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리 디스크 환자의 학기말 생존기

함께 배우고 싶어서

by 소화록

택시를 타고 아이 등원 시키고 출근을 한 후, 다시 택시를 타서 퇴근을 하고 아이 하원을 하는 하루는 최소 4번 이상의 택시 기사님을 만나고 하루 4만 원 이상의 교통비가 든다는 이야기다. 3일간의 병가와 주말을 지나 월요일 출근하는 날은 허리가 너무 아파 걷는 것이 버거웠다. 걸음마를 배우는 아이처럼 발바닥에 느껴지는 촉감을 하나하나 느껴가며 교실까지 걸어갔다. 어지럼등이 동반되던 때라 본체를 간신히 켜고 높이 조절 데스크에 기대 고개만 엎드리고 숨을 몰아 쉬었다. 땅이 흔들리는 것 같아 두 눈을 질끈 감았다. 2층 교무실은 올라갈 엄두가 안 났다. 가장 친한 선생님이 안부를 물으며 1학년 교실로 들어왔다. 잠깐잠깐이라도 쉬어주라고 요가매트를 가져다주셨다. 아무도 보이지 않게 내 책상 옆 작은 통로에 매트를 깔아놨다. 뒤이어 교장님이 들어오셨다. 몸은 좀 어떠냐고 하시면서 너무 힘들 것 같으면 며칠이라도 병가 더 쓰라고 하셨다. 학기말이어서 처리할 업무들도 많은데 자리를 비우면 비우는 대로 맘이 편치 않다. 그래서 반일병가를 쓰겠다고 말씀드렸다. 1교시 종이 울렸다. ‘수업 40분을 버틸 수 있을까?’ 두려웠다. 저번주 자리를 비웠을 때 아이들이 학습한 활동들을 빠르게 살펴봤다. 아직 마무리되지 않은 국어 수학 진도부터 빠르게 나가야겠다.


수업은 허리로 했나 싶을 정도로 서 있는 자세를 수없이 바꿔가며 했다. 우리 학교는 1-2교시와 3-4교시 사이에 5분 쉬는 시간이 있고 그 가운데 20분간의 중간놀이 시간이 있다. 1교시가 끝난 후 아이들 화장실 갔다 오라고 한 후 빠르게 요가매트 위에 허리를 대고 누웠다. 5분의 시간이 소중했다. 교실 천장을 한참을 바라봤다. 숨을 깊게 들이쉬었다가 내쉬었다. 그것만으로도 저릿한 통증이 한풀 가셨다. 그렇게 쉬는 시간을 꼬박 채워 수업에 우선순위를 두고 온 집중을 다했다.


하지만 교사는 수업만 하는 게 아니다. 그동안 체크하지 못한 밀린 메신저를 읽고 빨리 회신해야 할 메신저를 거르는 것도 일이었다. 공문은 그 사이에 6개가 와있었다. 당장 제출해야 하는 것부터 시작했다. 내가 얼마나 계획적이고 능률적으로 일을 했는지 뿌듯함을 다 느낄 정도였다. 허리는 잘 버텨주겠다고 하고 전두엽은 열심히 머리를 굴리겠다고 한다. 몸의 각자가 최선을 다하고 있다. 12월에 있는 학년말 워크숍이 총 3번 있는데 나는 세 번 다 병가로 참여하지 못했다. 그때 나온 의견들을 중간놀이 시간을 사용해서 전달받고 내년 행사 미리 계획해야 할 것들을 메모했다. 생기부도 써야 한다. 아직 끝이 아니다. 아이들 출석처리먼저 하고 교과별시수를 맞췄다. 2학기 수행평가 했던 결과들을 시스템에 입력하고 그동안 관찰했던 내용을 바탕으로 아이들 교과학습 발달정도를 적어내려 갔다. 아직 적어야 할 내용이 산더미다.


주사치료를 받은 후에는 욕심내서 바로 퇴근하지 않고 더 일을 하다가 갔다. 무리했다 싶은 날은 그날 저녁에 누워서 전기충격 당하는 마음으로 찌릿한 통증들을 감내해야 했다. 몸이 아프니 정서적으로도 확실히 예민해졌다. 아이들과 헤어질 날은 다가오는데 마무리를 아름답게 맺고 싶은 마음과는 다르게 자꾸만 말이 부드럽게 나가질 않는다. 기계화된 나 자신을 보며 현타가 왔다. 하지만 이런 나도 내가 지켜줘야 했기에 완벽할 수 없다고 생각한다. 자책감을 내려놓기로 했다. 하루를 교사로만 다 살 수는 없어서 학교-집안일-육아 중 유독 무리한 쪽이 있으면 다른 쪽은 설렁설렁하려고 한다. 그때그때 몸상태를 알아차리고 조절하는 것이 포인트다. 쉽지 않다. 분명 어제와 똑같은 일상인데 어제는 가능했던 것들이 오늘은 안된다. 매번 다르다. 내 컨디션도 몸 상태도, 정서 상태도.


전쟁 같은 학기말이다. 하지만 분명 지나갈 거다.

이전 27화어서 와 허리디스크는 처음이지?(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