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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져니박 Jyeoni Park Nov 22. 2024

베트남 부부 둘과 떠난 달랏 1

맞다, 그간 끌고 다녔던 자전거에 대한 언급을 놓쳤다.

결말을 이야기하자면, 자전거는 끝까지 누구에게도 팔지 못했다. 한 번은 터언니 아버지가 몇 번 자전거를 사주겠다고도 했다. 그러나 나는 거절했다. 대신 며칠 동안 나를 돌봐준 보답으로 드리고 나왔다. 어찌 보면 완벽한 결말이었다. 자전거로 인해 터언니네를 만났고 그 자체가 선물이 되었으니까.

그렇게 완전히 그들과는 이별이라고 생각했는데, 바로 이튿날 다시 그 집에 가게 되었다. 터언니 부부와 달랏을 가기로 한 날이었다.

반나절을 카페에 틀어박혀 있던 나는 언니가 일하는 호텔로 퇴근시간에 맞춰 갔다. 그렇게 로비에서 한참 기다리니 언니가 밖에 오토바이를 끌고 나와 있었다. 나는 언니 뒷좌석에 올라 집으로 향했다.

"내가 다시 그 집에 가게 될 줄 몰랐어."

나는 달리던 중에 바람소리를 이겨보려 큰 목소리로 말했다.

"그래서 싫어?"

"아니 좋다고!"


집에 도착하자 언니는 떠나기 전 샤워를 하러 이층으로 곧장 올라갔다. 1층에 남겨진 나는 기분이 이상했다. 마치 집에 돌아온 기분이랄까. 처음 내가 자전거를 끌고 왔을 때 잡아먹을 듯 짖으며 나오던 이 집 강아지도 이제는 나를 알아보는 듯 찬찬히 내게 걸어왔다. 골목에 나가보니 전에 내 숙소를 발 벗고 찾아주던 동네 아저씨를 만나  반갑게 인사했다.

터 언니 아저씨는 집앞을 서성이는 내게 간이 책상과 의자를 들고 왔다. 그리고 귤과 코코넛을 내다. 그렇게 아저씨와 나는 마치 부녀 사이처럼 나란히 앉아 한참 있었다. 아마 말이 통했더라면 많은 대화를 나누었을 텐데. 그래도 침묵이 그리 불편하진 않았다.

'반캔먹으러 가요.'

아저씨는 내게 번역기를 내밀었다. 반캔? 먹자고 하니 음식이긴 한데 그게 무엇인지 알도리가 없었다. 거기다 점심 먹은 게 아직 다 내려가기도 전이라 그리 먹고 싶지 않았다. 그러나 아저씨는 금방 차고에서 오토바이를 끌고 올라왔고 나는 하는 수 없이 아저씨를 따라갔다.

포장마차 같은 식당은 5분도 채 되지 않는 거리에 있었다. 캔이 무엇인가 자리에 앉아보니 어묵국수 두 그릇이 나왔다. 배탈이 아직 다 낫지도 않아 먹는 시늉이나 하자고 국물을 입에 한 술 넣었다. 나는 눈이 번쩍 뜨였다. 속이 쑤욱 내려가는 기분이었다.

"-우!"

국물을 들이켜고 나는 과장스럽게 감탄했다. 그 모습에 아저씨가 너털웃음을 지었다. 그리고 자꾸만 내게 자신의 어묵을 건저 주려는 것을 나는 한사코 말렸다.


집에 다시 돌아와 보니 언니 남편분이 택시를 끌고 와있었다. 달랏도 남편분의 택시를 타고 갈 참이었다. 언니는 호텔 레스토랑 매니저에서 관광객 모습으로 내려와 있었다. 남편분은 분주하게 짐을 실었고 떠날 채비를 했다. 진짜 터 언니 부모님과 이별의 순간이었다. 우리는 마지막으로 다 같이 사진을 찍고 차에 올랐다.

 

해가 비스듬히 기울어져 갈 때쯤이었다. 우리는 가는 길에 또 다른 친구 부부를 태웠다. 5인승 차는 꽉 채워졌고 알아들을 수 없는 그들의 대화에서 여행의 들뜬 기분이 느껴졌다. 언니는 가끔 나를 배려해 통역을 해주기도 했으나 그리 애쓰지 않아도 될 만큼 편안했다. 차 안의 음악은 계속 흘렀고 옆에 탄 부부와 함께 나도 어느덧 깜빡 잠이 들었다. 그리고 눈을 떠보니 컴컴해진 중에 산을 구불구불 달리고 있었다. 어느덧 산 중턱마다 노란 불빛이 새어 나오는 비닐하우스들이 보였다. 그러다 차는 어느 식당에 멈춰 섰다. 입국 수족관엔 상어 같아 보이는 팔뚝만 한 물고기들이 헤엄을 치고 있었고 널찍한 홀에는 사람들로 북적였다. 우리는 한쪽에 자리를 잡고 앉았다. 나는 가운데에 앉아 멀뚱이 주문을 하는 그들의 모습을 지켜 봤다.

얼마 지나지 않아 음식이 하나둘 나오기 시작했다. 죄다 입구에서 본 물고기로 요리한 튀김, 샤부샤부, 알밥 같은 것들이었다. 우린 물 잔으로 건배를 하고는 음식을 먹기 시작했다. 언니 남편은 언니를 챙기고 언니는 나를 챙기며 식사를 했다. 나는 여전히 꾸르륵 거리는 뱃속에 많이 먹진 못했으나 주는 데로 부지런히 젓가락질을 했다. 그리고 뒤를 돌아보는데 벽에 걸린 대형 TV에선 본 적 없는 한국 영화가 송출되고 있었다.


밤이 깊어져 갈 때쯤, 우린 야시장에 들렀다. 늦은 시간임에도 불구하고 야시장 입구는 차들이 뒤엉켜 몹시 혼잡했다. 차에서 내려걸어 들어가니 먹을 것들이 넘쳐났고 고산지대답게 겨울옷을 파는 상점들이 많았다. 이를 구경하는 중에 그들은 자연스럽게 부부끼리 걷고 있었다. 나는 뒤에서 괜히 같이 온 것은 아닐까 후회스러운 생각도 잠시 들었다.

인 광장으로 가니 멀리 가파른 계단에 사람들이 빼곡히 앉아 있는 모습이 보였다. 나는 버스킹 공연이라도 있는 줄 알았다. 그러나 그곳에 가까이 가보았을 때 모두 음식을 파는 곳이란 것을 알았다. 계단마다 목욕탕 의자가 나란히 놓여있고 그 시작점에서 각 상점들이 주전부리를 팔았다.

우리는 그중 제일 꼭대기 자리에 동그랗게 모여 앉았다. 그리고 반쨍(베트남식 라이스페이퍼 피자) 하나씩 나눠 들었다. 따뜻한 두유도 같이 곁들였다. 다 같이 쪼그려 앉아 그들의 언어로 웃으며 장난을 치는데 나도 그냥 따라 웃었다.


늦은 밤 도착한 곳은 친구 부부 중 남편 할머니 댁이었다. 언니에게 언뜻 듣기론 큰아들이 미국에서 큰돈을 벌어 부자라고 했다. 그래서인지 할머댁은 3층 집으로 넓고 방도 많았다. 나는 언니에게 나도 여기서 자도 되냐고 전에 물었는데, 언니는 흔쾌히 그렇다고 했다. 그만큼 언니와 할머니도 자주본 사이였는지 각별해 보였다.

부부 둘은 익숙하도 각자 묵을 방을 찾아갔다. 그리고 내게도 방을 하나 내주었는데 이 집 할아버지를 기리는 제사상이 놓인 곳이었다. 그들은 그곳 소파를 침대로 만들어 주었고 나는 그곳에 누웠다. 제사상을 옆에 두고 자려니 기분이 이상한 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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