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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의 속도에 맞춰, 기다리는 교육

정답을 주는 사람이 아니라, 방향을 함께 찾아가는 사람

by 두유진

“그 아이의 속도에 맞춰, 기다리는 교육”


오늘 아침, 스타벅스에서 한 잔의 라떼를 마시며 어제 학부모님과 상담했던 내용을 다시 한번 열어보았다.


아이의 고민을 처음 듣는 순간보다도,
그 고민을 품은 채 조심스럽게 이야기를 꺼내는 어머님의 마음이 더 오랫동안 마음에 남았다.

“요즘 학교 가기 싫다는 말을 부쩍 자주 해요.
사람이 여럿이면 소외되는 일이 있을 수밖에 없고,
예서가 그걸 너무 아프게 받아들이지 않도록 마음을 단단히 추스르는 수밖에 없더라고요.”

둘째라서 조금은 수월할 줄 알았지만, 여전히 어렵다고 말하는 어머니.

해결해줄 수 있는 게 별로 없어, 그저 들어주고 방향을 제시할 뿐이라고 했지만,
사실 나는 그 태도 속에서 예서에게 가장 필요한 지지를 느꼈다.


“부모는 정답을 주는 사람이 아니라, 방향을 함께 찾아가는 사람”


아이의 말을 들을 때마다, 부모는 조심스럽고 신중해진다.
‘이 말이 도움이 될까?
혹시 상처가 되지는 않을까?’

하지만 정답보다 더 필요한 건, 함께 질문하고 함께 고민해주는 마음의 온도다.
예서는 지금, 작은 갈등과 소외의 순간들을 천천히 통과하고 있다.
그 시간은 다소 버겁고 조심스럽지만,
결코 헛된 시간이 아니다.


“생각이 많은 아이, 그만큼 감정도 깊은 아이”


예서는 늘 반 친구들의 시선을 살피고, 상대방의 감정을 먼저 읽어내는 아이다.
이런 아이들은, 자신이 말하는 한 마디에도 상대가 어떤 기분일지를 먼저 떠올린다.

그래서 단짝 관계보다는 세 사람 이상이 함께 있는 다자 관계에서
오히려 더 편안함을 느끼기도 한다.

"목요일에 선생님과 같이 나가고 싶은 친구가 있니?"라고 물었을 때
쉽게 대답하지 못하는 아이.
나는 그 침묵을 충분히 이해한다.
그건 외로움이 아니라, 신중함의 결과일 수 있으니까.


“교사의 일은 때로, 기다리는 일이다”

요즘 나는 예서를 유심히 지켜보고 있다.
그 아이는 생각보다 웃음도 많고, 반 친구들도 예서가 조심스럽고 여린 성격임을 잘 알고 있어
종종 다정한 위로를 건넨다.
아마 예서는 그것도 고마워하면서,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지 스스로 마음을 정리하고 있을 것이다.


지금은 힘들어하는 상황 상황들을 마주할 수 있다. 이럴 때, 교사가 해줄 수 있는 일은
단단해지라고 다그치는 것이 아니라, 조금 더 단단해질 때까지 옆에서 묵묵히 기다려주는 것이라고 믿는다.

예서가 학교에서 털털한 대화와 경험을 하나씩 늘려갈 수 있도록 나는 교실이라는 작은 사회에서
그 아이의 속도를 존중하며 함께 걸어가려 한다.


“부모도, 교사도 완벽할 수 없다. 하지만 함께여서 괜찮다”


어머님은 말씀하셨다.
“그 방향이 맞는 건지도 헷갈릴 때가 많아요. 그래서 어려워요.”
그 말에 나는 마음 깊이 공감했다.


나 역시 교사로서 언제나 ‘정답’은 없다고 느낀다.
하지만 아이를 지켜보는 따뜻한 시선과, 지지해주는 기다림만은 틀릴 수 없다.

예서는 성실하고 총명한 아이이며, 그 예민함은 언젠가 사유의 깊이가 될 자산이다.
지금은 조금 느리고, 조금 흔들려도 예서가 자기 마음을 다치지 않도록,
부모님과 내가 함께 그 곁을 지켜주면 된다고 믿는다.

오늘도 한 잔의 커피 위로, 한 아이의 성장과 한 엄마의 마음이 조용히 내려앉는다.
그리고 나는 다시 다짐한다.

‘잘할 수 있어’라는 믿음이, 아이에게 가장 큰 성장의 에너지가 된다.


“예서는 센서티브하고 여린 만큼, 다른 아이들의 감정도 아주 섬세하게 살펴줍니다. 저는 그 점이 예서가 가진 가장 큰 강점 중 하나라고 생각해요. 만약 예서가 이 섬세함을 스스로의 강점으로 인식하고, 그 감수성을 소중한 미덕이자 보석처럼 간직할 수 있다면, 앞으로 어떤 관계 속에서도 누구보다 따뜻하고 여유 있는 사람으로 성장할 수 있을 거예요.”라는 말을 남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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