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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클로버 Aug 05. 2021

22살 최연소 검찰공무원이 되었다

드디어 '불안'에서 벗어날 수 있을까?


고요한 적막이 흐르는 집 안.

불안감에 심장이 터질 것처럼 뛰던 나는 새우처럼 몸을 잔뜩 웅크린 채 침대에 누워있었다.

불안하면 나오는 버릇. 곰인형을 꼬옥 끌어안고 온 몸에 잔뜩 힘을 준 채로 몇 시간을 그렇게 누워있었다.  


띠링-

핸드폰 문자 알림 소리다.


XX 년도 검찰사무직 필기 합격하셨습니다.




'오류일 수도 있어, 제대로 확인해야 해' 

노트북 앞에 앉아 덜덜 떨며 수험번호를 집어넣고 '합격'이라는 글자를 본 후에야 몸에 피가 도는 것 같았다.


그제야 내가 합격했다는 사실을 실감하고는, 갑자기 유일하게 내 옆에 있던 곰인형을 끌어안고 펑펑 울었다. 정말 오열하듯 펑펑.


실컷 울고난 후 주변을 둘러보니 집에는 나 혼자- 가족 중 누구도 기대하지 않던 발표날 이었다.

가장 먼저 생각나는 사람 '엄마'


공무원 시험 중에 '검찰직'이 별도로 있는 줄도 몰랐던 나에게 처음으로 준비를 권한 사람도 엄마였고, 이미 장수생이던 친척오빠가 있기에 반대하는 아빠 몰래 도시락을 싸주며 뒷바라지 해준것도 엄마였다.



띠리링-

엄마에게 전화를 걸었다.


[나] "엄마, 어디야?... 나 합격했어 흐엉"
[엄마] "...정말?!! 엄마 집에 거의 다 와가, 너무 고생했어 우리 딸"



터질 것 같은 심장에 애꿎은 곰인형만 끌어안고 있다가, 집으로 오고 있다는 엄마를 찾아 슬리퍼만 신고 냅다 달려 나갔다. 멀리서 보이는 엄마의 모습. 생전 처음으로 길거리에서 엄마에게 달려가 이산가족 상봉하는 것 마냥 그대로 안긴 채 엉엉 울었다.



'생각보다 수험기간이 죽을만큼 힘든것도 아니었는데..

10개월 만에 합격한 거라 수험기간이 길지도 않았고 턱걸이라 운이 엄청 좋았던 것 뿐인데..'

왜 그렇게 눈물이 났는지 모르겠다.






21살 5월의 봄.

적당히 공부하고, 적당히 연애하며 그냥저냥 20살을 보냈다. '전공이 나와 맞지 않구나...' 어렴풋이 느끼며 무기력하게 21살 대학교 2학년이 되었다.


남자 친구는 군대에 가고, 수능 하나 보고 달려온 나는 더 이상 무엇을 해야 하는지 알 수 없어 무기력하게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었다.


5월 초 그날도 방구석에서 의미 없는 인터넷 서핑만 하던 내게 엄마가 살며시 다가왔다.


[엄마] "검찰공무원 한번 해볼래?"
[나] "그것도 공무원이야? 특이하다"
[엄마] "엄마 친구 딸도 준비하던데, 내일 학원 한 번 가볼래?"
[나] "어차피 주말이고 할 것도 없는데, 알았어."





공무원 학원가로 유명한 동네.

행정직에 비해 소수인 검찰직 준비반이 따로 있는 학원이라며 엄마와 도착한 곳은 왠지 우울한 분위기였다.



원장실에 들어가니 40대 중반의 원장님이 엄마와 함께 온 나를 활짝 웃으며 반겨주었다.


"안녕하세요 어머님~따님 등록하시려고요?^^"

"네 검찰직이라고 그거 준비시키려고요"

"아.. 대학은 어디 나왔나요? 무슨 과?"

"XX대 ㅇㅇㅇ과 2학년이에요"

"공부를 그래도 했던 학생 같은데 일단 테스트 한번 보시죠. 공무원 시험은 국어, 영어점수가 좌우하거든요~ 2과목 가볍게 레벨테스트 해보시죠~^^"





엄마와 원장님의 조곤조곤한 대화를 들으며, 살짝 떨어진 테이블에 앉아 문제를 풀어나갔다.


고등학생 때 이과를 선택했고 대학도 관련된 과를 온 나는 사실 국어와 영어에 자신이 있었다.

(단순히 이과 수학선생님이 좋아서 내 적성과 성적에 반대되는 이과를 선택했던 나는, 고등학생때부터 20대 초반까지 내 미래에 대해 참 진지하지 못했다)


다행히 테스트 고는 괜찮은 점수가 나왔는지, 그저 등록시키려는 상술이었는지, 원장님은 활짝 웃으며 "흠.. 이 정도면 열심히 하면 1년이면 됩니다"라고 말했다.


5년째 공시생인 사촌오빠가 있으니 엄마는 그 말을 믿지 않았겠지만 내심 기분이 좋은듯 보였고, 나는 '1년이면 짧네' 라는 생각 "준비해볼래?"라는 엄마의 말에 이상한 대답을 했다.


"응.. 근데 어린이날까지만 놀고 싶어"


??

내 대답에 잠깐 생각하던 엄마는, 그 자리에서 바로 종합반에 나를 등록하고 한 무더기의 책을 사서 안겨주셨다.



시작일은 어린이날이 지난 다음날부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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