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서 와 허리디스크는 처음이지?(2)

함께 배우고 싶어서

by 소화록

그럴 수는 없었다. 응급실에서 무한대기라니.. 나는 바로 퇴원 수속을 밟았다. 임시 보호자였던 만삭인 친한 동생이 남편 픽업으로 가자마자, 디스크 전력이 있는 친한 동생이 날 보러 왔다. 드라마틱한 간병인 바통 터치였다. 다들 몸이 성하지 않은 사람들인데 친히 발걸음 해주고 나랑 딸을 케어해 줘서 얼마나 든든했는지 모른다. 동생이 집으로 데려다주고 함께 저녁을 간단히 먹었다. 나는 누워서 옆으로 흘리지 않고 먹는 법을 익혀야 했다. 아이가 잠옷으로 입고 세수 양치하는 것을 도와준 후에 동생은 집으로 갔다. 그렇게 어찌어찌 하루가 흘렀다. 온몸이 기진맥진해서 골아떨어졌던 것 같다. 평소에 옆으로 자야 잠이 잘 오고 반듯이는 절대 못 잔다고 하던 나였는데 하루 만에 고쳐졌다. 피곤하고 아프니까 반듯이도 잘 잤다.


다음날 다시 병원으로 가서 신경외과 외래진료를 봤다. 어제 담당했던 과장님이 수술 중이셔서 다른 과장님께 진료를 봤는데 정말 실망이었다. 들어갔는데 의사의 자세가 컴퓨터 게임하듯이 엉덩이는 앞으로 쭉 빼고 등을 의자 뒤로 기댄 채, 환자와 눈은 일절 마주치지 않고 컴퓨터에만 시선을 고정한 채, 나보고 (약이랑 처방 다 받았는데) 왜 왔느냐고 되물었다. 내 눈엔 이 의사의 앉는 자세가 더 허리디스크 걸리기 딱 좋은 자세였다. 무신경하고 불친절함을 한껏 가지고 환자를 이런 식으로 대하나? 무례함이 느껴졌다. 당장 다음 주부터 출근을 하려는데 약을 먹어도 허리 통증이 심하다, 다른 치료가 없겠냐 물으니 “예 뭐, 주사치료 원하시면 할 수 있고요.”라고 말하는 의사.... 하자는 건지 말자는 건지, 귀찮아하는 게 느껴졌다. 함께 갔던 디스크 동생도 표정이 급격하게 어두워졌다. 우선 약 처방이라도 더 해달라고 하고 진료실에서 나왔다. 디스크 동생은 진료실에서 나오자마자 본인이 다니는 병원으로 가자고 이야기했다. mri 결과도 cd에 구워놨으니, 다른 곳에서 추가진료받고 치료받자고 했다. 그날 밤, 갔던 병원에서 만족도 조사 링크가 왔다. 나는 솔직하게 담당 의사의 태도를 기술했고 개선이 필요해 보인다고 기술했다. 매일 수십 명이 넘는 환자들을 보느라 점점 기계적으로 태도가 되는 것은 어느 정도 이해는 한다. 하지만 예의가 너무 없었다. 많이 알고 인정해 주는 직업을 가지면 뭐 하나. 내 옆에 있는 사람 한 명 행복하게 하지 못하는데!


아이를 봐줄 사람이 없어서 하루 종일 같이 외래진료를 받으러 다니다 보니 아이가 졸리거나 컨디션이 안 좋을 때 케어가 힘들었다. 급하게 정부지원 아이 돌봄 서비스를 신청했지만 아직 대기상태여서 현재는 야간 돌봄 서비스만 가능한 상태이다. 다음날은 택시를 타고서라도 어린이집을 보내고 치료나 회복에 집중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한편으로는 나 자신이 일상도, 직장도, 육아도 스스로가 감당하고 있는 것이 참 많았구나, 나를 향한 자애의 마음이 들기도 했다. 허리가 알게 모르게 버티고 있었구나 미안한 마음도 들었다. 하루에 택시를 3~4번 타면서 택시비를 왕창 쓰는 요즘이다. 1월 방학 중에 아이와 제주도 여행 가기로 한 것도 취소해서 꽤 큰 금액이 환불됐는데 택시비와 내 치료비로 쓴다고 생각해야겠다. 당분간 여행을 멀리 못 가서 씁쓸하지만, 좋은 점도 있다. 아이를 하원하고 택시 타기까지 집 방향으로 10~20분 정도 느릿느릿 걷기를 하는데 붕어빵도 사 먹고, 아이와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는 짧은 시간이 참 좋다고 느꼈다. 운전을 하고 안 하고는 정말 생활 반경에서 차이가 크다. 그동안 열심히 아이를 태우고 운전하고 다녔으니 이런 시간도 가져봐도 나쁘지 않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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