고 걷고 다시 버스에 올랐다.

영어와 비슷해 보이던 베트남어는 사라지고 읽을 시도조차 하지 못하는 크메르어 간판이 하나둘 나타났다. 그리고 다시 황량한 대지를 달렸다. 단지 베트남에서 몇 시간 멀어졌을 뿐인데 캄보디아는 완전히 다른 세상이었다. 뭐랄까, 모든 게 메말라 있는 땅이었다. 풀도 제대로 나지 않은 모래밭에 갈비뼈만 앙상한 소가 보였다. 어느 학교를 지날 땐 얼굴이 검게 그을린 아이들이 도롯가로 우르르 쏟아져 나왔다. 나는 왠지 모르게 숨이 턱턱 막혔다.

7시간 여만에 프놈펜에 가까이 이르니 높은 건물들과 복잡한 상점가들이 나타났다. 아까 지나온 황량한 모습에서 벗어나 안심도 되면서 여전히 미지의 나라에 대한 경계심이 가득했다. 특히 프놈펜에 도착해 길을 걸으니 무언가 이상한 기분이 들었다. 오토바이 클락션 소리로 시끌벅적한 베트남 도시들과는 다르게 프놈펜은 조용했다. 사람들은 잘 웃지 않았고 어딘가 얼굴에 그늘이 드리워져 있었다. 불안한 화폐가치에 달러와 리엘을 같이 쓰는 계산법도 처음엔 잘 이해가 가지 않았다. 모든 게 서툴고 낯선 것들 뿐이었다.


내가 캄보디아를 이번 여행에 넣은 이유는 단 두 가지, 대학교 동기와 앙코르 와트를 보기 위해서였다. 그렇기에 프놈펜에 도착한 날 저녁에 바로 친구를 만나러 식당에 갔다. 친구 이름은 '마 락스나 피사이.' 아이러니하게도 대학교에서 가장 가깝게 지내던 친구가 캄보디아에서 온 유학생이었다. 내가 휴학을 하기 전까지 줄곧 같이 다니던 친구였는데 늘 너희 나라에 한 번 놀러 가겠다고 말한 게 언 3년이 지난 시간이었다.

"여기!"

라이브 무대가 있는 야외 식당 한구석에서 익숙한 얼굴이 눈에 띄었다. 친구는 여전히 한국말을 곧잘 했고 대학생 때와 변함없이 대화가 잘 통했다.

"내가 대접할게. 우리나라에 왔으니까."

굴과 소라튀김, 그리고 볶음밥이 입에 잘 맞아 배가 터지도록 먹었다. 그리고 밤이 짙게 깔린 프놈펜 도심지를 걸으며 말을 이어갔다.

"저 건물 주가 한국인이야. 근데 여기서 뛰어내려서... 그 뭐지? 자살."

친구는 공사가 중단되어 으스스해 보이는 빌딩을 가리켰다. 그리고 멀리 반짝이는 카지노 건물을 가리켰다. 이 건물 주인인 한국인이 카지노에서 돈을 다 잃고 자살했다는 것이었다.

"저기 한국인 아저씨들 많이 와. 우리도 가볼래?"

나는 발걸음을 머뭇거렸다. 카지노가 그리 좋은 곳은 아니었기에 내키지 않으면서도 호기심이 일었다. 그렇게 카지노 빌딩에 가까워졌고 유리창 너머로 스롯머신이 보였다. 나는 영화에서나 보던 카지노를 상상하며 안으로 들어갔다. 생각보다 사람이 없이 한산했다. 그리고 마치 오래된 노래방에 온 것처럼 담배찌든냄새가 났다. 테이블마다 룰을 알 수 없는 각종 게임이 있었고 그중에는 중국인으로 보이는 사람 몇몇이 게임을 하고 돈을 주고받았다. 담배연기가 곳곳에서 아지랑이처럼 피워 오르고 어떤 이들은 게임에 몰두해 있었다. 나는 친구와 곁눈질하듯 구경하고 밖으로 나왔다. 그리고 친구는 툭툭을 타고 떠났다. 같이 앙코르 와트를 보러 씨엠립에 가자고 약속하고 헤어졌건만, 어쩌다 그게 캄보디아에서 그 친구를 본 처음이자 마지막날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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