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 누가 신혼여행을 결혼식도 하기 전에 다녀오냐?"
회사 휴가 기간에 맞춰 2주간 다녀온 여행을 '신혼여행'으로 하겠다는 말에, 또 가족들은 화가 났다. 결혼식도 안 하겠다, 신혼여행은 그냥 지난번에 다녀온 여행으로 대체하겠다는 것에 도무지 이해가 되지 않는 표정이었다.
보통은 결혼식을 하고 신혼여행을 다녀온다. 결혼식에서 으레 "신혼여행은 어디로 가세요? 어머, 너무 좋겠다."라는 얘기들이 오고 가곤 한다. 만약 내가 결혼식을 했다면, 나는 "아, 이미 다녀왔어요. 회사 휴가 기간에 맞춰서 미리 2주 동안 여행을 다녀왔는데, 그걸로 대체하려고요." 했을 것이다.
신혼여행을 왜 가는 걸까? 이제 공식적인 부부로서 함께 새로운 경험을 한다는 것에 가장 큰 의의가 있을 것이다. 신혼여행에서 안 싸우는 부부가 없다고 하지만, '허니문'이라는 명칭처럼 참으로 달콤한 시간일 것이다.
내가 결혼식도 안 하고 사는 줄 모르는 사람이 나에게 편안하게 "신혼여행은 어디로 다녀오셨어요?"라고 한다면, 나와 남편은 당연히 글 초두에 얘기한 회사 휴가 기간에 맞춰 다녀온 하와이와 뉴욕 여행을 얘기할 것이다.
1주일은 하와이, 1주일은 뉴욕의 여정이었다. 대표적인 신혼여행지인 하와이에는 역시나 신혼부부들이 많았다. 그래서 우리 또한 당연히 신혼부부와 같은 대접을 받고 똑같은 여행을 했다. 양가 부모님께 드릴 선물을 사는 일도 잊지 않았다.
하와이에서 뉴욕으로 간 뒤, 내가 지금껏 생각했던 뉴욕과는 많이 다른 모습에 적잖이 놀라곤 했다. 사람들의 인종차별적인 시선은 생각보다 견디기 어려웠다. 한국과 반대편의 땅에서 믿고 의지할 사람은 오로지 당시 남자 친구였던 지금의 남편이었다. 세상에 똘똘 뭉칠 사람은 오직 우리 둘이구나. 둘만 믿자. 둘이 절대 떨어지면 안 된다라는 생각도 했다.
함께 나이아가라 폭포에 다녀왔다. 도보로 미국에서 캐나다로 국경을 넘어가는 일은 꽤나 흥미로웠다. 너무 편안하고 쉬웠다. 나중에 통일이 된다면 우리나라에서 중국으로 넘어가는 일도 이처럼 쉬워지려나.
쏟아지는 거대한 폭포 아래에서 폭포수를 함께 맞는 게 부부구나 싶었다. 부부는 정말 같은 배를 타고 있는 사람들이다. 둘이 함께 힘을 합쳐서 노를 젓는데 서로 반대를 젓고 있는 경우가 있다. 그럴 때에는 차라리 한 명이 노를 젓지 않고 쉬는 게 낫다. 그래야 함께 나아갈 수 있을 테니까.
거대한 자연 앞에서 작아지는 인간을 보면서, 경이로웠다. 이 앞에서는 무엇이 그렇게 문제가 될까 싶었다. 그리고 거대한 폭포음 안에서는 내가 아무리 크게 엉엉 운다고 할지라도 들리지 않을 터였다. 삶이 그냥 그렇다. 크게 울어도 괜찮다. 그리 큰 일은 아니다.
신혼여행이 아닌 신혼여행으로 다녀온 여행에서 배운 것들은 값지다. 이 정도면 신혼여행으로 인정해줘야 마땅하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