싱글맘의 하루
인간에게 있어 질병이 있기 전과 이후의 삶은 무척 다르다. 한 질병 안에서도 관리만 잘해도 괜찮은 정도부터 죽음을 목전에 둔 정도까지 질병의 스펙트럼이 무척이나 넓다.
그래서 나도, 더는 버티지 않기로 했다. 몸이 무리하는 선을 잘 찾아 경계를 지켜가려 한다. 그리고 사회적 지지망을 최대한 활용하고 도움도 청하며 나 혼자 감당하는 것들을 조금씩 내려놓고 싶다.
아이가 교회에서 친하게 지내는 자매가 있다. 그들의 엄마와 나 역시 친한 관계여서 일요일에 교회에서 중간 틈새시간에 아이를 돌봐줄 수 있는지 연락을 했다. 자초지종 사정을 설명하니 아니 왜 그런 큰 일을 이제 말하냐며 토요일에 아이를 데리고 하룻밤 재우겠다고 했다. 오랜만에 하는 딸의 외박이라 나 없이 잘 지낼 수 있을까 걱정했는데 이게 웬걸... 일요일 저녁에 집에 왔는데 다시 친구 보러 간다고 오열에 오열을.... 엄마 보고 싶다고 이렇게 오열해 본 적이 있던가? 하마터면 서운할 뻔했다. 아이가 없는 하루라는 시간 동안 홀가분함, 자유함도 느꼈지만 다른 때와 다르다고 느꼈던 건 계속 허리통증이 있었기에.. 집에서 간병인 없이 기쁨조 없이 혼자 입원 중인 환자 상태였달까, 온종일 누워서 천장만 바라보는데 앞으로 어떻게 살아야 하나 미래 생각만 하면 암담하기도 했다. 몸이 아프니 생각도 부정적으로 흘러갔다. 예상치 못한 큰 치료비에 물질적으로 걱정도 됐다. 버티지 않고 받아들이는 연습에도.. 시간이 필요했다.
아이는 엄마의 아픔에 빠르게 적응했다. 만 4세에 꼬마 보호자로 함께 구급차도 탔다. 딸 없이 집안일을 할 수 없는 상태가 됐다. 함께 분리수거를 하러 나가면 나는 가장 가벼운 쓰레기를 들고 아이는 제일 무거운 쓰레기를 낑낑 끌면서 갔다. 엄마가 아프니 아침에도 스스로 씻고, 저녁에도 혼자서 샤워한다. 청소와 정리정돈도 늘었다. 칭찬과 격려 속에 아이의 칭찬스티커는 나날이 쌓여가고 있다. 이게 가족인 것 같다. 일상에서 굴러가기 위해 누군가의 부족함을 다른 누군가가 서로 메꿔줄 수 있다는 것.
정부 지원 아이 돌봄 서비스가 계속 승인대기 중이다. 당장 아이 하원 도우미가 급한 상황이라 시터 관련 사설업체를 통해 시터 선생님과 컨택을 했다. 내일 면접을 보는데 좋은 분이 왔으면 좋겠다. 타인과 관계 시작에 진입 장벽이 높은 편이고 일상의 변화를 좋아하지 않지만 지금은 내가 다 할 수 없음을 인정하고 나와 아이를 위해 돌봄의 공백을 영상이 아닌 사람의 손길로 채워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치료도 부지런히 하고 있다. 불친절한 병원이 아닌 허리 전문 병원으로 옮겨서 주사치료를 1회 받았다. 확실히 통증이 덜 느껴졌다. 꾸준히 받아야겠다. 병원에서 자체적으로 제작한 허리 스트레칭 브로셔도 한 장 가져왔다. 진심으로 환자가 낫길 바라는 마음이 팍팍 느껴지는 병원이었다. 브로셔를 보니... 요가와 친한 나로서는 자세들이 다 쉽고 애교로 보인다. 아니다. 지금은 이것도 버겁다. 과거의 영광에 서로 잡히지 말자. 나는 이제 막 허리디스크의 세계로 입문한 한 사람일 뿐이다. 반려 디스크의 이름에 걸맞게 몸을 아끼는 마음으로 내 힘의 근원인 허리를 사랑해 보련다. 아자아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