싱글맘의 하루
어린이날이다. 연휴이기도 하고 월요일이기도 하다. 어떤 관점으로 보느냐에 따라 나의 마음이 서글퍼지기도 하고 평온해지기도 한다.
큰 기대를 가진 건 아니었다. 다만, 적어도 아이의 아빠니까 어린이날을 앞두고 아이랑 시간을 언제 보낸다거나 아이 필요한 거 뭐 없는지 정도는 연락올 줄 알았다. 나와는 남이어도, 자식은 평생자식이니까... 하지만 한결같이 전남편은 나의 예상을 깨고 연락이 오지 않았다. 마음이 어려웠다. 어린이집에서, 교회에서, 심지어 집에 놀러 온 지인도 생각해 주는 어린이날의 주인공을 아이아빠는 잊어버린 걸까.
자연스럽게 나와의 대화를 시작한다. 마음의 어려움은 이 연휴를 어린이날이라는 ‘특별한 한 날’로 여기는 데에 대한 기대와 서운함이었다. 그러니 지금, 명상을 하며 나의 생각들이 고요히 흘러가기를 빈다. 공식적으로 일을 쉬고 아이와 함께하는 한 날이 있음에 감사하게 되는 그런 날. 함께 기차를 타고 여행을 가는 모녀여행 정도로. 지금, 여기 함께 얼굴을 마주 보는 아이와 나에게 집중하기로 한다. 참으로 오랜만이었다. 이혼 이후에 어떤 날에 대한 기대감 말이다. 마음이 아파서 숨을 크게 한번 쉬기도 힘들었던 날들이 1년도 채 되지 않았다. 몸과 마음이 건강히 살아있는 게 기적이고 평범한 날들이 눈앞에 있는 게 기적이다. 보통의 날들에 감사한다.
그렇게 떠난 우리의 여수여행은 안정적이고 편안했다. (물론 육아는 전쟁과 같았지만...) 작년 이혼 숙려기간에 도망치듯 갔던 딸과의 제주도 여행은 여행 전 2번의 이사로 심적으로 불안했던 아이가 새로운 숙소와 환경을 만나 더 힘들어했던 기억이 있었다. 하지만 이번 여행은 달랐다. 내 마음속 버킷리스트였던 아이와 기차 타기가 별 탈 없이 이루어졌고 여수엑스포역 근처 숙소를 예약해서 차 없이 뚜벅이로 다녔는데 비도 안 오고 선선하니 걷기 좋았다. 밥 메뉴를 고를 때는 아이가 먹기 싫은 음식은 당당히 주장을 해서 친구랑 우정여행 온 것 같은 착각도 들었다. 딸이 낮잠을 안 자는 과도기라 졸릴 때 나오는 짜증이 꽤나 힘들었으나 기어코 품 안에 재워서 체크인 시간에 맞게 로비 의자에 기대어놓기를 성공했다.
딸과 보낸 여러 번의 주말들이 쌓이고 모여서 둘이서도 안온한 시간을 보낼 수 있는 충분함을 경험 중이다. 이제는 그날들이 모여서 조금 더 멀리, 타지로의 여행을 함께 한다. 이 또한 행복한 추억들이 성공 경험이 돼서 우리를 더 앞으로 나아가게 할테지. 변화에 적응하는 우리는 고되지만 겹겹이 쌓이는 시간들이 나는 참 좋다. 책 <흐르는 강물처럼>의 제목 같이, 삶이 이끄는 흐름에 나아가보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