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에 우리가 들어갈 곳은 단칸방뿐이었다.
월세 20만 원.
우리는 그곳에서 시작했다.
처음 집에 들어갔을 때,
우리가 느꼈던 막막함이라는 감정은 아직도 생생하다.
현관문을 열자마자 왼편으로 주방이 있다.
오른쪽에는 화장실이 있다.
그리고 3 발자국만 걸어가면 미닫이문이 나온다.
그 문을 열고 들어가면
왼쪽에는 침대, 오른쪽에는 옷장.
그리고 안쪽에는 TV를 놓았다.
그곳이 우리에게
거실이자, 침실이자, 드레스룸이었다.
도저히 소파를 둘 공간이 없어서
'푹신 소파'라는 것을 구매했다.
커다란 '오재미' 같이 생긴 것이 바로 그 소파다.
저기에 앉아 영화를 보는 게 우리의 취미였다.
11평. 실평수 8평이라는 공간에서 비밀은 있을 수 없다.
남편이 전화통화를 해도 전화 상대방의 목소리가 내 귀까지 다 들렸다.
그 덕분에 우리는 서로에 대해 더 빠르게 알아갔다.
8평의 공간에서 신혼부부가 있으려니 좀 답답했다.
그 덕분에 우리는 줄기차게 밖으로 돌아다니며
카페도 가고 식당도 돌아다니고 데이트를 즐길 수 있었다.
그리고,
단칸방 덕분에 살림살이를 늘릴 수 없었다.
그 흔한 '식물' 하나 두지 못했다.
식물 하나만 집에 들어와도 어디다 둬야 할지 고민스러웠기 때문이다.
덕분에 우리는 어떤 것을 구매하더라도
'이게 정말 꼭 필요한가? 정말?'이냐며
스스로에게 두 번 세 번 확인을 받아야만 했다.
여기서 살게 된 후로, 남편은 밤새 핸드폰을 들여다봤다.
핸드폰을 보다 잠들어 얼굴에 떨어뜨리기 일쑤였다.
그는 '부동산'을 공부하기 시작했다.
미친 듯이 공부를 했다.
부동산 카페, 부동산 유튜브, 부동산 뉴스를
눈이 뜨자마자 보았고
잠들기 직전까지 공부했다.
남편은 나에게 미안했다고 한다.
이렇게 시작하려고 하지 않았는데,
단칸방에서 시작한 게 너무 미안했다고 한다.
그렇게 단칸방에서 살게 된 지 16개월 뒤,
우리는 이사를 갔다.
방 3개, 화장실 2개의 아파트였다.
이사하던 날,
이삿짐 사장님이 기겁을 하셨다.
"아니, 어떻게 단칸방에 살다가 이렇게 넓은 곳으로 이사를 하세요?
그 집에 있다가 여기 오니 궁궐이 따로 없네."
우리야말로 어리둥절할 지경이었다.
불과 1년 4개월 전만 하더라도,
단칸방에서 생활하던 우리였는데,
어떻게 이렇게 빨리 성장할 수 있었을까?
우리는 미친 듯이 돈을 모았다.
단칸방 덕분에 쓸 곳도 없었다.
둘 다 미친 듯이 일하며 미친 듯이 모았다.
그리고 남편은 거기다 부동산 공부를 씹어먹듯이 했다.
덕분에 서울 3 급지이지만 브랜드 아파트를 매매했다.
우리보다 잘 사는 분도 많으실 테고,
우리보다 더 극적인 분들도 많으실 테지만
내가 하고 싶은 얘기는 딱 한 가지다.
이 모든 것이
단칸방 덕분이라는 것이다.
그 작은 집 덕분에
부동산에 관심 없던 남편이
부동산을 공부했다.
그 작은 집에서 부대끼며 산 덕분에
우리는 서로에게 빠르게 스며들었다.
이사를 하고,
어느 날 첫 집 근처에 갈 일이 있어
남편과 함께 그곳에 들러보았다.
아련하게 마음이 울렸다.
고맙다.
네 덕분에 조금 더 빠르게 성장할 수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