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델링의 중요성

싱글맘의 하루

by 소화록

매일 아이가 자고 난 후에 개인 시간을 갖는다는 것은 생각보다 어렵다. 체력이 뒷받침되어줘야 할뿐더러 아이가 빨리 자지 않으면 화가 나기 십상이다. 화가 나는 육아만 하지 않아도 반절은 성공한 거라고 생각하기에 육아를 하면서 화가 나는 포인트들을 잘 살핀다. 그리고 화 자체가 나지 않기 위해 화나게 하는 요인을 제거한다. 육아하다가 화가 날 때 하나는 아이와 함께 씻을 때 아이 머리를 감겨줄 때마다 일어난다. 아이는 자신이 눈 뜨고 싶을 때 타이밍 맞지 않게 엄마가 샤워기 물을 갖다 대면 짜증을 내고 소리를 지른다. 내 몸 하나 씻기도 힘든데 아이까지 씻기려니 얼마나 힘든가... 이때 분노가 치밀어 오른다. 아이의 표현은 정당하지만 나의 분노 또한 무시할 수 없다. 그래서 어느 날 아이에게 말했다. 이제부터 혼자 씻어야 한다고. 아이는 “싫어. 엄마가 씻겨줘.”라고 말했다. 나는 굴하지 않고 “엄마가 씻겨줄 때마다 네가 소리를 지르잖아. 엄마는 그럴 때마다 화가 나서 00이 씻기는 것을 기쁘게 할 수 없을 것 같아. 엄마가 말로 도와줄게. 한번 시도해 보자.” 아이는 알겠다고 했고, 그때부터 링 위의 선수를 링 밖에서 코치하는 사람처럼 아이가 허둥지둥하는 모습을 보며 열심히 말로 설명한다. “호랑이 손 알지? 손을 어흥으로 만들어 봐. 그리고 머리카락을 열심히 긁는 거야! 근데 뒷부분만 하면 안 돼. 눈을 꼭 감고 이마 쪽도 씻어줘야 잘 씻길 수 있어.” 아이는 얼마간 하다가 “엄마. 손이 너무 아파. 그만하고 싶어.” “그래? 그럼 이번에는 몸을 씻어보자. 겨드랑이랑 발바닥이랑 꼼꼼히 문질러주는 거야. 할 수 있지?” 샤워를 하고 야무지게 스퀴지로 바닥청소도 시킨다. 아이는 바쁘고 나는 여유롭다. 그렇게 3~4일을 하니 아이가 씻는 건 너무 힘들다며 안 씻고 싶다고 한다. 나는 “씻는다는 건 원래 귀찮은 일이야. 엄마도 매일 귀찮아. 그래도 세균이랑 같이 살기 싫으니까 매일 씻는 거야.” 귀찮은 일을 안 귀찮다고 포장하고 싶진 않았다. 씻는 일은 무척 재미있는 일이라고 과장하기도 싫었다. 있는 그대로를 느끼게 해주고 싶었다. 아이는 오늘은 손이 너무 아프니 엄마가 꼭 씻어주라고 했다. “그럼 엄마가 물로 머리 씻길 때 네가 또 엄마한테 화내진 않을까? 엄만 그거 싫어. “ 아이는 ”안 그럴게! 엄마가 씻겨주라. 응? “이라고 사정을 한다. 씻는 일의 고됨을 느낀 아이를 바라보며 언제 화가 났었지 싶은 나다. 씻겨주다가 때때로 스스로 씻게 하다가 그렇게 나 스스로 화가 나지 않을 수 있는 육아의 정도를 잘 찾아가 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개인 시간을 확보할 수 없을 때 화가 자주 난다. 내향형 엄마는 어쩔 수가 없나 보다. 그래서 이 부분도 아이가 잠에 들기만을 기다리지 않고, 아이가 있어도 내가 ‘놀아주지 않고’, 나 하고 싶은 것을 하기로 했다. 그것은 요가와 공부. 나는 이 둘을 매일 하지 않으면 삶의 기쁨이 없어진다. “엄마는 요가를 할 테니까 00 이는 옆에서 네가 하고 싶은 거 해. 알겠지?”라고 말한 후, 요가를 한다. 아이와 함께 있으니 30분 이상은 어렵다. 그래도 2~30분의 기쁨은 정말 크다. 아이는 옆에서 “나도 엄마처럼 요가할래!” 하고 5분간 같이 따라 하다가 “요가 재미없어!” 하고 색칠도 했다가, 요가하는 엄마 몸 위를 올라타거나 한다. 나는 엄마 몸에 기대는 것은 절대 안 된다고 선을 긋는다. “이따가 안아줄게. 엄마 지금 요가하고 싶어.” 아이는 기다림을 배운다. 자신이 스스로 즐거운 일을 찾지 않으면 이 시간이 재미가 없어진다. 공부를 하거나 책을 읽을 때는 식탁으로 가는데 아이는 그때마다 “나도 엄마처럼 공부할래!” 하며 자기 나름 선정한 책을 가지고 온다. “엄마, 이거 어떻게 읽어? 도와줘. “ 온전히 내 공부에 집중할 수는 없지만 그래도 꾸역꾸역 내 시간을 갖는다. 여기에는 여러 장점이 있는데 아이가 나처럼 책을 읽고 싶다는 소망이 커졌다는 것. ”나도 엄마처럼 책 읽고 싶어. “ ”책을 읽으려면 글자를 알아야 해. 엄마가 저번에 사줬던 거 있지? 그거 보고 글자를 익혀봐. “ 아이는 ”엄마 이건 무슨 글자야? “ 물어보며 한 글자씩 발음을 해본다. 열심히 적어보기도 한다. 나는 ”힘들면 안 해도 돼. 너의 마음이야. “ 말하며 굉장히 비싸게(?) 군다. 아이 스스로 내적 동기를 갖는 것만큼 중요한 것은 없으니. 스스로 원하는 만큼 알아가게 둔다. 엄마가 하는 것은 다 재미있어 보이고 멋진 것 같은 아이의 마음속에 부모의 모델링이 작동한다. 나는 사람들과 어우러 지내는 것보다 혼자 있는 것을 좋아해서 아이에게 사회성을 잘 보여줄 수는 없다. 내가 잘하는 것을 하면서 부족한 부분은 주변 관계와 공동체의 힘을 빌리기로 한다. 예컨대 키즈카페를 가거나 놀이공간에 가서 나의 개입을 최소화하고 아이가 직접 갈등과 관계를 경험하는 장을 만들어주거나 지인들과 함께 대화하며 자연스러운 상황을 노출시킨다.


공존은 늘 어렵다. 그럼에도 한쪽의 희생을 감수하는 일보다 너도 있고, 나도 있는 공존을 늘 꿈꾼다. 무엇이든 괜찮다, 너와 나의 성장을 응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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