싱글맘 혼자 해내는 두 사람 몫의 아침

싱글맘의 하루

by 소화록

몇 번을 깨고 자고를 반복하다 6시 넘어 눈을 떴다.

항상 내 몸에 기대 자는 고양이 제제는 내가 눈만 떠도 일어남을 알고 골골송을 부르며 내 몸을 밟고 다닌다.

꼬리를 한껏 세우고 지팡이 모양을 만든 채, 흥분한 감정이 전해진다.

일어날까 말까, 피곤한데 좀만 더 누워있자. 하는 시간을 3~40분 정도 보낸다.

떠진 눈을 억지로 감겼다. ‘어, 엄마가 일어난게 아닌가?’ 멈칫대는 제제의 움직임이 느껴진다.


6시 40분. 첫 알람이 울린다.

‘일어나도 되겠어?’ 스스로에게 묻는다.

괜찮을 것 같아 상반신을 일으키고 머리를 하나로 묶는다.

그리고 일어나서 옆구리를 쭉쭉 기지개 펴며 스트레칭을 한다.

찬 공기가 가득한 거실로 나가는데 밖이 깜깜하다.

부엌 작은 불을 켜고 잠시 멍- 하다 문 밖 컬리 샛별 배송온 것을 찾으러 현관으로 나간다.

냉장-실온-냉동 이렇게 세 박스다.

식료품들을 정리하고 박스 테이프를 다 뜯어 납작하게 만든다.

그리고 냉장고 문을 열어 아침으로 아이와 먹을 간편식을 찾는다.

잉글리시 머핀, 치즈 가래떡과 김, 사과, 귤, 슈톨렌...

아이가 질려하지 않게 번갈아 가며 챙겨간다.

‘아침엔 사과지.’ 사과 하나를 깎아 보냉백에 넣는다.

디카페인 대신 먹고 있는 애사비 음료도 하나 챙긴다.

귤은 아이 하원 후 집으로 오면서 먹도록 6개 정도 챙겨 넣는다.

그리고 메인으로 치즈 가래떡과 김을 챙긴다.


화장실로 가 양치를 하며 전날 꺼내놓은 아이와 내 옷을 옷방에서 가지고 나온다.

부엌 식탁위에 올려놓고 다시 화장실로 가서 입을 헹구고 머리도 감고 나온다.

머리만 감을 때는 허리를 숙여야 하는데 디스크 예방을 위해 스쿼트 자세를 하고 허리를 쭉 펴서 머리를 감는다.

틈새 운동이다.

화장대로 가기 전에 정수기에서 물을 받아 영양제를 먹는다.

눈떨림이 심해서 마그네슘이랑 비타민이 합쳐진 알약을 매일 먹고 있다.

싱글맘은 체력이 무척 중요하니까.

살려고 먹는다.


안방으로 가서 보일러를 ‘외출’ 모드로 바꾼 후, 화장대 불을 켠다.

아, 아이와 나의 외출복도 가지고 들어가야지.

오늘 아침에는 뭘 보면서 화장을 할까.

쿠팡플레이 <udt 우리동네 특공대> 틀어야겠다.

영상을 보며 옷을 갈아입는다.

그리고 화장대 앞에 앉아 렌즈를 끼고 보습에 특히 신경을 써서 기초 화장품을 바른다.

피부가 건조하면 주름도 쉽게 만들어진다.

헤라 블랙 쿠션으로 통통 두드리고 겨울 딥에 맞는 연한 분홍색으로 볼터치를 해준다.

나는 색조 화장품은 위치 별 제품이 다 한개씩 밖에 없다.

여기에는 별로 돈을 안 쓰는 편이다.

섀도우 하나 바르고, 마지막으로 심도 있게 집중해서 눈썹을 그린다.

고양이 제제는 내 뒤에 자리를 잡고 있다.

화장하는 시간 동안 내 엉덩이(?) 쪽에 자기 몸을 붙인채 온기를 나눈다.

‘엄마 껌딱지’다. 귀여운 자슥!

긴 머리를 다 말리면서 스타일링도 함께 할 수 있는 다이슨 에어랩은 출근 준비할 때 절대 없어서는 안될 반려템이다.

집게 꽂고 분할하며 할 시간은 없어서 대충 머리 반 갈라 오른쪽 제일 아래쪽부터 돌돌 말아간다.

양쪽 다 끝나면 고데기로 앞-옆머리를 쭉 펴고 둥근 빗으로 뿌리쪽을 한참 대고 있는다.

볼륨은 생명이다. 비록 곧 가라앉지만..

앞머리를 많이 길러서 그런지 볼륨감이 쉽지 않다.

입술 빼고 모든 준비가 끝나면 영상을 끄고 아이가 볼 영상을 크게 튼다.


자고 있는 아이쪽으로 다가간다.

지금부터는 스피드 싸움이다.

아이 외출복 두께에 따라 내복을 벗기지 않고 그대로 입힐지,

다 벗기고 입힐지 1초 안에 고민을 한다.

경험상 양말부터 머리 순으로 입히는 것이 가장 편하다.

양말을 빠르게 신긴다.

아이는 나의 터치를 느끼며 두 손 두 발을 쭉 편 채 기지개를 켠다.

얼굴에 베개 자국 있는 채로 잔뜩 짜부된 얼굴이 귀엽다.

빠르게 아이를 앞뒤로 뒤집고 뒤집어서 바지를 입힌다.

여기까지 하면 아이를 번쩍 들어 안은 채로 화장대로 간다.

그리고 영상 앞으로 아이를 세워놓는다.

아이는 다리 힘이 풀린 채로 그대로 주저 앉는다.

‘빨리 가야되. 늦었어.’ 말을 하며 아이 상의를 입힌다.

아이는 영상을 보려고 힘을 내 두 다리로 선다.

아이가 잠이 깨는 동안, 아이 머리에 스프레이를 뿌리고 쓱쓱 빗어 간다.

아, 아이는 자는 동안 머리를 하도 비벼대서 그런지 아침에 일어나면 머리가 다 꼬여서 폭탄 머리가 되어있다.

나는 츠바키 헤어 스프레이를 쓰고 있는데, 헤어 스프레이 꼭! 칙칙 하고 머리 묶기를 추천한다.

‘엄마 아파!’ 와 ‘좀만 참아봐’ 의 실랑이를 하지 않아도 된다.

머릿결도 좋아진다. 머리 묶는 시간도 줄어든다.

요즘은 날이 추워서 뒷 머리카락은 묶지 않고 귀 위쪽 머리카락으로 반 갈라 토끼 머리를 자주 해준다.

빠른 시간 안에 정갈하게 묶으려면 평일 아침은 새로운 스타일을 선보일 수 없다.

기본이 짱이다.

다 묶고 아이를 번쩍 들어 화장실 변기에 앉혀 놓는다.

‘쉬~’ 라고 말하며 배변을 유도하며 빠르게 아이 칫솔에 치약을 묻힌다.

양치는 아이가 스스로 할 때도 있고, 내가 해줄 때도 있다.

퉤 뱉고 후루룩 한번 헹구고 고양이세수에 버금가는 세수를 하고 빠르게 밖으로 나온다.

얼굴에 로션을 잔뜩 묻혀주고 외투를 입힌 후에, 신발장으로 가서 신발 신고 있으라고 말한 후

빠르게 부엌으로 달려간다.

가래떡을 전자레인지에 1분 돌려놓고, 나도 겉옷을 입는다.

그 사이에 집을 환기 모드로 돌려놓고, 베란다 문 닫고 갈 준비를 마친다.

아이 가방은 아이가, 나머지 보냉백과 내 가방은 내가 들고 엘레베이터 누른 후 빠르게 신발을 신는다.

중간중간에 아이가 떼를 쓴다면, 2~3분은 지체된다.

훈육? 그런거 할 시간이 없다.

우선 나가야 한다.


차로 빠르게 탑승한다.

아침 먹을 것만 빼고 나머지는 차 뒷자석에 놓는다.

영어 동화를 보여주며 그렇게 주차장 밖을 빠져나온다.

중간중간 신호가 멈출 때마다 가래떡을 김에 싸서 아이 손에 쥐여준다.

나도 빠르게 하나 먹고, 인공눈물-립스틱 등을 바른다.

신호 한번 기다릴 때마다 2-3분이 소요되기에 최대한 신호 받지 않으려고 운전에 초집중을 한다.

어린이집까지 오고 가는 길이 25분 정도 되다보니 아침을 차에서 해결한다.

그래서 차 내부가 ... 꽤나 더럽다. ㅠ

모든게 완벽할 수가 없다. 포기할 부분은 포기한다.

아이 어린이집이 거의 다가올 때쯤 구강 스프레이를 입 안에 칙칙 뿌리고 아이를 어린이집에 데려다 준다.

‘오늘도 재밌게 놀다와~ 사랑해!‘ 아침마다 늘 딸에게 하는 말이다.


아이에게 하는 말은 온갖 의무와 책임을 감내하느라 인생을 ‘재미’로 살지 못한 나를 향해 하는 말이기도 하다.

출근 전 이 루틴을 계속할 때마다 다람쥐 쳇바퀴 돌리는 듯한 반복과 지루함을 솔직히 느끼기도 한다.

얼마나 똑같은 아침이면 이렇게 술술 글이 써질까.

하지만 나는 안다. 이 시간들은 일상의 무탈함을 보여준다는 것을.

출근 길에 매일 같이 만나는 자전거 타고 출근하는 아저씨, 군복 입고 사회복무요원을 하러 같은 시간에 횡단보도를 건너는 청년들을 볼 때면

이들의 삶도 하룻동안 무사했구나. 안도하며 반가운 마음이 든다.

서로의 무탈함에 다행이고 감사하다.

매일 반복하며 살아가는 일상은 서로의 존재를 확인시켜주고 멀리서 응원하고 싶게 만든다.

나와 딸의 일상이 무탈하기를.

그리고 당신의 일상이 무탈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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