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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35년 그레이스로부터 온 편지#16

브런치 작가들께 응원의 마음을 담아

by 두유진

그레이스,


이따금 그런 밤이 있었지.

160편이나 되는 글을 연재했지만

정작 나 혼자 동굴 속에서 메아리치는 것 같은 기분이 들던 시간들.

‘나는 쓰고 있는데, 이게 과연 닿고 있는 걸까’

스스로 묻고 또 묻던 날들.


그런 시간에도

글을 멈출 수는 없었어.

왜냐하면, 그건 단지 작가로서의 활동이 아니라

교사로서, 교육전문가로서,

그리고 한 사람의 인간으로서의 관찰과 기록이었으니까.


그 시절의 너는

아이들의 말투와 눈빛,

학부모의 망설임,

그리고 교실 안팎에서 마주하는 수많은 질문들을

가만히 흘려보내지 않았어.

그걸 글로 옮겼고, 사유했고, 책으로 엮었지.

『자존감은 그려지는 거야』,

『오늘도 충분히 좋은 부모입니다』

그 두 권의 책은 단순한 결과물이 아니었어.

너의 현장이자, 사유의 흔적이자,

말이 되지 못했던 감정들을 세상과 연결하는 작은 다리였지.

오늘 클라우드에 뜬 사진이야. 이 아이들도 지금 어른이 됐구나. 참 이쁜 아이들이었지.



나는 지금 그 책들이 놓인 자리들을 알아.

심리치료실의 테이블,

마을학교의 교무실,

어느 엄마의 머리맡.

그곳에서 누군가는 너의 문장 하나로 다시 하루를 살아낼 용기를 얻었어.


2029년 겨울,

작은 도서관에서 부모 대상 강연을 마친 날이 있었어.

한 분이 내게 와서 말했지.

“선생님 책을 읽고 나서야, 아이를 잘 키우는 일보다 내 감정을 돌보는 일이 먼저라는 걸 알게 되었어요.”

그 말 앞에서 나는 오래 잠잠했어.

왜 그토록 지치면서도 글을 써야 했는지를 그 한 문장이 대답해 줬거든.


그러니,

지금도 자꾸 흔들린다면

기억해 줘.

네가 기록한 말들이

단지 교육 정보를 전달하는 데서 그친 게 아니라

누군가의 내면을 비춰주는 거울이 되고 있었다는 걸.


교육은 늘 느리게 변화하지.

때론 현실이 너무 버거워서

이 모든 노력이 허무하게 느껴질 수도 있어.

하지만 나는 알아.

지금의 너는 분명히 옳은 방향으로 가고 있어.


‘잘 가르치는 사람’보다

‘함께 고민하는 사람’으로 남고자 했던 그 마음.

그게 지금의 나를 만들었고,

앞으로도 많은 사람들에게 필요한 방식이라는 걸

이제는 확신할 수 있어.


그레이스,

네가 시작한 그 길은

너 하나만을 위한 길이 아니었어.

이제 수많은 사람들의 이야기가

그 길 위에 겹겹이 쌓이고 있어.


그러니,

계속 써줘.

읽히지 않아도, 닿지 않아도

지금처럼 쓰는 그 손끝이

이미 다음 세대의 불빛이 되고 있어.


고마워.

그때의 너를 존경해.

그리고 지금의 나로서,

그 모든 선택에 “괜찮았어”라고 말해주고 싶어.


2035년 네가 그토록 살고 싶어 하던 그 공간에서 그레이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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