싱글맘의 하루
지인 중에 1월 초에 출산을 앞둔 동생이 있다. 지난 주일, 출산 전 마지막 여행의 의미로 1박2일 여행을 갔다왔다. 장소는 여름에 딸과 둘이 갔었던 부여에 있는 별장 같은 곳으로 가기로 했다. 자연과 어우러진 곳이라 확실히 계절에 따라 숙소 근처의 모습이 확연히 달랐다. 지금은 눈 오기 전, 황량한 나뭇가지와 시든 풀들이 제일 먼저 눈에 들어왔다. 푸릇푸릇한 생명력을 느꼈던 여름의 이곳은 이제 안식과 회복을 위한 준비에 들어간 듯 보였다. 이곳저곳 쏘다니던 거위들은 호스트님 집 안쪽에 우리 안에 지내고 있다. 오랜만에 만난 콩떡이와 구름이는 나와 딸이 구면인 것을 아는지 상당히 반겼다. 유기견인 구름이는 학대의 경험 때문에 털 미는 것을 극도로 싫어했다고 하는데, 지저분하고 엉켜있던 털이 싹 사라지고 뽀얗고 하얀 짧은 털이 나있었다. 구름이가 그 사이에 어느 정도 이발을 극복했나보다! 밤에 불멍과 함께 먹었던 마시멜로는 정말 꿀맛이었다. 함께하는 사람들이 좋아서였을까 마시멜로의 종자가 달랐던 것일까 유독 느끼하지 않았고 한봉지를 순삭할 정도였다. 숙소 앞 마당에 우거졌던 나무들이 감나무라는 것도 알았다. 주황색 감들이 주렁주렁 달려있었고, 호스트 분께서 얼마든지 따서 가져가도 된다고 하셔서 잘 익은 홍시 하나 따서 얼려 먹어보기도 했다. 고기 굽는 동생네 남편 주위로 콩떡이와 구름이 뿐만 아니라 배고픈 동생과 나도 주변에 찰싹 붙어 언제 고기가 구워지나 다같이 쳐다봤던 웃긴 순간들도 있었다. 곧 있을 출산과 육아를 앞두고 당분간 해볼 수 없는 경험들을 할 수 있다는 것에 소중함과 감사함을 느꼈다. 20대의 체력은 어디가고 밤 9시에 너도나도 하품을 하며 반수면 상태로 들어간 것도 자연스러운 변화였다. 동생네 부부 중 한쪽이 상대방에게 서운한 감정을 안겨줄 때마다 제 3자인 나는 서운함을 느끼는 사람 편에 서서 "정말 이건 서운하다!" 말해줬다. 왜 나는 부부의 일에 내가 대신 서운함을 느끼고 다녔던 걸까. F(감정형)의 숙명이다. 맘 편히 쉴 수 있는 나만의 공간을 소개시켜 줄 수 있다는 것은 축복이다. 2번 째 방문이라고 바베큐와 장작 추가요금도 받지 않으시고, 편히 있다가라고 말씀해주신 호스트님의 친절함도 감사했다. 누구에게는 출산여행이었고 누군가에게는 학기말을 앞두고 심호흡을 한 시간이었으며, 누군가에게는 디지털 디톡스의 시간이었다. 언제나 그 자리에 있어서 맞이해준 자연은 더할나위없이 고마운 존재였다. 이 추억을 양분삼아 연말을 맞이하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