싱글맘의 이모저모 일상

싱글맘의 하루

by 소화록

생각해 보니 이 말을 안 했다. 대학원 상담심리학과는... 아쉽게도 떨어졌다ㅠ 떨어진 김에 내가 정말 석사 공부를 하고 싶은지, 전문상담교사 자격증이 필요한 건지, 상담심리학과 공부를 하고 싶은 건지 심리학과 공부를 하고 싶은 건지 고민하며 지내고 있다. 무언가를 배우는 기쁨을 좋아하면서 한편으로는 배운 지식들로 세상을 바라볼 때마다 그것이 나를 옭아맨다고 느낄 때가 있다. 언어의 틀 안에 갇힌 느낌이랄까? 내 신념이 강해 그것 외에 다른 관점으로는 바라보지 못할 때 불교에서 말하는 무아, 즉 집착으로부터 벗어난 자유와 중도의 상태가 내 인생에서 좀 더 중요하지 않을까 생각이 들 때도 있다. 불합격된 김에! 이런저런 읽고 싶은 책을 읽으며 올해의 마지막과 내년을 느긋하게 살아가보려고 한다.


아쉬탕가 요가의 명상과 수행을 함께하는 온라인 모임이 있다. 이번 주는 감사에 대한 것을 자유롭게 나누는 시간을 가지고 있다. 작년 말 이혼과 올해 보이스피싱 등의 이슈로 염세주의적인 태도로 일상을 살아가고 있어서 감사에 동참하고 싶은 마음이 들지는 않았다. 표면적이고 일상적인 작은 감사 고백은 스스로에게 거짓말을 하는 것 같아서 감사한 점을 찾기도 싫었다. 그래도.. 감사까진 아니더라도 하루의 끝에 샤워를 하면서 '오늘 하루도 무탈하게 보내서 다행이다', '아이와 함께 푹 쉴 수 있는 집이 있어서 다행이다' 생각을 하곤 한다. 새벽에 잠에서 깰 때마다 내 왼쪽은 아이가 나에게 밀착해서 자고 있고, 오른쪽은 고양이가 나에게 머리를 박고 골골 대고 있다. 이 두 존재가 있어서 새벽이 외롭지 않다. 참 감사한 존재들이다.


요즘 즐겨 보는 TV 프로그램이 있다. <우리들의 발라드>인데 저번주 영상을 보는데 참가자들의 스토리를 들으며 울컥하는 것을 참다가 결국 눈물 콧물 겨땀까지 쏟고야 말았다. 친구, 가족을 생각하며 헌정하는 노래들을 들으며 큰 감동을 했다. 한 참가자는 과거에 가수를 꿈꾸며 홀로 외로웠던 자기 자신에게 헌정하는 노래를 불렀는데, 그때부터 음악을 향한 짝사랑이 시작된 그 참가자를 보며 많은 생각이 들었다. 나는 그토록 오랫동안 사모하며 꿈꿨던 것이 없었던 것 같은데 참 대단하다는 생각도 들었다. 참가자들이 자신의 삶의 스토리를 진솔하게 나눌 수 있다는 것은 참가자들을 향한 심사위원의 사랑과 애정의 피드백도 한몫을 한다는 생각이 든다. 경쟁 프로그램이지만 내가 본 음악 경쟁 프로그램 중 심사위원의 피드백이 덜 평가적이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이미 모두가 한 가족이 된 느낌을 받지 않을 수 없었다. 그래서 누가 나오던 덩달아 응원하게 되는 것 같다.


아이 유치원 선발 결과를 보고 왔다. 1순위~3순위 순으로 대기 6번, 대기 7번, 대기 20번인데... 올해는 물 건너간 것 같다. 집 근처 유치원들이 다 인기라 쉽지 않다. 그래도 직장 근처 어린이집에 아이가 만족하며 다니고 있음에 감사하다. 내년에 한번 더 지원해 보고 안되면 어쩔 수 없음이다. 물리적으로나 환경적으로 버겁지 않은 하루를 보내고 싶다. 집안일도 육아도 오롯이 혼자 감당하는 것이 쉽지 않다. 요즘 어린이집에서 낮잠을 자지 않는 아이가 집에만 오면 피곤해서 생떼를 많이 부리는데 30분 넘게 소리를 지르며 티비 보여달라는 아이를 토닥이면서 재울 때가 있다. 아이의 감정에 요동하지 않고, 불교에서 말하는 '무아' 즉, 나는 없다~ 생각하면서 아이를 안고 (허리가 끊어질 것 같았다 정말..) 창문 밖 달을 보면서 무념무상의 태도로 이런 하루도 있지~ 가볍게 생각하며 아이를 재운다. 일일이 대응하는 건 싱글맘의 사치다. 무탈한 하루를 꿈꾸며 오늘도 살아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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