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범한 일상, 수많은 사람의 용기.
요즘 우리 사회는 무섭다. 때때로 아슬아슬한 줄타기를 하는 불안감에 휩싸일 때도 있다. 분노에 물들어버린 사람들이 많아지고, 사회가 무서워질수록 우리는 점점 겁이 난다. 일상 속에서 어떻게 위협받을지 모르기 때문이다. 몇 년 전을 회상해 보자면 강서구 한 pc방에서 알바를 하던 젊은 청년이 안타까운 사건으로 세상을 떠난 일을 모두가 기억할 것이다. 그때 나는 그 청년 얘기가 너무나 마음 아프고 슬펐던 기억이 난다. 특별한 날, 특별한 때가 아닌 정말 말 그대로 평상시 내가 일을 하는 도중이나 길을 걷다가도 불행은 정말 시시때때로 우리를 노리고 있다는 그 불안감을 뼈저리게 느끼게 되었기 때문이다. 하, 그렇다면 우리는 이런 불안감을 어떻게 극복해야 할까!
우리 삶이 언제나 행복하진 않다. 하지만 그렇다고 나의 불행이 남에게 향해서도 안되며, 나의 불행을 남에게로 전가해서 분풀이하는 방식은 옳지 않다. 이를 지켜나가는 것은 우리가 일컫는 ‘인간성’의 근간이지 않을까. 나의 직장도 많은 민원인들을 만나야만 하는 자리이다. 그렇기 때문에 종종 무작정 화를 내거나 욕을 퍼붓는 경우, 심지어는 폭력을 행하려 시도하고 협박하는 사람들도 목격하곤 한다. 입사 초창기에는 이런 사람들과 접할 때마다 속절없이 눈물이 흘렀었다. 너무나 무서웠고 그 사람들을 아무리 이해하려 해도 이해가 되지 않았으며, 소위 ‘이런 부류의 사람들’을 만나야만 하는 내 일자리가 원망스럽기 그지없었다.
그런데 경험치가 쌓여갈수록 가장 확실한 것이 하나 생겼다. 아무리 겁이 나도, 불안해 미치겠더라도 나는 내 자리에서 내 정의(正義)를 찾아야만 한다는 것. 사실 내 업무는 공정이 가장 중요하다. 누구는 이래서 누구는 저래서 발생하는 불이익이 없어야 한다고 여기기 때문이다. 고로 내 자리에서 내가 할 수 있는 한 최선을 다해 공정함을 지켜 일하는 것이 나만의 정의가 되었다. 안타깝게 희생당한 청년의 이야기가 더욱 슬펐던 이유는 내가 만났던 민원인들 중 몇몇은 본인의 요구를 강하게 주장하며 협박을 일삼았기 때문이기도 하다. 어쩌면 나에게도 그런 불행이 오진 않을까 하는 불안감이 나를 미치게 했다. 그래서 그때 내가 일기장에 적어놓은, 기도문 같은 글은 바로 ‘겁먹지 말자, 나의 공정을 잃지 말자’라는 얘기였다.
그러나 정답은 찾았지만, 그 정답을 지켜나가는 것은 다른 차원의 힘든 일인 것 같다. 그래서 오늘 내가 말하고자 하는 것은 ‘일상의 용기’이다. 우리 주변엔 나만의 정답을 지켜나가는 수많은 사람들의 용기를 찾아볼 수 있다. 당연하게도 우리는 예기치 못한 불행을 이길 수 없다. 불행할 것만 떠올리고 있으면 어떤 일도 할 수 없다. 그렇다면 당장 우리는 우리가 할 수 있는 것을 해야 한다. 그게 바로 우리의 일상을 지켜나가는 용기이지 않을까. 예컨대 지금 우리 주변 수많은 사장님들을 생각해보자. 코로나로 너무 힘든 상황임에도 불구하고 많은 사장님들은 똑같은 시간에 가게 문을 여시고, 또 운영을 위해 최선을 다한다. 너무 힘든 상황임에도 그분들께는 그것이 일상을 지키는 큰 용기인 것이라 생각한다.
뿐만 아니라 종종 인터넷에는 착한 사장님이 사정이 어려운 고객에게 선행을 베풀어 ‘돈쭐’이 나는 이야기들을 심심치 않게 들을 수 있다.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사회가 아무리 불행에 취약해져도, 분노에 휩싸인다 하더라도 우리는 서로가 있으면 되겠다는 그런 생각. 내 자리를 지켜나가는 그 용기가, 남들에겐 또 다른 힘을 불어넣어 주고, 그 힘은 점점 더 강해지는 것 같다. 이게 바로 예전 god오빠들의 ‘촛불 하나’인가. 촛불이 모이고 모이면 큰 빛이 된다는 그 노래 말이다. 마블 영화 속 히어로의 용기보다 더 소중한 용기는 우리 주변 이웃들이 지켜나가는 일상이다. 이런 생각을 하다 보니 갑자기 뿌듯함이 밀려온다.
용기를 내자. 나도 내 자리에서 나의 본분을 다하자. 불행이 두려워질 때는 주변 사람들을 보자. 우린 혼자가 아니고 함께 사는 사회이다. 나 말고도 다른 사람들도 본인들의 자리를 지키기 위해 오늘도 용기를 낸다. 힘을 내보자. 나는 타고난 겁쟁이고, 무서운 것도 많고 두려운 것도 많지만, 이 사회의 일원으로서 제 몫을 다해야겠다. 그리고 그게 바로 우리가 지킬 수 있는 용기이지 않을까.
직장은 때때로 전쟁터에 비유된다. 그런 전쟁터에서 내가 생각하는 정의를 지켜내는 것, 그게 나는 우리 같은 평범한 사람들에게 있어 가장 큰 용기라고 생각한다. '옳음'이란 척도를 잃어버리지 않고 스스로의 하루를 지켜내 보는 것. 옳음을 좇아 평범한 일상을 유지하는 것이야 말로 오늘의 용기다. 여러분은 오늘 용기 낸 하루를 보내셨나요?
(사회의 일원으로서 너무나 일찍 떠난 그 청년을 기억해보며 이 글을 마치고자 합니다. 부디 하늘에서는 자유롭고 평온하기를 바라며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