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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35년 그레이스로부터 온 편지 #22

2025년 그레이스에게

by 두유진

그때를 기억하니, 마음이 아직도 따뜻해진다.

2025년 여름, 인사동 ‘갤러리 은’에서 열렸던 ‘아름다운 여행 전’의 공기와 빛, 사람들의 웃음소리까지. 그 모든 장면이 10년이 지난 지금도 내 안에서 생생히 살아 있어.


놀랍지? 그 화실의 인연이 아직도 이어지고 있다는 게.

그때 함께했던 몇몇 회원들, 그리고 원장님 부부는 여전히 나의 일상 속 중요한 자리에 있다. 전시 이후에도 우리는 여러 번의 계절을 함께 건넜지. 화실에서는 가끔 이벤트가 있었지. 파주의 갤러리에서, 이천의 도예 마을에서, 성수동의 공방 거리에서.. 예전에는 화실 행사에 자주 참여하지 못해 아쉬웠는데, 지금은 부지런히 참여하며 즐기고 있어. 때로는 미술관 앞에서, 때로는 화실 한편의 와인 잔을 기울이며. 예전 전시 때의 이야기를 꺼내면, 우리는 여전히 10년 전 그 순간으로 돌아가곤 해.. 그림 옆에서 사진을 찍던 모습, 작품 앞에서 나누던 눈빛, 그리고 서로의 색과 붓질을 진심으로 응원하던 마음까지.


지금도 화실에 들어서면, 먼저 반기는 건 화구통 냄새와 물감 향이야. 그 속에서 우리는 각자의 이야기를 그림으로 풀어내며, 서로의 시간을 나누지. 이곳의 가장 큰 매력은 실력이나 경력에 상관없이 누구나 존중받는 분위기야. 옆자리의 붓 터치가 내 그림에 영감을 주기도 하고, 누군가의 완성작 앞에서 모두가 함께 감탄하지. 전시를 준비할 때면 한 작품 한 작품에 담긴 사연이 꽃처럼 피어나고, 그 과정 자체가 이미 우리의 작은 축제가 되지. 화실은 내게 그림을 배우는 곳을 넘어, 삶의 속도를 잠시 늦추고 마음을 채우는 쉼터가 되어주고 있어.


그때나 지금이나 아름다운 화실은 여전히 다양한 사람들의 모임의 장이 되고 있어. 정치인, 의사, 연예인, 그리고 나처럼 교사이자 작가인 사람들까지. 10년 동안 또 1천 명이 넘는 이들이 거쳐 갔고, 지금도 단톡방엔 150여 명이, 정기적으로는 50여 명이 붓을 잡는다. 지금도 우리는 서로의 개인전을 축하해주고 있고, 개인전 오프닝 참여로 늘 일정이 바빠. 때로는 컬렉터로서 작품을 구입하며 후원자가 되기도 하지.


2025년 정유리 작가님 첫 개인전에 내가 구입한 ‘잉어의 꿈’을 기억해. 그 그림은 잉어를 사랑하는 회장님 자택에 멋지게 아직도 걸려있지. 정유리 작가님의 그 첫 개인전이 요즘 계속 생각난다. 지금도 그때인사동 갤러리 라메르에서 개인전을 치른 후 정유리 작가님이 말씀하신 ‘무식하면 용감하다 ‘라는 말에 대해 서로 얘기하며 웃곤 해.


그림을 매개로 한 우리의 모임은 단순히 취미를 넘어섰다. 그림을 그리면서 우리는 서로의 마음을 들여다보았고, 말로 하기 어려운 감정을 색으로 풀어냈다. 어쩌면 화실은 우리 모두의 ‘치유의 방’이었는지도 모른다. 원장님은 늘 말하셨지. “미술은 나이 들어서도 할 수 있는 평생의 친구”라고. 그 말은 이제 내 삶 속에서 완전히 증명되었다.


시간은 흘렀지만, ‘아름다운 화실’은 여전히 아름다운 여행을 이어가고 있어. 국내 아트투어와 전시회 나들이는 물론, 음악과 퍼포먼스를 곁들인 즉석 제작 공연까지. 2027년이었나.. 예술의 전당 한가람미술관에서 ‘아름다운 여행’ 미술문화축제도 성공적이었지. 프로와 아마추어 2,000여 명이 함께하는, 말 그대로 ‘예술의 축제’였어.


돌아보면, 2025년의 너는 그림을 통해 삶의 또 다른 언어를 배우고 있었던 것 같다. 그리고 그 언어로 사람들과 깊게 연결되었고. 화실에서의 만남은 단순히 ‘그림을 배우는 시간’이 아니었어. 서로의 이야기를 듣고, 응원하고, 색을 나누는 삶의 연습이었다.


그러니, 지금의 네가 혹시 조금 지치고, 이 길이 맞는지 망설여진다면 꼭 기억하길 바란다. 너의 붓끝에서 피어난 색들은 단지 한 번의 전시를 위한 것이 아니라, 10년 후에도 여전히 빛나며 누군가의 삶을 물들이고 있다는 것을.


나는 여전히 그 화실에서 그림을 그리고, 전시를 하고, 새로운 사람들과 웃고 있다. 그리고 그 모든 시작은 2025년 여름, 너의 결심과 한 걸음에서 비롯되었다는 걸… 잊지 마.


그때의 너에게, 진심으로 고마워.


2035년의 그레이스로부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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