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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흐, 태양, 그리고 시간의 진동”

한낮의 태양은 강렬했다.

by 두유진 Mar 17. 2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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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흐, 태양, 그리고 시간의 진동”

어제, 예술의전당에서 고흐를 보았다.

그가 남긴 붓질을 따라 걷다 보니, 나는 어느새 그의 시간 속을 유영하고 있었다.

그가 본 여인, 그가 본 노인, 그가 본 꽃, 그가 본 논밭.

풍경, 풍경들.

그의 눈으로 바라본 세상이 내 앞에 펼쳐졌다.

그는 이 모든 것을 어떻게 보았을까.

그 붓끝에 담긴 감각은 무엇이었을까.

한낮의 태양은 강렬했다.

황금빛으로 타오르는 밀밭을 환하게 비추고 있었지만, 그 빛은 이상하리만큼 슬펐다.

그 아래 서 있는 것만으로도 따뜻해야 할 것 같은데,

그 노란빛 속에서도 나는 묘한 서늘함을 느꼈다.

태양은 빛났고, 밀밭은 출렁였지만, 그 안에는 어딘가 공허하고 처절한 흔적이 배어 있었다.

고흐의 그림 속 인물들, 풍경들, 모든 것에 그의 표정이 묻어 있었다.

그가 본 세상은 이토록 뜨겁고, 이토록 고독했다.

그는 37년을 살았다.

긴 생은 아니었다.

그러나 그의 에너지는 2025년을 살고 있는 나에게까지 도달했다.

참 오래도 살아 있는 에너지다.

생물학적 삶은 짧았지만, 그가 남긴 열정과 고독과 사랑받고 싶었던 간절한 마음은

여전히 사람들의 가슴 속을 흔들고 있다.

그 시대의 그가 품었던 감정은, 그 손끝에서 피어났던 빛과 색은,

시간을 넘어 여전히 진동을 일으키고 있다.


그의 영혼은 어디로 갔을까.

어떤 모습으로, 어떤 생명체로 다시 태어났을까.

혹은 아직도 이 세상을 떠돌고 있을까.

확실한 건, 그가 남긴 에너지는 사라지지 않았다는 것이다.


나는 문득, 그런 삶에 대해 생각했다.

생은 끝나지만, 어떤 에너지는 끝나지 않는다.

그것이 어떤 삶일까, 어떤 순간이 그러한 흔적을 남기는 것일까.

생각은 끝나지 않았고,

그렇게 일요일 오후 2시는 깊어지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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